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릭캐릭체인지(Shugo Chara!)/연성

[나기리마] 전하지 못한 온기

손도라/핸디 2023. 8. 24. 01:26






[나기리마] 전하지 못한 온기

W. 손도라






"이거, 떨어져있었어."

리마는 미닫이 문을 열고 들어온 나기히코를 한 번 쳐다보고는 다시 제 손에 쥔 사진에 시선을 고정시켰다.

"아, 앨범 필름이 헐거워서 빠졌나 봐."

이따 꽂아두겠다며 받아가려는 손짓에도 리마의 눈길은 꼿꼿이 사진을 향해있었다. 나기히코는 리마를 등지고 손때 묻은 앨범들과 어질러진 주변을 가볍게 정돈했다. '초등학교 때 사진인가?'라고 툭 던져봤지만 이상하게 대답이 돌아오지 않았다. 나기히코는 습관처럼 속을 다잡고 리마의 옆에 살풋 걸터앉았다. 그의 예상대로 사진 속에는 두 사람 모두가 잘 아는 얼굴들이 제각각의 환한 웃음을 띄고 있었다. 아무, 타다세, 야야, 쿠카이 그리고···.

"오랜만이네, 나데시코."

나기히코는 저도 모르게 씁쓸한 어투로 말했다. 누가 들어도 감정 실린 언사에 놀란 나머지 재빨리 리마의 표정부터 확인했다. 리마는 동요하지 않은 채로 그저 평온하게 집중하고 있을 뿐이었다. 이럴 때가 제일 어렵단 말이지. 나기히코는 부자연스럽게 준비시켰던 이런저런 말들을 삼켰다.
툭 하면 '나데시코가 보고싶어'라는 말로 당황하게 만들던 시기가 있었다. 시간이 흘러 크고 작은 사건들을 지나 조금 특별하게 변한 지금은 당당하게 '나기히코'로서 온전히 마음을 나누게 되었다고 생각했다. 불과 몇 분 전까지는 말이다. 그 자신감이 이런 사진 한 장에 무너질만큼 알량했을 줄이야. '넌 생각이 너무 많아서 탈이야' 문득 둘도 없는 친구에게 종종 받았던 충고가 떠올랐다. 웃기지도 않는 타이밍에 떠오른 절묘한 충고였다.

"···하지만 이럴 땐 어쩔 수 없잖아."
"뭐?"
"어?"

속으로 한다는 말이 나도 모르게 입 밖으로 나온 상황에서는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까. 그의 고민은 언제나 또 다른 고민을 낳았다.

"무슨 말이야?"

상대에 따라서 대단히 어려운 질문으로 변할 수도 있다는 사실은 야속하게도 상대편에서 알기 어렵다. 그렇지만 그 상대가 이런 복잡한 속도 알 리가 없으니 그 또한 어쩔 수 없다. 이렇게 동요한 표정으로 쉽사리 어떤 말도 붙이지 못하는 모습이 답답해 재촉해오는 것은 무척 당연한 반응이다. 커다란 눈망울이 보내는 어떤 단단함에 나기히코는 그만 맥을 풀고 말았다.

"나데시코 보고싶어?"

한 번 엎질러진 물은 주워담을 수 없다. 이번에는 나기히코가 시선을 피해 문제의 사진을 응시했다. 어떤 대답을 듣게 될지 예측하는 순간순간이 조금 괴롭기까지 했다. 적어도 그땐 괴롭다고 생각할 정도는 아니었는데 말이다. 아직도 제 자신과 싸우는 처지가 우스운 걸 넘어서 어쩌면 업보일지도 모른다는 자학이 또 다시 그를 옭아맸다. 나데시코가 보고싶다는 말을 듣는다면 어쩔 수 없이 머리를 틀어묶을 제 미래를 상정하는 것까지 참으로 완벽했다. 나기히코는 그렇게 머리끈이 있을 주머니에 손을 가져갔다.
이 다음은 당연히 손에서 가느다란 끈의 형태가 느껴져야 했다. 이상하게도 온기가 느껴졌다. 손에서도, 볼에서도.

"너 바보 아니야?"

리마는 발그레해진 뺨을 한 채 의도적으로 시선을 피했다. 잡혀있는 손에는 점점 힘이 실렸다. 나기히코는 그제야 복잡한 생각 대신 자신의 감정만을 따르기로 했다. 조심스럽지만 저항할 틈은 내주지 않게, 그가 이끄는 대로 입술과 입술 사이에서 다정한 온기가 오고갔다. 안심했다고 솔직하게 말하면 화내겠지. 창피할 테니까. 다시는 불안감에 스스로를 빼앗기지 않으리라 다짐하며 나기히코는 몸에 힘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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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만에 쓰는 나기리마야ㅠ
진단메이커에서 '손때 묻은', '옭아매는', '독백'이라는 키워드를 받았는데 독백은 대충 뭉갰음ㅋㅋㅋ
퀄리티는 모르겠고 쓰는 동안 상상하면서 넘 행복했다!!!!!
스킨십 묘사 더 하고 싶었는데 그럼 회지 낼 정도로 길어질 것 같아서 끊었음
이 뒤는 나만 알기로 ^_^)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