Free! 시리즈/연성 20

[아사키스] 이상한 두 남자

[아사키스] 이상한 두 남자 W. 손도라 "아사히, 거긴 좀 위험한데···." "큿···, 괜찮아. 부드럽게 가면, 문제 없을 거야." 두 사람 사이에서 팽팽한 긴장감이 오고갔다. 삐걱- 아사히의 하중이 실린 테이블이 두어 번 아우성을 치자 아사히는 조금 전의 기세와 달리 몹시 조심스러워졌다. 이를 지켜보는 키스미 또한 본인은 가만히 있기만 하면 되는 입장임에도 아슬아슬한 표정을 지었다. "아, 아무래도···. 아앗!" 아사히의 손이 닿자마자 키스미의 입에서 마지막 음성이 그를 뒷받침했다. 아사히의 얼굴에서 약간의 환희가 비쳤다. 그러나 이 찰나가 야속하게도, 그들이 모든 신경을 집중시켰던 앙상하고 높은 나무탑은 화려한 소리와 함께 순식간에 무너져내렸다. "아아아아악!!!!!" 그렇게 라멘 내기 '젠가게..

[아사키스] D-12

[아사키스] D-12 W. 손도라 키스미는 잠시 허리를 펴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시계 소침이 11과 12 사이에 머물러있었다. 멀지 않은 곳에는 서너 개의 이사박스가 포장된 그대로 켜켜이 쌓여있었다. 이 정도면 많이 했지. 머릿속에 처음 집안으로 박스들을 들일 때가 스쳐지나갔다. 먹을 때, 잘 때, 이사에 필요한 바깥 일 볼 때를 제외하면 이틀을 꼬박 짐 정리에 매진했다. 둥지를 새로 틀려면 무척 부지런해야 한다는 카츠미 삼촌의 조언이 아주 정확했다. 키스미는 빈 박스들을 정리한 뒤 숨을 돌리기로 했다. 등과 엉덩이가 의자에 닿자마자 몸에서 힘이 쭉 빠져나가는 느낌이었다. 남은 박스들의 내용물을 더듬어보건대 앞으로 길어야 두 시간을 웃도는 시간에 이삿짐 정리가 완전히 끝날 것 같았다. 남은 소요시간이 계..

[아사키스] 소원내기

※육아물 [아사키스] 소원내기 W. 손도라 “우리 애 말이야, 말문 트이는 게 좀 늦는 것 같지 않아?” 아사히는 잠든 아이의 가슴을 토닥이며 말했다. 그의 미간에는 보기 드문 고민의 흔적이 나타났다. “음, 그런가?” “츠쿠시는 한 살 되기 전에 엄마아빠 다 뗐는데 우리 애는 아직 옹알대기만 하잖아?” “그치만 말 떼는 건 애들마다 다르다던데···.” 접시를 닦던 키스미는 손을 잠시 멈추고는 생각했다. 듣기로는 옆집 아이도, 앞집 아이도 12개월 전후에 말을 뗐다던데 사랑스러워 마지않은 그들의 아이는 아직도 옹알거리기만 할 뿐 제대로 된 단어를 뱉은 적이 없었다. 키스미는 걱정스러운 눈을 하며 누워있는 아사히와 아이에게로 다가갔다. 아사히는 당연하게 한 쪽 팔을 펼쳤고, 키스미 또한 당연하게 그 위에 ..

[나츠나오] 볕이 드는 곳

나츠나오 합작 'Grow Up In Summer' [나츠나오] 볕이 드는 곳 W. 손도라 창문 너머로 햇볕이 따갑게 쏟아졌다. 나오는 미간을 찌푸리며 재빨리 커튼 줄을 풀었다. 커튼이 창문을 완전히 가리니 쨍한 빛은 사라지고, 방 안의 채도가 한순간 내려갔다. 나오는 커튼 줄을 힘없이 붙잡은 채로 그 자리에 머물렀다. 왜인지 모르게 가장 최근에 본 것 같은 바깥 풍경이 머릿속을 가득 메웠다. 힘을 잃은 낙엽 몇 개, 강가를 채워가는 노르스름한 갈대밭, 조금 무거워진 행인들의 옷차림. 릴레이처럼 강렬했던 그 해 여름은 어느새 조금씩 시간의 저편으로 물러나고 있었다. 나오는 침착하게 머릿속을 정리한 뒤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 그러나 그가 책상에 앉아 놓았던 펜을 잡으니 이번엔 책장 한 구석에 얹어진 지구본..

[나츠나오] 질투

[나츠나오] 질투 W. 손도라 나츠야는 TV 채널을 이리저리 돌렸다. 채널 버튼 하단을 두 번 누르면 시끄러운 토크쇼, 한 번 누르면 이상한 소개팅 주선 프로그램. 여기서 버튼 상단을 계속 누르면 지루한 뉴스나 시사 프로그램이 연이어 방영되고 있었다. 재밌겠다 싶어서 버튼 연타를 멈추면 꼭 언젠가 봤던 예능이나 드라마 재방송이었다. 나츠야는 미간을 구기며 리모콘의 전원 버튼을 눌렀다. 소파 위에 널어놓은 몸은 지루함에 찌들어 더욱 늘어졌다. 곧이어 본능에 따라 자세를 비스듬하게 바꿨다. 눕는 순간 나츠야의 몸은 추욱 늘어졌다. 할 일 없이 소파에 누워있는 그의 시선은 정처 없이 떠돌았다. 같은 시각, 나오는 냉장고 위에 놓인 작은 선반에서 무언가 찾고 있었다. 분명 어제 아침까지만 해도 어항 옆에 뒀던 ..

[마코하루] 고양이와 함께

[마코하루] 고양이와 함께 W. 손도라 고양이란 그런 존재다. 자기 마음대로 행동하면서 모든 것을 귀여움으로 승부한다. 인간은 그런 고양이를 이길 재간이 없다. 단언컨대 고양이의 무심한 공격에 털 끝 하나 반응하지 않는 사람은 감정이 메말랐다는 증거다. 그들이 툇마루에 머문 지 얼마나 지났을까. 별안간 그들의 보금자리를 침범한 이 회색 고양이는 이곳이 마치 자기 구역인양 뒹굴고 있었다. 심지어 툇마루를 누비고 다닌 건 10분 전의 상황이다. 지금은 태연하게 하루카의 다리 사이에 몸을 눕히고 재롱을 부리고 있으니 말이다. 마코토는 어깨 너머로 고양이의 재롱을 감상했다. 고양이의 손짓발짓 하나하나에 몸둘 바를 모르겠다는 듯 반응을 했다. 그에 반해 하루카는 어딘가 불편한 것 같은 표정이었다. 그는 고양이를 ..

[아사키스] 뜻밖의 로맨스

[아사키스] 뜻밖의 로맨스W. 손도라 달이 얼굴을 내민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였다. 집에서 혼자 서정적인 발라드만 연속으로 듣다보니 어느새 감성적으로 변하고 말았다. 괜히 흐릿한 달이 안쓰러워 보이고, 서로 얼굴을 부비는 참새들이 부러워졌다. 문득 스스로를 돌아보니 그 모습이 무진장 낯간지럽고 궁상맞아 그대로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뜨겁게 달아오를 준비로 바빠야 할 금요일 오후, 나는 그렇게 혼자만의 시간을 갖기로 했다. “다 해서 2180엔입니다.”“잠깐, 잠깐만, 이것도 추가해주세요.” 색색의 캔맥주와 간단한 안주거리를 달랑달랑 사들고 집에 돌아왔다. 누가 금요일 밤이 뜨겁다고 했나. 가끔은 이렇게 자기 자신과 친해지는 시간을 갖는 것도 나쁘지 않다. 그렇게 스스로를 달랬다. 그러지 않으면 괜스레..

[나츠나오] 책과 연인

[나츠나오] 책과 연인W. 손도라 오늘의 키리시마 나츠야는 유난히 기분이 좋다. 화창한 봄날, 막힘없는 도로, 그리고 오랜만의 데이트가 한 데 어우러져 그에게 최고의 시작을 선사해주었다. 물론, 그의 텐션이 기본적으로 긍정, 오픈 마인드에 가까운 것도 한몫했겠지만, 연인과 함께 할 날 앞에서 그런 것이 다 무슨 소용인가. 나츠야는 이런 날이야 말로 기분이 나쁘다면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 나츠야의 활짝 핀 얼굴에 나오도 덩달아 텐션이 올라갔다. 나오 또한 바쁜 날을 뒤로 하고, 오랜만에 맞은 휴일에 매우 들떠있었다. 나츠야만큼 티가 나진 않았지만 적어도 꽤 오랜 시간 곁을 지켰던 나츠야는 알 수 있었다. “아, 거기 가는 김에 서점 좀 들르자. 그쪽에 책이 많아.”“오케이, 그 주변에 괜찮은 오코노미야끼..

[마코하루] 혼자 있는 방

[마코하루] 혼자 있는 방W. 손도라 “그럼, 하루 다녀올게.” 마코토가 본가로 내려갔다. 평소라면 둘이 함께 내려갔겠지만 마코토는 어머니가 갑자기 허리를 삐끗하셔서 급하게 내려가야 했다. 하루카는 여름 합숙 훈련을 앞두고 마지막 휴일을 보내는 입장이라 이번에는 같이 갈 수 없었다. 매주 본가에서 오는 안부 전화와 먼저 내려가는 마코토를 통해 안부를 전할 뿐이었다. 마코토는 걱정이 너무 많았다. 그는 현관문을 나서기 직전까지도 “내가 없다고 욕조에 너무 오래 있으면 안 돼.“ 라던가 ”냉장고에 있는 반찬들 골고루 챙겨먹어야 해.“ 같은 말들을 몇 번이나 얘기했다. 하루카는 자체적으로 한 번 이상 들은 말은 귀 밖으로 흘려보냈다. 마코토는 나갈 때 꼭 하나씩 무언가를 빼먹어서 하루카가 챙겨주곤 한다. 그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