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릭캐릭체인지(Shugo Chara!)/연성

[나기리마] 너의 눈

손도라/핸디 2019. 5. 24. 20:12

 

 

 

 

[나기리마] 너의 눈

W. 손도라

 

 

 

 

이따금 땅을 보고 걷는 날이 있다. 자각한 지는 얼마 안 됐다. 스스로 생각해보건대 보통 주변을 보고 싶지 않거나 기운이 없을 때 그러는 것 같다. 종종 발에 채이는 작은 돌을 쫒아 발끝으로 굴리기도 한다. 돌에는 죄가 없지만 사람에게 풀 수 없는 감정을 돌에게 푸는 것이다.

발에 채인 돌은 예상보다 멀리 날아가기도 한다. 돌 하나 차자고 걸음을 떼는 건 에너지 낭비 아닌가. 발끝에 닿지 않는 작은 돌을 괜스레 바라봤다. 아무 관계도 없는 미물을 야속하게 생각하는 것이야말로 심술의 끝이 아닐까. 그렇게 돌을 바라보던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는 모르겠다. 누구도 방해하지 않던 돌과 나의 세계에 누군가 들어왔다.

차분한 갈색 구두가 작은 돌 옆에 자리했다. 갈색 구두를 신은 사람은 움직이지 않았다. 가만히 돌 옆을 지킬 뿐이었다. 천천히 시선을 올렸다. 자연스럽게 구김이 간 면바지는 답답한 느낌이 들지 않게 끝이 롤업되어있었고, 손가락은 길게 뻗어 고운 선을 보였다. 셔츠는 블루인지 화이트인지 노을빛에 젖은 빛깔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 다음 보이는 어깨와 목 선. 그 옆에 늘어진 보라색 머리칼은 수려한 느낌을 완성시켰다. 천천히 입을 열었다.

"왜?"

그 위로는 보고싶지 않았다. 너의 얼굴, 그리고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듯한 눈과 마주할 자신이 없었다. 시선이 맞닿으면 또 다시 그 눈빛으로 끌려갈 것이다. 언제나 그랬다. 쓸데없는 고집인 건 잘 알고 있다. 언제나 그랬고 곧 그렇게 될 것이다. 아마 그 눈 앞에서 버틸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거부하기 힘든 그 시선 끝엔 언제나 내가 있길 바라면서 오늘도 끝까지 버텨본다.

"리마."

이건 반칙이다. 오늘이 남다른 날이긴 했나 보다. 가만히 서 있으며 시간에 맡기던 지난 경험이 깨지는 순간이다. 애가 닳으면서도 부드러움을 유지하려는 목소리는 버틸 수 없다. 꼭 내가 죄인인양 몰아내는 힘을 가졌다. 작은 돌에는 비교할 수 없을만큼 야속한 사람. '반칙이야.'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뱉어본다. 이 유치한 연극은 끝을 향해 달리고 있다.

"...반칙이야. 거기서 왜 이름을 불러."

"뭐?"

천천히 너와 눈을 맞췄다. 말 시키지 마. 그냥 이렇게 알아줘. 내가 미워도 계속 사랑해줘. 날 떠나지 말아줘.

"가자. 데려다줄게."

"...왜 화 안 내?"

"뭐가?"

"내가 잘못했는데."

"알면 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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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이 다퉜는데 리마가 좀 심한 말을 하고 냅다 튄 상황

그래서 의기소침해진 리마의 시점으로 써봤다

싸운 건 돌아가는 길에 둘이 대화하면서 풀겠지ㅇ.<

아주 짧은 조각글 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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