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릭캐릭체인지(Shugo Chara!)/연성

[나기리마] 안경

손도라/핸디 2020. 6. 2. 23:28

 

 

 

 

[나기리마] 안경

W. 손도라

 

 

 

안경의 기본적인 기능은 평균보다 낮은 시력을 가진 사람들에게 교정된 시력을 가져다주는 보조 도구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단순한 물건에도 구실을 잡아 거대한 이미지를 덧씌우기 마련이다. 불특정 다수에게 안경 쓴 사람을 보면 떠오르는 이미지를 나열해보라고 해보자. 그 중 상당수가 ‘지적인’, ‘박식한’, 똑똑한‘ 등의 형용사를 쓸 것이다. 안경이 발명된 지 얼마 안 됐을 적에는 부의 상징이기도 했다. 여러 가지 경우의 수가 맞아떨어져야 하지만 아무튼 안경이 가져다주는 1차적 이미지는 그리 나쁜 편이 아니다.

 

“어때? 나 좀 똑똑해 보이지 않아?”

 

때문에 현대에서는 안경을 단순히 건강을 위해 쓰는 도구가 아니라 자신을 좋게 보이기 위한 수단 중 하나로 쓰기도 한다. 야야는 어설프게 다리를 꼬며 검지로 안경의 중심테를 살짝 건드렸다. 얼굴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던 안경알은 보기와는 달리 가볍게 위로 올라갔다 내려왔다. 도도해보이려고 살포시 감은 눈은 덤이었다.

 

“갑자기 웬 안경?”

“잘 어울리네. 귀엽다.”

 

그들은 나름대로 후배의 낯선 모습에 정성스럽게 반응해주었다. 그러나 야야는 원하는 반응이 아니었는지 곧바로 본래의 익숙한 모습을 보이며 입을 삐죽 내밀었다.

 

“그게 아니지! 다시 한 번 봐 봐. 나 똑똑해 보이지 않아?”

“별로.”

“우우, 미워.”

 

‘하지만 잘 어울려.‘라고 덧붙이는 리마는 상냥했다. 야야는 함께한 시간만큼 그 상냥함을 잘 알고 있었지만 나는 지금 삐쳤으니 어서 달래달라는 태도를 유지했다. 안경은 벗은 야야는 여느 때와 같은 귀여운 어리광쟁이였다. 오늘의 달래주기는 잭의 몫이 되었다. 퀸은 개의치 않고 홍차를 홀짝였다.

 

“요즘 유행하는 패션 아이템이지? 안경 쓰는 애들이 조금 늘어난 것 같더라.”

“맞아, 맞아. 요즘 지적인 여성이 매력적이라고 해서 우리 반에도 안경 쓴 애들이 많아졌어!”

 

야야는 언제 삐쳤냐는 듯 금방 활기를 띠며 나기히코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리마도 은근슬쩍 대화에 참여하며 야야를 따라갔다. 그들은 그렇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패션을 주제로 이야기꽃을 피웠다. 분위기 메이커 야야와 젠틀하게 이를 받쳐주는 나기히코, 핵심을 집어서 기반을 다져주는 리마. 이 조합은 카페에서 무려 5시간을 대화로만 보낸 적이 있을 정도로 굉장한 토크 트리오였다.

아무와 타다세가 각자의 사정으로 먼저 일어선 뒤, 남아서 뒷정리를 하던 세 사람은 그렇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티팟을 비웠다. 이 대화가 잠시 끊긴 것은 얼마가 지난 뒤였을까. 야야는 기운차게 울린 전화를 받고선 동생을 봐줘야 하는 날인 것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는 말을 남긴 채 급하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순식간에 벌어진 상황 전환이라 야야는 나기히코와 리마가 건네는 인사도 제대로 받지 못 했다. 남겨진 그들은 시간이 늦었으니 돌아가자는 말을 시작으로 침착하게 테이블을 정리했다.

 

* * *

 

테이블을 닦던 리마는 의자에 놓인 안경을 발견하고는 얕은 한숨을 내쉬었다. 하여간 덜렁댄다니까. 급하게 자리에서 일어나느라 미처 챙기지 못했던 모양이다. 리마는 야야에게 메시지 한 통을 보내고 자신의 가방에 안경을 집어넣다가 별안간 샘솟는 호기심에 안경을 다시 들어올렸다. 금속 재질로 된 무난한 디자인의 오버사이즈 안경은 자연스러운 광을 내뿜고 있었다. 나기히코는 티팟세트를 정리하러 갔기에 리마를 볼 수 없는 곳에 있었다. 리마는 재차 주위를 살핀 후에 조심스럽게 안경테를 하나씩 젖히고서 제 얼굴로 가져갔다. 처음 써보는 안경은 살짝 불편한 감이 있었지만 리마는 뭐든 처음은 불편하기 마련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넘기고는 유리창으로 다가가 자신의 얼굴을 비춰보았다.

 

“어울리는 건가··.”

“리마도 잘 어울리는데?”

 

화들짝 놀란 리마는 재빨리 안경을 벗어 뒤로 숨겼다. 얼굴이 달아오르는 것을 느꼈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더 꼴사나운 모습을 가장 보이기 싫은 상대에게 들킨 지금 상황이었다. 나기히코는 옅게 웃으며 말했다.

 

“너무 세게 쥐면 부러질 텐데-.”

 

그 말에 놀란 리마는 곧바로 손에 힘을 풀며 태연한 척 대꾸했다.

 

“나, 나도 알거든. 넌 엿보는 게 취향이니?”

“너무하네-. 난 가방을 가지러 온 것뿐인데.”

 

나기히코는 제가 생각해도 지금 본인의 표정이 얄밉다고 생각했다. 그의 마음대로라면 이 상황은 더 없는 행운이었지만 아직은 때가 아니었다. 이를 알 리 없는 상대는 마치 예민한 고양이처럼 성을 내며 그 자리를 떠났다. 나기히코는 새어나오는 웃음을 멈출 수 없었다.  표정을 필사적으로 감추며 멀찍이 걸어가고 있는 리마를 뒤쫓을 뿐이었다. 오버사이즈 안경을 조심스럽게 붙잡고 있던 조그만 손과 태어나서 처음 써보는 안경에 설렘을 느끼던 그 표정을 봤다면 누구라도 그랬을 것이다. 나기히코는 그렇게 생각했다. 적어도 그에게는 저항할 힘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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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키워드 연성

키워드 '안경', '작은 손' 감사합니다!

키워드 연성 너무 재밌어 힝힝히

일단은 나기히코 짝사랑 상태입니다 리마는ㅋㅎㅋㅎㅋㅎㅋ어차피 사귈 텐데 힛

저 셋을 콕 찝어서 토크 트리오라고 했지만 작 중 등장인물 모두 합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생각한 키워드는 싫고 꼭 남이 던져줘야 술술 쓰는 관종덕후

항상 관종덕후와 놀아주시는 분들께 매우 감사드립니다 평생 낙림캐체 하기예요 아시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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