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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사키스] 소원내기

손도라/핸디 2020. 12. 25. 22:30

※육아물

 

 

 

[아사키스] 소원내기

W. 손도라

 

 

 

 

“우리 애 말이야, 말문 트이는 게 좀 늦는 것 같지 않아?”

 

아사히는 잠든 아이의 가슴을 토닥이며 말했다. 그의 미간에는 보기 드문 고민의 흔적이 나타났다.

 

“음, 그런가?”

“츠쿠시는 한 살 되기 전에 엄마아빠 다 뗐는데 우리 애는 아직 옹알대기만 하잖아?”

“그치만 말 떼는 건 애들마다 다르다던데···.”

 

접시를 닦던 키스미는 손을 잠시 멈추고는 생각했다. 듣기로는 옆집 아이도, 앞집 아이도 12개월 전후에 말을 뗐다던데 사랑스러워 마지않은 그들의 아이는 아직도 옹알거리기만 할 뿐 제대로 된 단어를 뱉은 적이 없었다. 키스미는 걱정스러운 눈을 하며 누워있는 아사히와 아이에게로 다가갔다. 아사히는 당연하게 한 쪽 팔을 펼쳤고, 키스미 또한 당연하게 그 위에 머리를 얹으며 누웠다.

 

“병원이라도 데려가볼까? 요즘 아동센터 같은 거 잘 돼 있다던데.”

“누님한테 여쭤보는 건 어때?”

“누나도 마찬가지지 애들마다 다르다 하고···.”

“아사히가 말하니까 나도 살짝 걱정되네.”

 

키스미는 아사히 쪽으로 몸을 돌리며 그의 품에 살포시 안겼다. 아무리 아이마다 다르다지만 자식이 남들보다 느리다니 무엇인가 잘못되진 않을까 덜컥 겁부터 나는 초보 아빠들이었다.

 

“맞다, 하야토는? 하야토 어릴 때 기억 나?”

“하야토···, 모르겠는데. 그땐 나도 어렸잖아.”

 

키스미는 장난스레 웃으며 아사히의 머릿결을 정리해주었다. 초보 아빠들이자 아직 신혼인 두 사람의 온기에 색이 있다면 선명한 분홍색이 아닐까. 키스미의 손길에 가만히 눈을 감고 있던 아사히는 순간 간지럽다는 듯 피식 웃으며 품 안의 키스미를 꽉 끌어안았다. 아이가 자는 시간과 두 사람이 함께 느긋한 오후를 즐길 수 있는 시간은 그리 많지 않았기에 이 순간이 새삼 달콤하고 짜릿했다. 아이 걱정을 하던 그들은 어느새 두 사람의 세계로 빠져들어갔다. 때마침 들리는 아이의 뒤척임이 적절한 순간에 제동을 걸어주었다. 아사히는 아쉬운 듯 입을 삐죽 내밀었고, 키스미는 그런 그를 몹시 귀여워했다.

아사히는 무언가 골똘히 생각하는 듯 키스미를 바라보다가 재밌는 게 떠올랐다는 뜻을 눈썹에 한껏 담아 웃었다.

 

“우리 내기 할까?”

 

키스미는 갑자기 무슨 말이냐며 눈을 깜빡였다.

 

“누가 먼저 ‘아빠’ 소리를 듣는지 내기하자.”

“이긴 사람은?”

“소원 들어주기.”

“좋아.”

 

그 이후부터 두 사람은 두 사람만이 알 수 있는 치열한 노력을 시작했다. 아이에게 끊임없이 말을 거는 것은 물론이요, 시도 때도 없이 ‘아빠’라는 말을 입에 담았다. 언젠간 알아주겠지 라는 마음으로 시작한 내기지만 아이의 반응은 무미건조하기만 했다.

어느 날은 아이가 옹알대며 손을 뻗기에 긴장을 하며 아이의 입모양을 따라갔다. 그러나 아이는 여전히 옹알대며 자신의 아빠를 맑은 눈망울로 바라보기만 할 뿐이었다, 바쁜 육아에 그렇게 내기는 차츰 잊혀져갔다. 그저 아이가 빨리 ‘아빠’라고 불러주기만을 간절히 기다리는 마음만 남은 채로 시간은 흘렀다.

 

아이가 말을 뗀 시기는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은 때였다. 정확히 14개월. 아이는 자신의 생일날 활짝 웃으며 두 사람을 향해 입을 열었고 그들의 입가는 큰 곡선이 나타난 채 다물어지지 않았다. 아이를 격하게 안으며 둥기둥기를 하던 아사히는 그제야 무언가 생각난 양 키스미에게 물었다.

 

“우리 말이야. 뭐 하지 않았나?”

“어? 뭘?”

“아닌가.”

 

지금 아사히의 머릿속에는 온통 아이가 불러준 ‘아빠’ 소리로만 가득 차 있었다. 사실 키스미는 이 내기를 기억하고 있었다. 정확히는 아사히에 말에 잊고 있던 기억이 떠오른 것이었다. 아이는 키스미를 향해 “아빠”라고 해주었다. 이렇게 묻힌다면 세상에서 가장 허무하게 마무리 된 내기가 있다면 아마 이런 내기가 되겠지만 키스미는 그렇게 내버려둘 생각 따윈 추호도 없었다. 키스미는 아이가 잠든 아주 고요한 밤에 이 내기를 마무리 짓기로 하며 아사히의 어깨에 얼굴을 묻었다. 아사히는 여전히 기쁜 얼굴로 아이와 그를 안았다. 키스미가 준비한 소원이 무엇인지는 짐작하지도 못한 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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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악간 용두사미로 끝난 것 같지만 오랜만에 아사키스네요ㅎㅎㅎ

아사키스는 여전히 좋아합니다

이 갓컾을 어떻게 놓을 수가 있겠어요

사실 교류회 벌칙연성인데...(봄)(안 봄) 즐거웠습니다 그럼 된 거 아니겠습니까!

읽는 분들도 즐거우셨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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