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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쿠아무] 봄비

[이쿠아무] 봄비 W. 손도라 손을 내미니 둥그스름한 물기가 하나, 둘 맺혔다. 물방울이 늘어날수록 밀려나는 빗물들에 손가락을 살짝 굽히니 손끝으로 스르륵 내려앉는 모양새가 퍽 즐거웠다. 번거롭지 않고 무난한 날씨는 햇볕이 적당히 내리는 맑은 날씨지만, 가끔씩 산책 중에 하늘빛이 바뀔 때면 손바닥을 가만히 펼쳐보는 버릇이 생겼다. 손 크기가 지금의 반절 밖에 안 되던 시절부터 즐기던 일종의 작은 놀이였다. 흐름이 이끄는 대로 맺히고 흩어지기를 반복하는 빗방울들을 보고 있으면 그 순간만큼은 옥죄던 무언가가 잊혀졌다. 잠시 동안의 작별을 건넸을 때, 가슴이 미어지는 한편으로 그 시절의 빗방울이 스며들었다. 이륙한 지 몇 시간이나 지났기에 보이는 것은 제각각의 모양을 가진 구름덩이뿐이었다. 비가 내릴 틈도 없..

[나기리마] 너의 생일

[나기리마] 너의 생일 W. 손도라 딸깍, 딸깍, 딸깍. 꽤나 규칙적으로 들리는 소리가 마치 시계침 같았다. 쿠스쿠스는 딸깍거리는 소리에 맞춰 고개를 움직였다. 다소 경박하게 들릴 법한 소리인데도 즐거워하는 쿠스쿠스는 이를 함께 즐기기 위해 주인을 불렀다. “리마-, 이 소리 재밌다. 그치!” “···” “리마?” 그가 뒤를 돌아보니 그의 주인은 근심 가득한 얼굴로 볼펜을 쉴 새 없이 괴롭히고 있었다. 쿠스쿠스는 다시 한 번 큰 소리로 리마를 불렀다. “리마-.” “···” “리-마-!” 화들짝 놀란 리마는 그제야 손을 멈추고서 쿠스쿠스를 바라보았다. “무슨 생각했어? 내가 몇 번이나 불렀는데.” 리마는 잠시 쿠스쿠스에 물음에 무어라 답할지 고민하다 느린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어, 미안. 딱..

[나기리마] 어떤 이야기

[나기리마] 어떤 이야기 W. 손도라 세이요 학원 초등부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학생회, 가디언. 가디언은 K체어, Q체어, J체어, A체어로 구성되어있으며, 올해까지는 예외로 특별직위인 JOKER가 함께 했다. 가디언에는 졸업생 가디언을 위해 멤버들이 졸업식을 직접 지휘하고 꾸며주는 전통이 있다. 그 전통은 올해도 여전히 이어졌고, 유일하게 재학생으로 남는 A체어 유이키 야야는 차기 가디언들과 함께 그들의 졸업식을 기획하게 되었다. 누군가에게는 아쉬운 이별, 또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시작이 되는 날. 벚꽃이 만개할 준비를 할 때 그들은 각자 또 다른 꿈을 위해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야야가 잘 진행했을까?” “야야는 이번이 두 번째니까 잘할 거야.” “그리고 이젠 후배들도 있으니까···.” “···그..

[나기리마] 안경

[나기리마] 안경 W. 손도라 안경의 기본적인 기능은 평균보다 낮은 시력을 가진 사람들에게 교정된 시력을 가져다주는 보조 도구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단순한 물건에도 구실을 잡아 거대한 이미지를 덧씌우기 마련이다. 불특정 다수에게 안경 쓴 사람을 보면 떠오르는 이미지를 나열해보라고 해보자. 그 중 상당수가 ‘지적인’, ‘박식한’, 똑똑한‘ 등의 형용사를 쓸 것이다. 안경이 발명된 지 얼마 안 됐을 적에는 부의 상징이기도 했다. 여러 가지 경우의 수가 맞아떨어져야 하지만 아무튼 안경이 가져다주는 1차적 이미지는 그리 나쁜 편이 아니다. “어때? 나 좀 똑똑해 보이지 않아?” 때문에 현대에서는 안경을 단순히 건강을 위해 쓰는 도구가 아니라 자신을 좋게 보이기 위한 수단 중 하나로 쓰기도 한다. 야야는 어설프게..

[나기리마] Surprise

[나기리마] Surprise W. 손도라 “저기요. 이거 떨어뜨리셨어요.” “아, 감사합니다.” 리마는 여자에게 감사를 표하고서 재빨리 손에 쥔 물건의 상태를 확인했다. 다행히 바닥에 떨어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거슬리는 얼룩이나 먼지 따위의 흔적은 없었다. 어젯밤 손수 만든 책갈피에는 복숭아꽃 한 송이가 코팅되어 있었다. 리본이 생각만큼 만족스럽게 묶이지 않아 몇 번을 풀어헤쳐야 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리본의 매무새를 다듬었다. “역시 리마는 복숭아꽃 같아.” “저번처럼 ‘작고 동글동글하고 귀여워서’라고 할 거면 그만 둬.” “아니, 그냥. 이 꽃만 보면 리마가 생각나거든.” 그렇게 말한 나기히코는 리마의 머리에 떨어진 복숭아꽃 한 송이 떼어 손에 쥐어주었다. 습관적으로 짓는 그의 미소가 왠지 얄미웠다...

[쿠카우타] 어른의 첫눈

[쿠카우타] 어른의 첫눈 W. 손도라 ‘자고로 겨울의 만찬은 거창할 필요가 없다. 눈에 보이는 선명한 온기와 보기만 해도 식욕을 돋우는 윤기, 그리고 소중한 사람과 함께라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일전에 본 칼럼의 한 구절이 생각나던 참이었다. 지금 나에겐 100년의 역사가 담긴 라멘 한 그릇과 이따금 심심하지 않게 해주는 사람이 옆에 있으니 서술자 입장에서는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상황이다. 적어도 5분 전까지는 그랬다. “상대적으로는 보기 힘드니까요. 그만큼 기대하게 되지 않나요?” “맞아요! 모든 로맨틱함의 시작, 겨울의 꽃이라고도 할 수 있죠. 오늘의 주제는 바로바로~ ‘첫눈’입니다!” 십대 여자아이들을 겨냥한 포맷은 언제나 비슷하다. 신비한 점괘, 뷰티 정보, 우정과 사랑. 지금 내 귀를 관통하는..

Free! DF 오만쥬 니기니기 마스코트 후기(feat.수납장)

오늘은!!! 기다리고 기다렸던!!! 만쥬 후기 기록하는 날!!!!!!!!!!!!!!!!!!!!!!!!! 작년 11월 11일 오랜 시간 구동을 안 하던 엔스카이(프리용 계정) 계정이 올린 의미심장한 트윗 이전에 간만 봤던 전적이 있어서 100% 기대도 안 했는데 이틀 뒤에 아주 반가운 신제품을 내주었다 간 보고 빠진 전적은 둘째치고 치비 이후로 만쥬 시리즈를 계속 내주는 장르가 없었기에 기대를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었음 프리는 심지어 치비 만쥬까지 총 3번이나 내줬던 터라 더 그랬고 근데 이렇게ㅠㅜㅠㅜㅠㅠ팬들이 염불을 외던 DF 버전까지ㅠㅜㅠㅜㅠ 엔스카이 느네 정말 한 번 사랑한다...(명수옹 빙의 어 나온 지 7년이나 되고 이젠 팬덤이 예전 같지 않으니까 많은 사람들이 만쥬의 시작은 뫄뫄 장르다 이러는..

Free! 시리즈 2020.02.13

20200202 대천사 마츠오카 린 탄생일

올해도 맞이하는 내 천사의 생일 (기립박수) 올해가 더 특별한 이유는 바로 생일자가 완벽한 좌우대칭을 이룬다는 점이다 20200202 캬 언제나 린을 위한 해가 되길 바라지만 올해는 린의 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음 이의 있는 사람? (탕 또 있나? 또 안정감 있게 올해는 내가 린의 생일을 축하하기 시작한 지 5년째 되는 해이다 5의 배수는 언제나 안정감을 주는 법 그래서 조금 특별하게 지금까지 2월 2일 자정에 맞춰 트위터에 올렸던 축하트윗을 모아봤다 사진은 블로그에 다 있으니 글 위주로 캡쳐함 15년도 하반기에 덕질을 시작하고 처음 축하해주던 16년도 옛날 트윗이라고 트윗이 소멸됐나 봄 시작부터 아주 상쾌하네ㅆ 그래서 요즘 트위터는 오래 되면 흔적 없이 사라지니 블로그에 기록을 장려하는 운동이 소소하..

Free! 시리즈 2020.02.02

달빛천사 15주년 기념 국내정식 OST 텀블벅 리워드 후기

제목을 뭘로 할까 고민하다가 프로젝트명을 그대로 쓰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좀 길어짐 동네슈퍼에서 빠삐코 쪽쪽 빨던 꼬꼬마는 어엿한 성인 덕후가 되었gee 여전히 돈 없는 찌끄레기지만 그래도 꼬꼬마의 금전 사정과는 차원이 다르gee(두둥 33,000원쯤이야 껄껄 15년이나 지난 고전장르를 공식적으로 다시 모셔준다는데 33,000원이 대수냐 오늘 넘 피곤해서 터덜터덜 귀가하는데 현관문 앞에 놓인 리워드 택배 보고 급하게 자체 수혈함 넘나 좋아 달빛천사 넘 재밌었다구 흑흑 원작은 한국 막장 드라마 싸대기 때릴 수준이었지만 원작도 애니도 사랑했던 진정한 처돌이 펀딩 프로젝트 소식을 접하자마자 헐레벌떡 후원한 덕에 가장 빠른 1주차 배송 대상이 되었다 오늘 받아본 거라 아마 가장 빠른 후기 중 하나가 아닐까 싶은..

기타 등등 2020.02.01

12월 서코(토) 방문 후기

때는 2019년 12월... 현생 마감이 한창이었지만 괜히 탈주하고 싶어서 가본 서코 근데 왜 이제서야 후기를 쓰냐면 바빴고 귀찮았음 암튼 중학교 때 어쭙잖은 오타쿠 흉내내면서 찐오타쿠인 친구 따라 한 번 간 게 전부인데 무슨 바람이 불어서 갔느냐 두구두구두구 사실 별 건 없고요 대존잘 지인분이 부스를 내신댔는데 통판 힘드실까봐 내가 감 원래 소비러는 부지런해야 해ㅇㅇ 부지런한 소비러가 남긴 기록물 내 장르 행사 나가듯이 계획을 세웠다 정말 딱 트친님 것만 사고 오기엔 입장료와 내 시간이 너무 아깝잖아요 그래서 몇 개 괜찮은 거 있음 겸사겸사 사자 해서 추려낸 게 저 난리...ㅋ... 서코가 어린 오타쿠들 노는 데라고 무시하는 사람들 나 같이 작정하고 찾아보면 10만원 우습게 쓴다 난 돈이 없어서 진짜 ..

기타 등등 2020.0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