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쿠아무] 가을의 단풍색 은은하게 광이 나는 구두 앞코가 유난히 눈에 띄었다. 살풋 발을 움직이니 부드러운 가을바람이 대답이라도 해주는 듯 옆머리를 쓸고 갔다. 아무는 팔을 쭉 뻗어 크게 기지개를 켰다. 힘찬 기지개 뒤엔 무력감이 뒤를 이었다. 바람결에 간간이 들리는 낙엽소리는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늘어져있는 사람의 마음을 위로해주는 것처럼 느껴졌다. 계절에 몸을 맡기니 좀 전까지 꿀꿀했던 기분이 사르륵 녹아내렸다. 지금 이 순간은 그 누구보다도 히나모리 아무에게 꼭 필요했던 순간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느끼는 감정에 보답이라도 하는지 가을바람은 조용히 대답했다. 치맛자락 위로 날아온 단풍잎 하나는 감성의 정점을 찍게 해주었다. “이제 정말 가을이구나. 가을은 예술의 계절이지.” “그리고 군고구마가 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