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릭캐릭체인지(Shugo Chara!)/연성

[쿠카우타] 볕을 돌아간 여름

손도라/핸디 2021. 7. 24. 22:32

 

 

 

[쿠카우타] 볕을 돌아간 여름

 

W. 손도라

 

 

 

 

따가운 햇볕이 시야를 어지럽혔다. 쿠카이는 햇빛을 살짝 피하며 저 멀리서 걸어오는 누군가를 바라보았다. 햇빛이 절정으로 타오르는 계절. 쿠카이가 보는 그 누군가의 모습은 아지랑이가 피어 닿을 듯 닿지 않는 느낌을 주었다. 더위든 추위든 도통 힘들어하지 않는 쿠카이지만 오늘만큼은 조금 거슬리는 날씨였다. 손바닥을 그늘 삼아 조금 기다리니 더운 기운이 걷히고 보랏빛 눈동자가 그를 응시했다. 아지랑이 같은 장애물이 없는 선명한 장면이었다.

 

“오늘은 빙수, 먹을까?”

 

툭 내던진 말과 달리 쿠카이의 눈은 빠르게 상대를 좇았다. 우타우는 잠시 생각하다 이내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동의의 눈짓을 보였다. 마치, 나도 시원한 걸 먹고 싶었는데 잘됐네. 라고 하는 것 같았다.

매주 보던 사이에서 장장 한 달 만에 마주한 두 사람은 서로 못내 할 말이 많았지만 푹푹 찌는 무더위에 차마 입을 열기가 힘들어 걸음만 재촉했다. 쿠카이는 슬쩍 시선을 내려 조용히 따라오고 있는 우타우를 바라보았다. 답답할 정도로 모자를 눌러썼지만 연예인치곤 허술한 변장이었다. 말이 변장이지 사실 이건 변장이 아니라 햇빛 가림막일 것이다. 이제는 여차하면 인파에 묻히는 유명세를 가진 뮤지션 호시나 우타우는 데뷔 초 때 이후로 여전히 변장하길 싫어한다. 그나마 겨울에는 목도리로 얼굴을 가릴 수 있지만 여름엔 퍽 답답한지 한 번 이야기를 건네봐도 그게 쿠카이든 유카리든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눈치였다.

그들이 주로 찾아다니는 식당들은 굴지의 맛집이라 골목골목에 있어 인파를 쉬이 피할 수 있었지만 오늘 찾아가는 빙수 집은 그렇지 않았다. 쿠카이는 메뉴를 너무 생각 없이 얘기했다 싶어 속으로 자학했다. 물 흐르듯 자연스럽던 이케부쿠로의 인파가 갑자기 술렁였다. 한 남자가 카메라 셔터를 누르며 수군대기 시작하면서 사람들의 심리는 빠르게 물들어갔다. 우타우는 초점 없는 눈으로 그저 앞만 바라보았다. 신경 쓰지 않는 건지 아님 더위에 못 이겨 신경을 못 쓰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쿠카이는 조용히 주변을 한 번 살피고는 우타우의 손을 잡고 샛길 골목으로 빠졌다. 뒤에서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우타우의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쿠카이는 점점 더 굽이치는 길을 몇 번이나 지나왔다. 그가 걸음 속도를 늦춘 것은 커다란 나무가 만든 그늘 아래에 다다랐을 때였다.

 

“쿠카이?”

“이제 좀 낫지 않아?”

 

우타우는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쿠카이를 노려보다가 주변을 둘러보았다. 작은 바람이 불어 푸른 나뭇잎 몇 개가 흩날리는 커다란 응달. 확실히 정신없는 이케부쿠로 시내 한복판보다는 숨통이 트이는 곳이었다. 바람에 더위가 식을 때쯤 우타우가 물었다.

 

“그래서 여긴 어딘데.”

 

쿠카이는 주변을 돌아보았다.

 

“음, 외곽?”

“의문문? 길 잃은 거면 가만 안 둬.”

 

우타우의 말에 쿠카이는 크게 웃었다.

 

“여기 우리 동네인데 길을 왜 잃어. 걱정 마십시오, 호시나 상.”

 

우타우는 여전히 불만이 가득한 표정으로 그의 웃음을 피했다. 지금 그에게 가장 마음에 안 드는 것은 쿠카이의 말에서 틀린 점이 하나도 없다는 점이었다. 우타우는 괜히 쓸데없는 일로 소모적인 태도를 취하지 말자며 모자를 조금 젖혔다. 아주 조금 올렸을 뿐인데도 시야가 확 트이고 답답한 느낌이 해소되어 기분이 좋았다. 우타우 본인은 눈치 채지 못했지만, 쿠카이는 변해가는 우타우의 표정을 보며 만족스러워 했다.

 

“원래 가려던 곳이 아니긴 한데 우리 동네 빙수 가게 갈래?”

“그러든지.”

 

아까보다는 훨씬 느긋해진 걸음을 타고 쿠카이는 넌지시 물었다.

 

“여름에 약한 편?”

“아니, 별로.”

“나보단 약한 것 같은데.”

“너 자꾸 나한테 도전한다?”

“그럴 리가.”

“스케줄 끝나서 바로 와서 그런 것뿐인….”

“뭐? 나한텐 오늘 쉬는 날이라며?”

 

놀라서 되묻는 쿠카이와 그보다 더 크게 놀라 당황하는 우타우의 머리 위로 바람이 불었다.

 

“아, 아무튼 아니야. 빨리 길이나 안내해.”

 

지금 우타우는 누가 봐도 티가 나게 당황하고 있다. 얼굴을 붉히며 자신의 거짓말을 서툴게 덮는 모습에 쿠카이도 덩달아 벙찐 모습으로 우타우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마을 어디선가 풍경 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

트친님이 주신 쿠카우타로 '오랜만의 오프'로 키워드 연성!

연성 진짜 오랜만이다

그것도 쿠카우타

요새 쿠카우타가 공식에서도 퍼먹여주고 그래서 막 구미가 당기는데 어째 내 손은 그걸 소화해내지 못하는 느낌이다

그래도 하나 쓰니까 오딱꾸적으로 기분이 좋음 껄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