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릭캐릭체인지(Shugo Chara!)/연성 26

[나기리마] 꿈에

[나기리마] 꿈에 W. 핸디 눈 앞에서 모난 곳 없는 평범함이 펼쳐졌다. 사람이 없으니 일을 하지 않는 텔레비전과 고요함을 허락하지 않겠다는 가전제품 모터 소리, 늘 제자리에 있는 거실 소파와 테이블. 사람이라고는 자신 밖에 없지만 리마에게는 이 풍경이 가장 익숙했다. 리마는 상황에 맞춰 평소대로 거실 소파에 몸을 맡겼다. 다만 소파 한 구석에 놓인 텔레비전 리모컨은 건드리지 않았다. 리마는 초점 없는 눈으로 생각했다. 이왕 꿈을 꿀 거면 좀 재밌는 상황이거나 하다 못해 하늘에서 하염없이 떨어지는 요상한 내용이었음 좋았을 텐데. "이왕 꿈을 꿀 거면 좀 재밌는 꿈이었으면 좋았을 텐데 말이야." 어디선가 들리는 목소리에 리마는 황급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예감이 좋지 않았다. "하다 못해 하늘에서 하염없이 ..

[나기리마] 성 안의 후지사키군

※ 모브녀가 등장합니다 [나기리마] 성 안의 후지사키군 W. 핸디 연기의 기본은 자신의 감정을 숨기는 것. “아쉽네요. 당신이 진짜 여자였다면 더 아름다웠을 텐데.” 누구든 하나씩은 떠올릴 수 있는 어두운 구석이다. 생각 없이 던진 말 한마디에 크게 동요했거나 그로 인해 오랫동안 앓았던 경험. 부정적인 시간을 만들었던 그 경험 또한 최고의 연기를 위해서는 양분으로 삼아야 한다. 당연하게도 지난날에는 이런 심오한 생각을 할 만한 능력도, 자격도 없었다. 그때의 나는 중학교도 들어가지 않은 어린아이였다. 기껏해야 또래보다 조금 성숙한 성격의 아이일지라도 어른 앞에서는 어쩔 수 없이 ‘을’의 위치를 지켜야 한다. 아주 오래된 국가 단위의 규칙이다. “조금 안 됐네요. 그 나이에 맞지 않게 너무 성숙해요. 어릴..

나기리마 유료 회지 수록분 미공개 단편 열람 안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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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기리마] 전하지 못한 온기

[나기리마] 전하지 못한 온기 W. 손도라 "이거, 떨어져있었어." 리마는 미닫이 문을 열고 들어온 나기히코를 한 번 쳐다보고는 다시 제 손에 쥔 사진에 시선을 고정시켰다. "아, 앨범 필름이 헐거워서 빠졌나 봐." 이따 꽂아두겠다며 받아가려는 손짓에도 리마의 눈길은 꼿꼿이 사진을 향해있었다. 나기히코는 리마를 등지고 손때 묻은 앨범들과 어질러진 주변을 가볍게 정돈했다. '초등학교 때 사진인가?'라고 툭 던져봤지만 이상하게 대답이 돌아오지 않았다. 나기히코는 습관처럼 속을 다잡고 리마의 옆에 살풋 걸터앉았다. 그의 예상대로 사진 속에는 두 사람 모두가 잘 아는 얼굴들이 제각각의 환한 웃음을 띄고 있었다. 아무, 타다세, 야야, 쿠카이 그리고···. "오랜만이네, 나데시코." 나기히코는 저도 모르게 씁쓸한..

[쿠카우타] 너와 나의 거리는

[쿠카우타] 너와 나의 거리는 W. 손도라 (2인 합작 글 연성) 5cm. 짧다면 짧고, 기다랗다면 긴 길이다. 겨우 5cm가 길다? 적어도 지금 우타우의 고민 속에선 결코 짧지 않은 길이였다. 보랏빛 7cm 힐과 검정색 12cm 힐이 최종적으로 우타우의 눈에 들었다. 평소 우타우가 신는 힐의 굽 길이는 적당히 편한 5cm 정도나 무대용 7cm지만 완벽한 무대를 위한 편의성을 고집하는 성격 탓에 다른 여성 연예인들은 다 신는 12cm짜리와는 비교적 사이가 서먹했다. 서 있는 게 불편하면 소리도 안 나오고 노래에 맞는 춤을 구현하기에 방해된다. 그것이 가수 호시나 우타우의 지론이었는데, 오늘 그 지론이 무참히 흔들리고 있다. 까치발을 들어 매장 내 가장 상단에 있는 CD를 향해 손을 뻗었다. 까치발도 들었..

[이쿠아무] Sakura Dream

[이쿠아무] Sakura Dream W. 손도라 “네가 어른이 됐을 때는···.” “······.” “맞이하러 오겠다고 약속할게.” 양치질을 하다가 다시금 어이가 없어서 웃음을 흘렸다. 아무는 신경질적으로 입 안을 헹구며 거울 앞의 자신과 눈싸움을 했다. 그 시절보다는 조금 길어진 머리칼, 조금 더 자란 키와 성숙해진 분위기. 오랜만에 만난 친척 어르신들은 이제 다 컸다며 입이 마르도록 칭찬할 시기도 훌쩍 넘었다. 그래봤자 갓 대학교에 입학한 학생이지만 어린아이 소리를 들을 나이는 아무튼 넘었다. 뜬금없이 양치질 할 때 생각난 지난밤의 꿈이 너무나도 괘씸했다. 금방 돌아온다면서. 맞이하러 오겠다면서. 그렇다고 그 간 연락을 안 한 건 아니지만 실제로 얼굴을 보고 안 보고는 겪어본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

[이쿠아무] 험프티 덤프티

[이쿠아무] 험프티 덤프티 W. 손도라 “험프티록과 덤프티키는 대체 뭘까?” 새하얀 스톤에 불빛이 반사되어 빛나는 덤프티키는 꼭 사람을 홀릴 것만 같았다. 아무는 손에 든 덤프티키를 가만히 돌려보며 넋을 놓았다. “남의 물건에 손 대고 그럼 못 써.” “우리가 남이야?” “허어, 그럼?” “그으럼, 어, 그게, 사귀는 사이잖아!” 이쿠토는 당황하는 얼굴을 고이 접어두고 태연하게 그의 무릎 위에 머리를 뉘였다. 아무는 이 똑같은 패턴에 항상 당하는 자신이 너무 멍청하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몇 년이 지나도 한결 같았다. “됐다. 말을 말자.” 이쿠토도 덤프티키를 응시했다. 자신의 손보다 작고 하얀 손에 들린 새하얀 덤프티키가 퍽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이쿠토는 아무의 손까지 함께 잡고 눈앞으로 덤프티키를 ..

[이쿠아무] VS 남자친구

[이쿠아무] VS 남자친구 W. 손도라 옷깃과 이불이 맞닿는 소리에 몸을 녹이던 참에 무심하게도 핸드폰 진동이 울렸다. 벨소리가 아닌 진동임에도 은근히 신경 쓰였다. 아무는 얼굴을 이불에 묻고 미간을 찌푸리며 고민하다 결국 핸드폰의 홀드 버튼을 눌렀다. 별 내용은 없었지만 보낸 사람은 다름 아닌 츠키요미 이쿠토. 오랜만에 준 연락이 겨우 핸드폰 이모티콘으로 보낸 비, 우산, 엑스라니. 아무는 액정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지금껏 이런 연락을 받은 것이 한두 번이 아니기 때문에 아무는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자신만의 추리 세계관을 짜기 시작했다. 의식하고 보니 창밖은 어둑어둑해서는 창문에 빗방울도 하나둘 맺히고 있었다. 아무는 메신저 답장란을 켜며 화면 너머의 누군가를 비웃었다. 이렇게 이상한 메신저나 보내는 ..

[쿠카우타] 볕을 돌아간 여름

[쿠카우타] 볕을 돌아간 여름 W. 손도라 따가운 햇볕이 시야를 어지럽혔다. 쿠카이는 햇빛을 살짝 피하며 저 멀리서 걸어오는 누군가를 바라보았다. 햇빛이 절정으로 타오르는 계절. 쿠카이가 보는 그 누군가의 모습은 아지랑이가 피어 닿을 듯 닿지 않는 느낌을 주었다. 더위든 추위든 도통 힘들어하지 않는 쿠카이지만 오늘만큼은 조금 거슬리는 날씨였다. 손바닥을 그늘 삼아 조금 기다리니 더운 기운이 걷히고 보랏빛 눈동자가 그를 응시했다. 아지랑이 같은 장애물이 없는 선명한 장면이었다. “오늘은 빙수, 먹을까?” 툭 내던진 말과 달리 쿠카이의 눈은 빠르게 상대를 좇았다. 우타우는 잠시 생각하다 이내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동의의 눈짓을 보였다. 마치, 나도 시원한 걸 먹고 싶었는데 잘됐네. 라고 하는 것 같았다. 매..

[나기리마] 우산 없는 날

[나기리마] 우산 없는 날 W. 손도라 손목을 타고 흘러내리는 작은 빗방울 하나가 살갗을 간질였다. 땅바닥에 떨어지는 빗줄기들이 세차게 곤두박질치고 있는 걸 보고 있자니 어젯밤 가방 정리를 했던 자신이 괜히 원망스러웠다. 장마철에 우산을 빼놓다니 정말 바보 같아. 리마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 리마는 초점 없는 눈으로 빗줄기들의 향연을 바라보았다. 바라만 볼 수밖에 없는 이 상황이 우스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영문 모를 사색에 잠기기 딱 좋다고 생각했다. 다시 교실로 올라갈 생각도 들지 않을 만큼 아주 멍하게 자리를 채우고 있었다. 머리 위에 천장이 있는 건물 현관이지만 세찬 빗줄기는 아랑곳 않고 리마의 옷과 가방에 하나둘 튀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리마는 그 또한 신경 쓰지 않고 점점 더 멍해졌다. 회색빛 하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