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릭캐릭체인지(Shugo Chara!)/연성

[이쿠아무] 험프티 덤프티

손도라/핸디 2021. 7. 26. 21:35

 

 

 

 

[이쿠아무] 험프티 덤프티

W. 손도라

 

 

 

 

“험프티록과 덤프티키는 대체 뭘까?”

 

새하얀 스톤에 불빛이 반사되어 빛나는 덤프티키는 꼭 사람을 홀릴 것만 같았다. 아무는 손에 든 덤프티키를 가만히 돌려보며 넋을 놓았다.

 

“남의 물건에 손 대고 그럼 못 써.”

“우리가 남이야?”

“허어, 그럼?”

“그으럼, 어, 그게, 사귀는 사이잖아!”

 

이쿠토는 당황하는 얼굴을 고이 접어두고 태연하게 그의 무릎 위에 머리를 뉘였다. 아무는 이 똑같은 패턴에 항상 당하는 자신이 너무 멍청하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몇 년이 지나도 한결 같았다.

 

“됐다. 말을 말자.”

 

이쿠토도 덤프티키를 응시했다. 자신의 손보다 작고 하얀 손에 들린 새하얀 덤프티키가 퍽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이쿠토는 아무의 손까지 함께 잡고 눈앞으로 덤프티키를 가져왔다. 아무는 살짝 긴장한 채로 그의 반응을 조용히 기다렸다. 하지만 그 시간이 길어지자 꾹꾹 모아뒀던 질문들이 입술 사이로 새어나왔다. 아무는 나중에서야, 이쿠토는 아마 이 순간을 의도한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어른들한테 뭐 들은 거 없어? 골동품점에서 가져왔다고 했지? 츠카사 씨는 알 수 없는 말들만 하시던데.”

“숨은 쉬고 말해.”

“으윽.”

“어려서 궁금한 게 많구나?”

“나도 이제 성인이거든!”

 

한 번 부서지면 되돌릴 수 없는 것. 『거울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험프티 덤프티의 통용되는 뜻 중 하나이다.

 

“책에서는, 험프티 덤프티가 달걀이고 마지막엔···.”

“깨져버리지.”

 

이쿠토에게 문학 분야는 별로 관심 없는 길이지만 어린시절 동생들에게 질리도록 읽어주던 책 중 하나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흔한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같은 단순한 내용도 아니었는데 요상하리만큼 동생들은 그 신비한 이야기에 눈길을 주었다. 험프티 덤프티가 깨질 땐 얄미운 녀석 잘 됐다는 우타우와 그래도 불쌍하다고 슬퍼하는 타다세가 자신을 사이에 두고 반나절 넘게 대거리를 하다 잠든 사건은 지금도 그들끼리 회자되는 에피소드다.

그러나 우리들이 알고 있는 험프티 덤프티는.부서진 마음을 다시 원래대로 돌아오게 해주고, 어지러운 길 한가운데서 바른 길로 인도해주는, 출처는 모르지만 아무튼 신비한 힘을 갖고 있는 물건이다. 원 뜻과는 정반대되는 상황에 이쿠토는 속으로 실소했다. 이 물건의 이름을 지은 사람은 아마 츠카사 씨만큼 괴짜일 것이다.

이쿠토는 가끔 생각한다. 어쩌면 험프티록과 덤프티키는 원 뜻 그대로 부서진 것을 부서진 대로 순응하게 하는 장치가 아닐까. 그런 물건이 특별한 사람으로 인해 특별한 힘을 갖고, 특별한 반응을 보이는 것이다. 그는 그 특별한 사람이 결코 자신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아무, 아무야말로 특별함이 어울리는 사람이 될 것이다. 나약했던 어른들과는 달리 강인하고 순수한 마음으로 모두를 희석시킨 사람. 자신은 그저 운 좋게 그와 좋은 시너지를 가졌기 때문에 그런 거라고, 이쿠토는 항상 생각했다.

 

“이쿠토, 자?”

“······.”

“자는 거지?”

“······.”

 

아무는 눈을 감고 반응하지 않는 이쿠토를 의심하고 또 의심했다. 그의 볼 끝을 톡톡 건드려보고 나서야 안심하고는 자신도 모르게 마음이 가는대로 입을 열었다.

 

“이 자물쇠랑 열쇠에 이름을 붙인 사람은, 사실 깨지지 않았으면 해서 그런 게 아닐까? 난, 그 사람이 왠지 이쿠토랑 닮았을 것 같단 생각이 들어. 제멋대로에 이상하지만 마음은 따뜻한 사람. 그래서 이쿠토에게 덤프티키가 간 걸 거야.”

“······.”

“가만히 있는 거 보니까 진짜 자는 거 맞네.”

 

아무는 살풋 웃으며 그의 머리칼을 쓸었다. 이쿠토는 조용히 그의 손길을 받으며 잠을 청했다. 대답은 잠시 미뤄두기로 했다. 한 번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그저 운이 좋아서, 운이 좋게 그를 만나서 가능했던 일이라고 생각했다. 끝까지 그를 부서지지 않게 하는, 바스러진 티끌 하나까지 원래대로 돌려주는 이 사람은 대체 뭘까. 만약 정말로 험프티 덤프티라는 이름을 붙인 사람이 저와 닮았다면 그 사람은 이런 신비함을 알고 있을까. 모두가 험프티록과 덤프티키를 신비하다고 하지만 츠키요미 이쿠토에게 가장 신비로운 존재는 바로 지금 그의 옆에 있는 그라고 생각하며, 이쿠토는 그렇게 잠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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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 '험프티 덤프티'로 연성했습니다!

알면 알수록 어려운 키워드라 쓰는 데 애먹었는데 동시에 너무 즐거웠음

험프티록과 덤프티키에 대한 기원을 나름대로 설정한다는 게?ㅋㅋㅋㅋㅋㅋ

오피셜로 정체가 뜨면 날라갈 설정이지만 아마 피치핏은 오피셜을 내주지 않을 거야 난 알아...

생각해보니 한 번 깨지면 되돌릴 수 없는 것을 리메이크 허니 오픈하트로 승화 시켰네

정말 천재적인 설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