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릭캐릭체인지(Shugo Chara!)/연성

[쿠카우타] 너와 나의 거리는

손도라/핸디 2021. 7. 28. 20:11

 

 

 

 

[쿠카우타] 너와 나의 거리는

W. 손도라

(2인 합작 글 연성)

 

 

 

 

5cm. 짧다면 짧고, 기다랗다면 긴 길이다. 겨우 5cm가 길다? 적어도 지금 우타우의 고민 속에선 결코 짧지 않은 길이였다. 보랏빛 7cm 힐과 검정색 12cm 힐이 최종적으로 우타우의 눈에 들었다. 평소 우타우가 신는 힐의 굽 길이는 적당히 편한 5cm 정도나 무대용 7cm지만 완벽한 무대를 위한 편의성을 고집하는 성격 탓에 다른 여성 연예인들은 다 신는 12cm짜리와는 비교적 사이가 서먹했다. 서 있는 게 불편하면 소리도 안 나오고 노래에 맞는 춤을 구현하기에 방해된다. 그것이 가수 호시나 우타우의 지론이었는데, 오늘 그 지론이 무참히 흔들리고 있다.

까치발을 들어 매장 내 가장 상단에 있는 CD를 향해 손을 뻗었다. 까치발도 들었으니 아마 무리 없이 닿았을 것이라고 우타우는 지금도 생각한다. 아쉽게도 CD는 우타우의 뒤에 서 있던 쿠카이의 손에 들려 우타우의 손으로 들어왔다. 우타우는 얼떨떨한 표정으로 간단한 감사 표현을 했다. 그 와중에 그의 눈을 사로잡는 것은 ‘얘가 이 정도로 키가 컸나?’라는 생각. 여기서 짚고 넘어갈 점이 있다. 소마 쿠카이와 츠키요미 우타우는 사귀는 사이이다. 즉, 연인. 의례 이런 상황에서라면 갑작스레 가까워진 둘 사이의 거리를 의식하여 얼굴을 살짝 붉혀주는 것이 연애다. 그런 로맨스 드라마가 요즘 유행을 하는데, 일단 설렘은 모르겠고 쿠카이의 눈높이와 자신의 눈높이가 생각 이상으로 차이가 났다는 사실에 왜인지 모르게 분해졌다. 나보다 3살이나 어린애가 벌써 이만큼 성장했다고. 통상적인 성장학개론을 보면 남자아이의 급속적인 성장은 이상한 일이 아닌데도 우타우는 그저 마음에 안 들었다. 엇비슷한 시선에서 엇비슷한 곳을 보는, 그래서 같은 곳에서 시작하고 경쟁하는 사이였는데 이 어린애가 말도 없이 저 어느 새 저 멀리 앞지르고 있던 것이다. 바보 같지만, 정말 바보 같지만 조금이라도 눈높이를 다시 맞추고 싶었다. 평소 묶던 머리를 좀 더 올려보기도 했지만 쿠카이의 머리끝과는 여전히 차이가 났기 때문에 우타우는 괜한 오기가 생겼다.

 

 

* * *

 

아스팔트 바닥과 맞닿은 검은 구두가 경쾌하고 규칙적인 소리를 냈다. 저 멀리 익숙한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우타우는 자신도 모르게 발걸음을 재촉했다. 12cm의 구두도 속도를 올렸다. 탁. 경쾌하던 리듬 사이에서 둔탁한 소리가 났다. 우타우는 가까스로 무게중심을 잡고 슬며시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고개를 들었다. 시선이 맞닿았다.

 

“괜찮아?”

“······응.”

“흐엑, 몇 센티야? 이렇게 높은 걸 신고 뛰니까 부러지지.”

“안 뛰었거든, 바보야.”

 

넘어졌으면 어쩔 뻔했어. 붙지 않는 신과 굽을 살펴보며 걱정을 한가득 늘어놓는 쿠카이를 보니 이루 말할 수 없는 창피함이 밀려왔다. 역시 바보 같았다. 바보 우타우. 오늘의 맛집 탐방, 아니, 데이트는 이렇게 끝나는 걸까. 우타우는 그냥 이 순간이 빨리 끝나서 집으로 돌아가 이불을 뒤집어쓰고 싶었다.

쿠카이는 잠시 생각을 하고는 우타우를 불렀다. 우타우는 무슨 생각을 골똘히 하는지 넋이 빠진 대답만을 늘어놓았다. 쿠카이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일단은 우타우를 벤치에 남겨뒀다.

 

“자, 타!”

“자전거?”

 

쿠카이는 특유의 밝은 웃음을 머금고 자전거 핸들을 붙잡았다. 근처에 있는 단골 슈퍼에서 잠깐 빌렸다나. 이번엔 우타우의 얼굴이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변했다. 가만히 앉아 자신을 바라보기만 하는 우타우를 보며 쿠카이는 무언가 생각이 났다는 듯 자전거를 고정시켜두고 그에게 다가갔다.

 

“뭐, 뭐야? 왜?”

 

쿠카이는 그대로 우타우를 안아 자전거 뒷자리에 앉혔다.

 

“어디 다친 거 아니야? 오늘은 집에 데려다줄게.”

 

그러고는 대답할 새도 없이 페달을 밟았다. 우타우는 그의 허리를 붙잡고 그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예전보다 넓어진 등, 확 자란 키. 하지만 자전거에 앉아있는 탓에 조금은 가까워진 그의 얼굴. 우타우는 이제 괜한 승부욕을 부리지 않기로 했다. 가만히, 바람에 몸을 맡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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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카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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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 '키 차이'로 민사님과 2인 합작 진행했습니다!

제 글의 한 장면을 민사님이 너무나 아름답게 그려주셨어요ㅠㅜㅠㅜㅠㅜㅠㅜㅠ

대뜸 들이댄 저의 요청을 수락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흑흐긓긓 오딱꾸 행복해

 

 

굳이 추가하자면

그러고 이후에 우타우의 집에 가서 집 데이트를 했다는 이야기

기회가 된다면 쿠카우타 집 데이트도 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