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릭캐릭체인지(Shugo Chara!)/연성

[이쿠아무] VS 남자친구

손도라/핸디 2021. 7. 25. 20:46

 

 

 

[이쿠아무] VS 남자친구

W. 손도라

 

 

 

 

옷깃과 이불이 맞닿는 소리에 몸을 녹이던 참에 무심하게도 핸드폰 진동이 울렸다. 벨소리가 아닌 진동임에도 은근히 신경 쓰였다. 아무는 얼굴을 이불에 묻고 미간을 찌푸리며 고민하다 결국 핸드폰의 홀드 버튼을 눌렀다.

별 내용은 없었지만 보낸 사람은 다름 아닌 츠키요미 이쿠토. 오랜만에 준 연락이 겨우 핸드폰 이모티콘으로 보낸 비, 우산, 엑스라니. 아무는 액정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지금껏 이런 연락을 받은 것이 한두 번이 아니기 때문에 아무는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자신만의 추리 세계관을 짜기 시작했다. 의식하고 보니 창밖은 어둑어둑해서는 창문에 빗방울도 하나둘 맺히고 있었다. 아무는 메신저 답장란을 켜며 화면 너머의 누군가를 비웃었다. 이렇게 이상한 메신저나 보내는 남자의 여자친구 경력이 벌써 7년이나 되었다. 이 정도 암호는 우습다는 뜻이다. 의기양양하게 답장을 보내고는 다시 이불에 얼굴을 묻어 잠을 청했다. 이번엔 추적추적 규칙적인 빗소리를 자장가 삼아 서서히 잠에 들려는 찰나였다. 시끄럽게 울리는 벨소리에 그만 짜증 섞인 목소리로 전화를 받고 말았다. 수화기 너머 목소리는 그런 아무를 꿰뚫었다는 듯이 작게 웃으며 말했다.

 

“문 열어줘. 추워.”

 

전화는 무심하게 뚝 끊겼다. 저 두 마디가 전부였다. 아무는 벌떡 일어나 설마, 설마를 되뇌며 현관문으로 향했다.

 

“···이쿠토?”

 

불을 켜지 않아 어두운 현관 복도와 고요하게 빗소리만 맴도는 귓가가 서늘해졌다. 장난하지 말고 대답해 봐. 하지만 그 바람을 사뿐히 무시한 적막만이 돌아왔다. 메신저에 전화까지 왔으니 아무가 그토록 무서워하는 초자연적인 현상은 아닐 거라 확신하지만 몸은 분위기에 패배한 것 같았다. 아무는 떨리는 손으로 문고리를 돌렸다.

 

“서프라이즈.”

“으아아아아악!!!!!”

 

 

* * *

 

 

“그렇게 무서웠냐?”

“시끄러! 씻기나 해!”

 

아무는 신경질적으로 발을 구르며 다시 이불 위로 몸을 뉘였다. 이렇게 창피할 수는 없었다. 왜 그의 앞에서만 유독 창피한 모습을 유감없이 보여주는지 하늘이 내린 저주 같았다. 한가롭게 낮잠이나 자려던 주말이 소나기와 함꼐 온 어느 못된 고양이 때문에 다 무너졌다.

머리카락 끝마다 물방물을 달고 나온 이쿠토가 다시금 아무를 바라보다 피식 웃었다. 아무는 얼굴을 붉히며 그에게 수건을 집어던졌다. 이쿠토는 수건에 얼굴을 덮인 채로 더 크게 웃었다.

 

“으익, 내 자취방은 어떻게 알았어!”

“어머님이 알려주시던데?”

“엄마···.”

 

아무리 오래 사귄 사이라지만 홀로 출가한 딸의 자취방을 이렇게 노출시키다니 너무한 거 아닌가. 그만큼 이쿠토의 신뢰도가 높다는 뜻이지만 아무는 여전히 심통스러웠다.

이쿠토는 침대 끝에 걸터앉아 아무를 지긋이 바라보았다. 아무는 떨리는 목소리로 그의 눈빛을 받아쳤다.

 

“왜, 뭐.”

 

이쿠토는 여전히 웃음기 머금은 얼굴로 답했다.

 

“여기서 더 다가가면 맞을 것 같아서.”

“알면 오지 마.”

“너무하네. 그래도 남자친구라고.”

 

반칙이다. 갑작스러운 남자친구 고백은 몇 년이 지나도 익숙해지지가 않았다. 아마 사귄 기간의 반 이상을 떨어져 지낸 탓일까. 아무가 시선을 피하는 동안 이쿠토는 서서히 그와의 거리를 좁혔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좁혀진 거리에 아무는 놀란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아, 안 다가온다며!”

“음, 지금은 괜찮을 것 같아서?”

 

요망하게 웃는 그의 얼굴은 세상 어디에 내놔도 부족하지 않은, 그런 얼굴이었다. 아무는 조심스레 물 흐르듯 다가오는 그의 얼굴을 차마 밀어낼 수 없었다. 이것도 반칙이다. 이번 시합의 승자 타이틀은 분하게도, 그의 남자친구에게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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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 '소나기'로 연성했습니다!!

이쿠아무도 오랜만인데 생각했던 시나리오와는 전혀 다르게 전개됐지만 나름 달다구리해서 만족

대충 아무가 스물 한 살 정도라고 생각하고 대학교 때문에 자취한다는 설정

소나기는 이쿠토가 아무네 집에 가는 중간에 내렸다는 설정?

아무 놀려먹는 데에 항상 진심인 이쿠토가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