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기리마] 너의 눈 W. 손도라 이따금 땅을 보고 걷는 날이 있다. 자각한 지는 얼마 안 됐다. 스스로 생각해보건대 보통 주변을 보고 싶지 않거나 기운이 없을 때 그러는 것 같다. 종종 발에 채이는 작은 돌을 쫒아 발끝으로 굴리기도 한다. 돌에는 죄가 없지만 사람에게 풀 수 없는 감정을 돌에게 푸는 것이다. 발에 채인 돌은 예상보다 멀리 날아가기도 한다. 돌 하나 차자고 걸음을 떼는 건 에너지 낭비 아닌가. 발끝에 닿지 않는 작은 돌을 괜스레 바라봤다. 아무 관계도 없는 미물을 야속하게 생각하는 것이야말로 심술의 끝이 아닐까. 그렇게 돌을 바라보던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는 모르겠다. 누구도 방해하지 않던 돌과 나의 세계에 누군가 들어왔다. 차분한 갈색 구두가 작은 돌 옆에 자리했다. 갈색 구두를 신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