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쿠아무] 봄비 W. 손도라 손을 내미니 둥그스름한 물기가 하나, 둘 맺혔다. 물방울이 늘어날수록 밀려나는 빗물들에 손가락을 살짝 굽히니 손끝으로 스르륵 내려앉는 모양새가 퍽 즐거웠다. 번거롭지 않고 무난한 날씨는 햇볕이 적당히 내리는 맑은 날씨지만, 가끔씩 산책 중에 하늘빛이 바뀔 때면 손바닥을 가만히 펼쳐보는 버릇이 생겼다. 손 크기가 지금의 반절 밖에 안 되던 시절부터 즐기던 일종의 작은 놀이였다. 흐름이 이끄는 대로 맺히고 흩어지기를 반복하는 빗방울들을 보고 있으면 그 순간만큼은 옥죄던 무언가가 잊혀졌다. 잠시 동안의 작별을 건넸을 때, 가슴이 미어지는 한편으로 그 시절의 빗방울이 스며들었다. 이륙한 지 몇 시간이나 지났기에 보이는 것은 제각각의 모양을 가진 구름덩이뿐이었다. 비가 내릴 틈도 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