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ee! 시리즈/연성

[나츠나오] 책과 연인

손도라/핸디 2019. 3. 1. 23:37




[나츠나오] 책과 연인

W. 손도라





오늘의 키리시마 나츠야는 유난히 기분이 좋다. 화창한 봄날, 막힘없는 도로, 그리고 오랜만의 데이트가 한 데 어우러져 그에게 최고의 시작을 선사해주었다. 물론, 그의 텐션이 기본적으로 긍정, 오픈 마인드에 가까운 것도 한몫했겠지만, 연인과 함께 할 날 앞에서 그런 것이 다 무슨 소용인가. 나츠야는 이런 날이야 말로 기분이 나쁘다면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 나츠야의 활짝 핀 얼굴에 나오도 덩달아 텐션이 올라갔다. 나오 또한 바쁜 날을 뒤로 하고, 오랜만에 맞은 휴일에 매우 들떠있었다. 나츠야만큼 티가 나진 않았지만 적어도 꽤 오랜 시간 곁을 지켰던 나츠야는 알 수 있었다.

 

, 거기 가는 김에 서점 좀 들르자. 그쪽에 책이 많아.”

오케이, 그 주변에 괜찮은 오코노미야끼 가게가 있어. 거기서 점심 먹으면 되겠다.”

 

나오는 기분이 좋을 때면 이따금 그의 관심사 내의 무언가를 더 향유하려는 경향이 있다. 예컨대 지금 같이 서점에 들르려고 하는 것처럼 말이다. 나오가 이런 경향으로 서점을 들른다면 적어도 한 시간은 서점에 머무르게 될 것이다. 처음엔 데이트 하는 날 자신 때문에 괜히 시간을 허비하게 한다며 미안한 마음을 내비췄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나츠야의 오픈마인드 안에서 암묵적으로 편히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사실 나츠야의 오픈마인드라 함은 나오만의 생각이다. 나츠야는 서점 한 켠에 서서 집중하고 있는 나오의 옆테를 좋아했다. 책이나 서점 등지와 친한 편은 아니지만 그 안에 나오가 있다면 나츠야도 서점만큼은 반기게 된다. 아무리 눈치 빠른 나오라도 그런 나츠야의 속내는 모를 것이다.

오늘도 은밀히 자신만 아는 나오를 볼 수 있으리라 생각하며 한껏 들뜬 나츠야는 나오보다 먼저 서점 문을 열었다. 문을 연 순간 나츠야의 얼굴은 살풋 굳어지고 말았다. 불투명한 유리문 뒤에 가려진 서점 내부는 나츠야의 예상과 전혀 달랐다. 조용하지만 북적거리는 것 같은 인파, 바쁘게 손을 움직이는 계산대 직원들과 길게 늘어선 줄. 그들이 마주한 것은 개강철의 서점이었다.

 

왜 이렇게 사람이 많아···. 저번엔 이 정도까진 아니지 않았나?”

그러네. 개강 첫 주라 그런가. 이 근처가 대학가니까.”

 

나오는 걱정스러운 표정을 하며 즐겨 찾는 서가로 향했다. 나츠야는 수많은 사람들에 압도되어 따라가지 못했다. 같이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야 언제나 있지만 책을 살 손님도 아닌 입장에서 인파를 해치고 들어가기엔 양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곧이어 나오는 빈손으로 나츠야에게 돌아왔다.

 

다 팔렸나 봐. 다큐 쪽은 인기가 많지 않아서 한 권은 있을 줄 알았는데 이번에 어느 학교 전공 자료로 쓰인다나.”

최악이잖아? 그럼 다른 서점을 가도 마찬가지일 거 아냐.”

나중에 다른 지역을 찾아봐야지. 어쩐지 인터넷에서도 일시품절이더라.”

 

그렇게 그들의 서점 데이트는 허무하게 막을 내리는 듯 했다. 오코노미야끼 가게로 가기 위해 골목길을 드나들던 찰나, 멀리 구석진 곳에 서점이라고 쓰인 낡은 간판 하나가 보였다.

 

나츠야, 저기 잠깐만 들러도 될까? 헌책방인 것 같아.”

우와, 간판 엄청 낡았네. 집중해서 보지 않으면 못 알아봤겠어.”

신간은 없겠지만 헌책방도 나름의 즐거움이 있지.”

 

나오는 서점으로 향했던 때보다 한 층 더 기쁜 뉘앙스를 풍기며 서점으로 향했다. 헌책방 내부는 간판보다 더 낡고 오래된 느낌을 주었다. 벽마다 책이 빽빽이 꽂혀있다 못해 책꽂이 밖까지 차곡차곡 쌓여있었다. 몇 분이나 기다렸을까. 아무리 기다려도 책방의 주인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나츠야는 기대고 있던 등을 떼고 주인이 있는지 부르려 했다. 그때 나츠야의 등 뒤에서 구겨진 종이 한 장이 툭 떨어졌다.

 

소리를 잘 못 듣습니다. 찬찬히 둘러보시고 필요할 때 종을 세게 울려주세요.’

 

자세히 보니 나츠야 옆에는 한 손에 꼭 들어맞는 금색 종이 있었다.

 

그렇구나.”

둘러보다가 계산할 때 울리자.”

살 거 있어?”

있을 거야.”

 

나츠야는 나오의 얼굴을 유심히 보았다. 책방 구석구석을 돌아보는 나오의 눈은 근래에 보기 힘들 정도로 반짝거렸다. 그는 서점에서 평온하게 책을 읽는 나오의 모습을 좋아하지만 이렇게 호기심에 눈을 빛내는 모습도 사랑하게 될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까지 기뻐하는 연인의 모습을 탐탁치 않아할 사람이 어디 있을까. 헌책방 내부는 몹시 좁았다. 내부 자체가 좁은 탓도 있었지만 곳곳에 책을 쌓아둬서 사람 한 명이 겨우 지나갈 수 있는 공간이 대다수였다. 나츠야는 나오를 따라다니길 그만 두고, 자신의 취향을 찾기 시작했다. 나츠야는 익숙하지 않은 헌책방을 구경하다 한 구석에 나열되어 있는 DVD들에 시선을 고정시켰다. 너무 오래 전에 출시되어 볼 수 없었던 옛날 스포츠 영상 풀버전이나 60-70년대 액션 영화 등 나츠야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엔 충분했다.

나츠야가 마음에 드는 DVD 한 권을 들고 나오를 찾았을 때, 나오 역시 오래 전에 절판되어 구할 수 없었던 서적들을 대거 발견하여 온 신경을 그것들에 집중시키고 있었다. 나츠야는 집중하고 있는 나오를 보고는 문득 장난끼가 발동했다. 나츠야는 조심스럽게 나오에게 다가갔다. 나츠야가 책 더미를 쓰러트릴 뻔해도 나오는 눈치채지 못했다. 그는 나오가 책을 향해 손을 뻗을 때에 맞춰 나오의 손을 덥썩 잡았다. 나오는 살짝 동공이 커진 채로 뒤를 돌아보았다. 나츠야는 능글맞게 미소를 지어보였다.

 

안녕?”

뭐야, 나츠야. 놀랐잖아.”

여기서 뽀뽀해도 괜찮지 않을까.”

그러다 주인분 나오신다.”

뭐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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뀨티젤님이 주신 키워드 '개강'으로 써봤습니다.

개강이 메인이 아니지만 키워드는 개강이에요

ㅎ헤헤헿ㅎ...(머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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