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ee! 시리즈/연성

[마코하루] 혼자 있는 방

손도라/핸디 2019. 1. 19. 22:31

[마코하루] 혼자 있는 방

W. 손도라





그럼, 하루 다녀올게.”

 

마코토가 본가로 내려갔다. 평소라면 둘이 함께 내려갔겠지만 마코토는 어머니가 갑자기 허리를 삐끗하셔서 급하게 내려가야 했다. 하루카는 여름 합숙 훈련을 앞두고 마지막 휴일을 보내는 입장이라 이번에는 같이 갈 수 없었다. 매주 본가에서 오는 안부 전화와 먼저 내려가는 마코토를 통해 안부를 전할 뿐이었다.

마코토는 걱정이 너무 많았다. 그는 현관문을 나서기 직전까지도 내가 없다고 욕조에 너무 오래 있으면 안 돼.“ 라던가 냉장고에 있는 반찬들 골고루 챙겨먹어야 해.“ 같은 말들을 몇 번이나 얘기했다. 하루카는 자체적으로 한 번 이상 들은 말은 귀 밖으로 흘려보냈다. 마코토는 나갈 때 꼭 하나씩 무언가를 빼먹어서 하루카가 챙겨주곤 한다. 그렇지만 나가기 전 하루카에게 뽀뽀나 허그를 하는 것은 잊지 않았다. 마코토가 짐을 챙긴다고 방 안을 한바탕 휩쓸고 나가니 방 안이 썰렁해졌다. 배웅을 마친 하루카는 현관 앞에 서서 멍하니 방 안을 응시했다. 마코토가 있을 때면 그가 하는 일상 이야기가 방 안을 가득 채웠고, 하루카는 경청하며 간간이 대답을 할 뿐이었다. 그렇게 시끌벅적한 방도 아니었지만 또 마냥 조용한 방은 아니었다. 적어도 하루카에겐 그랬다.

해가 지고 날은 금방 어두워졌다. 그날따라 이상하게 개나 고양이의 울음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어쩌면 한 번쯤은 길고양이가 울었을 수도 있겠지만 하루카에겐 들리지 않았다. 하루카는 저녁을 먹은 뒤 다 먹은 그릇과 반찬들을 치웠다. 씽크대에 그릇을 넣다 문득 마코토의 음성이 들리는 듯 했다. 이 시간이면 마코토는 오늘 설거지는 내가 할게.“라던가 나 차 끓일 건데 하루도 마실래?“ 같은 말을 건넸을 것이다. 하루카는 잠시 생각하다가 찬장을 열어 녹차가루를 꺼냈다.

하루카는 잘 우린 녹차와 귤 바구니를 들고 탁자 앞에 앉았다. TV에선 토크쇼의 엠씨가 게스트와 만담을 주고받고 있었다. 토크의 내용이 너무 저급하고 시끄러워 채널을 돌렸다. 한 번 두 번 마땅히 눈길을 끄는 채널을 찾지 못한 하루카는 TV를 껐다. 그리고는 녹차를 한 모금 마신 뒤 귤 하나를 만지작거렸다. 마코토는 귤을 까는 데에 조금 서툴렀다. 하루처럼 예쁘게 귤을 까고 싶다며 조심조심 껍질을 벗겨냈지만 마코토의 손에서 뜯겨지는 껍질들은 꽃잎이 되지 못한 채 조각조각 찢어지곤 했다. 하루카는 예쁜 꽃 모양으로 벗겨진 귤 껍질을 보며 마코토를 떠올리고는 피식 웃음을 지었다

그때 하루카의 스마트폰이 울렸다. ‘신축 아파트 입주 환영···‘ 스팸 메시지였다. 마코토는 하루카에게 스팸메시지가 왔을 때 차단하는 법을 알려준 적이 있다. 하루카는 마코토가 가르쳐준 내용을 찬찬히 되짚어가며 이전에 온 스팸메시지들까지 서너 개 정도 차단했다. 그러다 마코토의 연락처가 눈에 띄었다. 하루카의 스마트폰으로 가장 많이 연락해오는 사람은 마코토였다. 기록을 확인하지 않아도 아마 자타공인 인정받을 사실일 것이다. 스팸메시지를 차단하려 들어간 최근 기록에도 마코토로부터 남겨진 기록은 상당했다. 하루카는 최근 기록에 적힌 마코토의 이름을 바라보았다. 마코토와 떨어진 지 한나절 밖에 되지 않았는데 하루카는 왠지 그 이상 떨어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마코토의 이름을 손가락으로 한 번 쓸었다. 그러자 화면은 갑자기 하루카의 얼굴을 비췄다. 하루카는 당황하며 화면을 이리저리 눌러보며 다시 원래대로 돌려내려 애썼다. 우여곡절 끝에 통화 종료 버튼을 누르려는 순간이었다.

 

하루?”

 

한나절만에 보는 연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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