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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츠나오] 볕이 드는 곳

손도라/핸디 2020. 8. 23. 22:28

나츠나오 합작 'Grow Up In Summer'

  

[나츠나오] 볕이 드는 곳

W. 손도라

 

 

 

창문 너머로 햇볕이 따갑게 쏟아졌다. 나오는 미간을 찌푸리며 재빨리 커튼 줄을 풀었다. 커튼이 창문을 완전히 가리니 쨍한 빛은 사라지고, 방 안의 채도가 한순간 내려갔다. 나오는 커튼 줄을 힘없이 붙잡은 채로 그 자리에 머물렀다. 왜인지 모르게 가장 최근에 본 것 같은 바깥 풍경이 머릿속을 가득 메웠다. 힘을 잃은 낙엽 몇 개, 강가를 채워가는 노르스름한 갈대밭, 조금 무거워진 행인들의 옷차림. 릴레이처럼 강렬했던 그 해 여름은 어느새 조금씩 시간의 저편으로 물러나고 있었다.

나오는 침착하게 머릿속을 정리한 뒤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 그러나 그가 책상에 앉아 놓았던 펜을 잡으니 이번엔 책장 한 구석에 얹어진 지구본이 괜히 눈에 들어왔다. 나오는 머리를 쓸며 한숨을 쉬었다. 그는 머리를 쓸다 만 채로 이마에 손을 짚었다. 그의 바람과는 달리 시선은 어느 한 곳으로 서서히 초점을 맞춰갔다.

 

* * *

 

“여름도 곧 끝나는구나-.“

“그러네.”

 

나츠야는 펜을 굴리며 창밖 먼 곳을 응시했다. 그나마 소홀히 하지 않는 과목이지만 이미 집중력은 가루가 되어가던 참이었다. 시험공부에는 그다지 집중력이 뛰어나지 않은 편인지라 오늘도 어김없이 그의 목구멍 끝에는 ‘잠깐 쉬었다가 할까’라는 말이 차올랐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나오에게는 이런 상황이 전혀 낯설지 않았다. 그는 곧은 자세로 부지런히 책장을 넘기며 말했다.

 

“나츠야, 휴식은 다음 페이지까지 하고.”

“···한 페이지 정도는 괜찮잖아?”

 

나츠야는 그렇게 말하고는 슬며시 펜을 내려놓았다. 평소 같았으면 이후 나츠야의 어물쩡 넘어가려는 스킬이 단호하게 잘라졌을 시점인데도 나오는 흐트러짐 없이 문제집을 넘겼다. 뒷장을 향해 막힘없이 넘어가지 않고 한두 번씩 앞뒤를 오가며 팔락였다. 그러다 그 또한 어느 순간 조용히 펜을 내려놓고는 나츠야와 함께 창밖을 바라보았다. 그의 집중력이 나츠야와 비슷하게 끊기는 날은 그리 흔하지 않았다.

나츠야는 자신도 모르게 손가락을 까딱거리며 바닥면을 가볍게 두드리기 시작했다. 그의 시선 끝에는 언제나 곁을 채워주던 상대가 머리를 부드럽게 쓸어 넘기고 있었다. 나츠야는 손가락을 잠시 멈추고 그 모습을 눈에 담았다. 두 사람 사이에는 낯선 정적이 수 분 간 이어졌지만 그리 불편한 기류는 흐르지 않았다. 그저 살살 불어오는 바람 같이 지나가고 있을 뿐이었다. 나츠야는 나오를 똑바로 응시한 채 자세를 고쳤다. 그의 입매는 그 어느 때보다 다부졌다.

 

“···나오, 할 말이 있어.”

 

나오는 평소와 조금 다른 기류에도 나츠야의 눈길을 거부하지 않았다.

 

“뭔데.”

 

나츠야는 조금 뜸을 들인 뒤 이내 자신의 오랜 결정을 내뱉었다.

 

“나, 유학 생각하고 있어.”

 

일전에 한 번인가, 나오는 진로를 고민하는 그에게 여러 선택지를 제시한 적이 있었다. 그 중에 나츠야가 말하는 유학도 있었지만 어린 나이에 유학은 쉬운 결정이 아니기에, 나오는 그 선택지를 대수롭지 않게 건넸었다. 요컨대 그때의 나오는 나츠야가 유학을 선택하리라고는 감히 상상하지도 못했던 것이다. 솔직한 심정으로 나츠야의 유학 발언은 마치 해로운 섬광 같았다. 0.5초 정도 현실을 부정하기도 해봤다. 그가 아무리 또래에 비해 침착하고 성숙하다 해도 남들과 조금 다른 출발, ‘유학’이라는 단어는 그를 뒤흔들기에 너무도 충분했다.

나오는 시선을 살짝 아래로 옮기며 물었다.

 

“어디로?”

“미국.”

 

눈을 맞출 수 없는 건 나츠야도 같았다. 두 사람은 적당한 크기의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서, 서로 마주하고 있지만 마주 보고 있지는 않았다. 스스로 자각하고 싶지 않을 정도의 감정이 밀물처럼 밀려왔다.

 

“그래.”

“너는 어떻게 할 거야?”

 

사실 세리자와 나오의 계획은 나츠야의 계획보다 더 이르게 성립되었다. 스포츠의학을 배우기 위한 진학. 아직 마무리 되지 않은 것이 있어서 이야기를 미뤘을 뿐이다. 원래 그의 계획은 오늘 생각을 마지막으로 갈무리 하고 몇 시간도 채 남지 않은 바로 다음 날 이야기 할 생각이었다. 나오는 그제야 나츠야와 눈을 맞췄다. 나츠야의 눈빛은 조금 떨리고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매우 진중했다. 수영부 부장으로서 부원들을 이끌던 그때처럼 아주 확실했다. 나오는 경직됐던 몸이 풀어지는 느낌을 받았다. 그는 곧 미소를 지으며 느리지만 흐리지는 않게 또박또박 대답을 꺼냈다.

 

“계속 할 거야. 조금 다른 방식으로,”

 

나츠야의 의문 가득한 표정을 보며 나오는 말을 이었다.

 

“스포츠의학을 배워서 트레이너로 나아갈 생각이야.”

 

나츠야의 입가에 안도감이 섞인 미소가 번졌다.

 

“그래. 좋은 생각이네.”

“고마워.”

 

* * *

 

나오는 서랍을 열고 엽서 한 장을 꺼냈다. 엽서 앞면은 화려한 랜드마크 일러스트가 눈에 띄었다. 나오는 일러스트를 보며 나츠야의 어딘가 부족한 미적 감각을 떠올렸다. 그의 입가에 완연한 곡선이 그려졌다.

 

‘이번엔 A 브랜드 커피야. 미국에서 요즘 뜨는 브랜드인데 끝 맛이 신기하대.’

 

적막했던 방 안에 커피향이 퍼져갔다. 나오는 커튼을 젖혔다. 하늘에는 길고 시원하게 뻗은 구름들이 그를 반겼다. 아주 잠깐이었지만 귓가에서 비행기 소리가 맴도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나오는 커피잔을 내려놓고서 엽서를 다시 바라보았다. 창밖에서 들어오는 맑은 햇볕이 엽서를 비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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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츠나오 합작을 참여하게 되다니 넘나 감개무량 하다...

합작 준비 모두 고생하셨습니다! 멋진 합작에 참여할 수 있어서 영광입니다!!ㅠㅠㅠ

사실 내가 주최지만 바지사장이었음

아무튼 멋진 합작들을 보시려면 아래의 링크로!!!

freenatsunao.wixsite.com/growupinsumm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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