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릭캐릭체인지(Shugo Chara!)/연성

[나기리마] 너의 생일

손도라/핸디 2020. 6. 7. 21:32

 

 

 

 

[나기리마] 너의 생일

W. 손도라

 

 

 

 

딸깍, 딸깍, 딸깍. 꽤나 규칙적으로 들리는 소리가 마치 시계침 같았다. 쿠스쿠스는 딸깍거리는 소리에 맞춰 고개를 움직였다. 다소 경박하게 들릴 법한 소리인데도 즐거워하는 쿠스쿠스는 이를 함께 즐기기 위해 주인을 불렀다.

 

“리마-, 이 소리 재밌다. 그치!”

“···”

“리마?”

 

그가 뒤를 돌아보니 그의 주인은 근심 가득한 얼굴로 볼펜을 쉴 새 없이 괴롭히고 있었다. 쿠스쿠스는 다시 한 번 큰 소리로 리마를 불렀다.

 

“리마-.”

“···”

“리-마-!”

 

화들짝 놀란 리마는 그제야 손을 멈추고서 쿠스쿠스를 바라보았다.

 

“무슨 생각했어? 내가 몇 번이나 불렀는데.”

 

리마는 잠시 쿠스쿠스에 물음에 무어라 답할지 고민하다 느린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어, 미안. 딱히 고민할 이유도 없을 대답이었다. 스스로 생각해도 어이없는 대답에 리마는 급하게 뒤를 이었다. 나중에 돌이켜보면 기억나지도 않을 의식의 흐름이었다.

섀먼핑크톤의 꽃무늬가 과하지 않게 장식된 편지지는 방금 막 비닐에서 나온 새 것 같았다. 사실 비닐에서 나온 지는 반나절도 넘었지만 교환이나 반품을 요청한다면 받아줄지도 모를 상태가 지금까지 이어졌다. 리마는 홧김에 볼펜을 내려놓으며 정말 그렇게 할까 싶었지만 영문을 알 수 없는 책임의식에 다시 펜을 들었다. 이제 얼마 남지 않은 그의 생일을 위해 처음으로 편지를 써보려 했다. 사귄 후 처음으로 맞는 연인의 생일이었다. 쿡쿡 웃는 쿠스쿠스에게는 ‘받은 게 있으니까 이 정도는 해야지.’라고 했지만 편지지를 고르는 리마의 눈빛은 까다롭고 진지했다. 언제인지 기억도 안 날 적에 들은 라디오에서 말하길, 진심으로 좋아하는 상대에게 써주는 편지는 편지지의 디자인이 시작의 반이라고 한다. 그때는 그 말이 쓸데없는 조언이라고 생각하며 비웃었는데 문득 편지지를 구입할 때의 본인의 모습을 회상하니 그게 딱 그 짝이었다. 원래 시작이 어려운 법이 아닌가. 스스로도 따라잡을 수 없는 강력한 의식의 흐름에 리마는 순간 머리가 멍해졌다. 그리고는 다시 처음으로 돌아와 이성을 불러냈다. 내가 왜 이런 거에 시간을 쏟고 있지. 리마는 다시 볼펜을 만지작거렸다. 이런 거라니, 남자친구 생일이잖아! 머릿속에서 상반된 목소리가 맴돌았다. 쿠스쿠스의 목소리로 대변되었지만 진짜 쿠스쿠스는 알 속으로 들어가 잠을 청한 지 오래였다.

그 후로 얼마나 지났는지 알 수 없었다. 책상위에는 구겨진 여분의 편지지가 굴러다니고, 시계의 큰 침은 3과 4 사이에 머물러있었다. ‘생일 축하해, 나기히코.’ 그 동안 쓴 내용은 이게 전부다. 이래봬도 국어 관련 성적은 상위권이고, 좋아하던 개그쇼 입장권에 당첨되기 위해 추첨 엽서를 100장이나 써봤다. 하지만 이것과는 전혀 다른 문제다. 리마는 그렇게 생각했다. 마음을 담는다느니, 솔직하게 드러낸다느니 하는 진심을 글로 드러내는 일은 생각해보니 처음이었다. 차라리 적당히 몇 줄 적어서 때울 수 있는 엽서를 살 걸 그랬다며 후회했지만 버스는 이미 리마와 반대 방향인 종점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새벽 4시 47분, 약속시간까지는 7시간 넘게 남았지만 리마에겐 그 7시간도 촉박했다. 리마는 그제야 천천히 한 자, 한 자 써내려갔다. 어떤 마음으로, 어떤 내용을 쓰고 있는지는 자신도 몰랐다. 너무 고심하니 고민할 기력도 체력도 더 이상 남아있지 않았다. 그저 나오는 대로 터질 것 같은 마음을 쏟아 부었다.

 

* * *

 

“그거, 내 거야?”

“여자친구보다 선물이 먼저니?”

“에이, 그럴 리가.”

 

습관적으로 웃음을 흘리는 나기히코를 보니 리마의 심장은 더욱 더 세게 요동쳤다. 겉으로는 태연한 척 퉁명스러운 농담을 던졌지만 선물과 편지가 든 쇼핑백을 들고 있는 손은 뜨겁게 달아올라 있었다. 리마는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생일 축하해.”

 

리마는 짧지만 진심이 담긴 축하말과 함께 쇼핑백을 건넸다. 마침내 새벽을 담은 섀먼핑크 버스가 제 손을 떠났다. 내가 뭐라고 썼더라. 아, 모르겠다. 막상 손에서 떠나보내니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이제 다음 난관은 오늘이 막 지나기 전 늦은 밤에 편지를 확인한 그를 대응하는 일이다. 대비하고 싶어도 대비할 수 없었다. 리마는 일단 지금 이 순간 그에게 집중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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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억억 나기리마 전력 60분 첫 시작을 축하합니다!!!!!! 메이저의 꽃 전력!!!!!! 내 쵱컾 메이저 됐어!!!!!!

아무 생각없이 급하게 쓴 건데 나기히코 생일이 한 달도 안 남았네요

생일날 후속작을 써야 하나 어 음 그건 그때가서 생각하기로ㅇㅇ

알티 시간 정해져있는 줄 알고 엑셀을 풀로 밟아서 하얗게 태운 느낌이다...

과연 새벽 감성으로 쓴 리마의 편지에는 어떤 내용이 담겼을지

그거슨 일단 상상에 맡기기로 하겠습니다....(인자한 미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낙림 포에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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