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릭캐릭체인지(Shugo Chara!)/연성

[이쿠아무] Sakura Dream

손도라/핸디 2021. 7. 27. 23:59

 

 

 

 

 

[이쿠아무] Sakura Dream

W. 손도라

 

 

 

 

“네가 어른이 됐을 때는···.”

“······.”

“맞이하러 오겠다고 약속할게.”

 

양치질을 하다가 다시금 어이가 없어서 웃음을 흘렸다. 아무는 신경질적으로 입 안을 헹구며 거울 앞의 자신과 눈싸움을 했다. 그 시절보다는 조금 길어진 머리칼, 조금 더 자란 키와 성숙해진 분위기. 오랜만에 만난 친척 어르신들은 이제 다 컸다며 입이 마르도록 칭찬할 시기도 훌쩍 넘었다. 그래봤자 갓 대학교에 입학한 학생이지만 어린아이 소리를 들을 나이는 아무튼 넘었다. 뜬금없이 양치질 할 때 생각난 지난밤의 꿈이 너무나도 괘씸했다. 금방 돌아온다면서. 맞이하러 오겠다면서. 그렇다고 그 간 연락을 안 한 건 아니지만 실제로 얼굴을 보고 안 보고는 겪어본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차이다.

문 밖을 나서니 산뜻한 봄바람이 볼을 간질였다. 다른 계절에 비해 비교적 짧지만 강렬하고 포근한 봄이 완연했다. 바람에 날리는 벚꽃 잎이 시야를 어지럽혔다. 마지막으로 만난 것도 지난 봄, 벚꽃이 만개한 날이었다. 그가 떠나는 날 무심하게도 소나기가 내렸지만. 스르륵 떨어지는 꽃잎을 보니 괜히 코끝이 시큰해졌다. 왜 이애. 하루 이틀도 아니잖아. 금방 돌아올 거야. 그런 자기 위안이 무색하게도 눈꼬리엔 슬픔이 맺혔다. 길 한가운데서 히나모리 아무는 그렇게 한바탕 눈물을 쏟아내고 말았다.

벤치에 앉아 감정을 추스르고 나니 또 다시 벚꽃 잎이 흩날렸다. 마음가짐이 쉽지 않았다. 예쁘게 핀 벚나무 아래에서 함께 사진을 찍는 연인을 보니 마음이 쓰라렸다. 볼 일도 볼 겸 가볍게 꽃구경이나 하려고 나온 건데 그 꽃구경이 전혀 즐겁지 않다니 꼴이 참 우스워졌다. 아마 누군가는 꽃을 보고 우는 자신을 두고 참 궁상맞다고 할지도 모른다. 제 자신부터 그렇게 생각하고 있으니까.

떨어지는 벚꽃 잎을 우연히 잡으면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한다. 아무는 초점 없는 눈으로 손을 뻗어보았다. 하늘을 수놓는 벚꽃 잎은 무수히 많았지만 그 중 어떤 것도 그의 손 안에 들어오진 않았다. 아무는 두 손으로 얼굴을 한아름 감싸 쥔 뒤 벌떡 일어나 제 양 뺨을 가볍게 때렸다.

 

“괜찮아! 금방 올 거야!”

 

항상 그랬던 것처럼 소식도 없이 나타날 것이다. 한바탕 울고 나니 특유의 긍정회로가 더 잘 돌아가는 것 같았다. 그것이 착각이든 진실이든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근처 편의점으로 들어가 바구니 한가득 과자를 채웠다. 계산대가 가득 찰 정도였다. 묵직한 비닐봉투를 들고 아무는 다시 집으로 향했다. 오늘은, 양껏 먹고 푹 자자. 모처럼의 휴일을 어이없는 눈물 바람으로 얼룩지게 할 순 없지. 그렇게 생각하며 스스로에게 힘을 넣었다. 쿠카이에게 배운 기합도 서너 번쯤 반복했다.

그런 노력이 하나도 소용없었던 걸까. 집 앞에 가까워질수록 그의 생각이 더 짙어졌다. 혹시나 문 앞에서 나도 모르게 기다리고 있진 않을까. 옛날처럼 집 앞에 있는 큰 나무 아래에서 훅 내려오진 않을까. 상상하면 할수록 그 때 그 날들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어서 집에 가서 잠들어야지. 푹 자고 일어나면 괜찮아질 거야. 어쩌면 꿈에서라도 만날 수 있을지도. 수많은 생각을 하며 현관문을 열었다.

 

“안녕.”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스스로 느끼기에도 두 눈이 커지고 입이 다물어지지 않고 있었다. 설마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건가. 힘 빠진 손에서 떨어진 묵직한 비닐봉투 소리가 적막을 깨는 걸 보니 꿈은 아닌 것 같았다. 얼굴은 물론이요, 다리도 선명하게 보였다. 아무는 그렇게 또 한 번 울음을 터트렸다.

 

 

* * *

 

 

“다 울었어?”

“제발 연락 좀 하고 와, 바보고양이.”

그의 품에 안겨 아직 울먹한 목소리로 말했다. 오랜만에 만난 두 사람은 침대 한 켠에 기대어있었다.

 

“손 위로 벚꽃 잎이 떨어졌어.”

 

아무는 갑자기 무슨 말이냐며 그를 올려다보았다.

 

“그걸 보니까 갑자기 네가 보고 싶어져서. 연락할 새도 없이 달려왔어. 미안해.”

“···바보고양이.”

 

세간에는 이런 미신이 있다. 떨어지는 벚꽃 잎을 우연히 잡으면 소원이 이루어진다. 아무에게는 소원이 있었지만 벚꽃 잎이 와주진 않았다. 약 올리듯 꽃잎을 떨어트리던 벚나무가 그를 가엽게 여긴 것일지도 모른다. 아무의 소원을 이루어지진 않았지만 오늘만큼은 그 미신이 사실일지도 모른다고, 그는 그렇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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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 '벚꽃'으로 연성했습니다!

요즘 시체처럼 누워지내다보니까 연성하는 걸 낙으로 사는 것 같음

집 문은 뭐 늘 그렇듯(?) 아무의 어머님이 열어주셨겠죠

아무가 자취를 하나 아직 가족들이랑 사나 그것은 읽는 분들의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실제로 이쿠토가 1년이나 아무를 보러오지 않을 거라 생각하진 않지만

사람 일은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타의에 의해 비슷한 기간만큼 못 볼 때가 생기지 않을까

연락은 나름 자주하는 바보고양이

암호문 같은 문자를 보내거나 대뜸 사진을 보낸다거나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