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릭캐릭체인지(Shugo Chara!)/연성

[나기리마] Bitter and Sweet

손도라/핸디 2019. 4. 18. 01:32

 

 

 

[나기리마] Bitter and Sweet 

W, 손도라

 

 

 

오른쪽은 시끄러운 경적 소리, 왼쪽은 수다 삼매경인 학생 무리. 리마는 목에 두른 머플러를 끌어올렸다. 머플러를 끌어올린대도 소음을 안 듣게 될 순 없지만 최소한 그 난리통과 자신을 구분 지으려는 일종의 선긋기였다. 리마는 머플러에 반 이상 파묻힌 자신의 얼굴을 머릿속에 그렸다. 분명 귀와 볼은 빨갛게 물들어있을 테고, 미간에는 살짝 주름이 져있을 것이다. 한 마디로 그런 꼴이다.

 

“바보 같아.”

 

리마는 자신만 들릴 목소리로 자조했다.

 

리마는 골목길 모퉁이에 자리한 카페로 들어갔다. 무미건조한 어투로 주문을 한 뒤 일부러 창가와 멀찍이 떨어진 구석진 자리에 앉았다. 오늘은 열흘 전부터 고대하던 아무와의 약속 당일이었다. 평범하게 번화가 내 쇼핑몰을 구경하다 간단하게 식사를 하고 시간이 남으면 디저트를 즐기려 했던 그런 날이었다. 그러나 리마가 집을 나서기 전, 다급한 전화 한 통을 받게 되었다. 아미가 갑작스럽게 열이 올라서 약속엔 못 나가겠다는 소식이었다. 아무는 수화기 너머로도 보일 만큼 충분히 미안함을 보였다. 착하고 멋진 내 친구. 리마를 비롯한 모두에게 그랬던 것처럼 그녀는 여동생에게도 착하고 멋진 언니였다. 애가 아프다는데 어쩌겠어. 머리로는 이해를 끝냈지만 리마의 마음은 여전히 침울했다.

하늘엔 햇볕이 어렴풋이 보였다. 눈이 부시진 않지만 그렇다고 완전 우중충하진 않은 흐린 하늘이었다. 며칠 전 내린 눈 탓에 길바닥 곳곳에는 크고 작은 눈더미나 얼음 따위가 굴러다녔다. 눈이 내리던 그날, 리마는 오랜만에 아버지를 만났었다. 아버지는 그녀의 기억 속 모습보다 조금 더 빛바랜 모습이었다. 어머니와 나이차가 적은 편은 아니었기에 기억 속 모습도 그리 생기 있었다고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눈에 띄게 세월을 받은 아버지의 모습을 보니 왠지 모르게 서글퍼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녀의 아버지가 세월을 받는 동안 그녀 또한 그만큼의 흐름이 보일만큼 자랐다. 여전히 작은 편이지만 키가 컸고, 이목구비와 전체적인 분위기도 한층 성숙해졌다. 요컨대 가디언 케이프를 두르고 되고 싶은 나 자신과 빛이 나게 소통하던 그때는 이미 오래 전 추억이 된 것이다. 오랜만에 만난 탓인지 아니면 무언가 스스로 잘못 건드린 것인지. 리마는 아버지의 모습을 마주하며 자신이 생각하기에 가장 빛났던 시절을 계속 되새김질 하게 되었다. 그때가 좋았다 나빴다는 둥의 평가는 내리지 않았다. 그저 지금보다는 더 빛났던 것 같았다고 생각했다.

리마의 아버지는 잠시 머뭇거리다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는 요즘 만나는 사람이 있다고 했다. 어머니와 갈라선 지는 몇 년이나 지났다. 고로 문제될 건 전혀 없었지만 그래도 딸에게는 알려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덧붙였다. 리마는 숨을 한 번 고르고 말을 이었다.

 

“행복하신가요?”

 

그는 옅은 미소로 답을 대신했다. 리마는 다시 한 번 말을 이었다.

 

“다행이에요. 좋아보이세요.”

 

리마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리마가 보기에도 그녀의 아버지는 보기 드문 생기가 감돌았다. 아버지가 행복한 것은 분명 딸인 자신에게도 좋은 일이라고 스스로에게 다그치듯 말했다. 이제는 울며 소리치던 어린 아이가 아니다. 여태까지도 순응하지 못하는 건 바보 같은 짓이다. 그날 밤 리마는 이불 속에서 몸을 말고 새벽의 반을 지새웠다.

그런 날을 뒤로 하고 애써 태연한 척, 일상을 이어갔다. 클래스메이트들과 얘기를 나누다가 나온 쇼핑몰이 대화 주제였다. 새로 생긴 브랜드 매장에서 이벤트를 한다느니, 신제품이 나왔다느니 같은 화제가 그들의 입에 올랐고, 이때 아무는 좋아하는 브랜드라며 잔뜩 들떠있었다. 리마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아무에게 먼저 다음 주 주말에 시간 있으면 같이 가보자는 제안을 했다. 리마는 보통 누군가의 제안을 받고 승낙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그날따라 어딘가로 환기하지 않으면 더 심연 속으로 빨려들어갈 것 같은 위기감이 들었다. 가장 좋아하는 친구와 함께 하는 나들이는 10대 학생의 마음을 빠르게 띄워놓았다. 남은 응어리는 아무에게 털어놓으며 풀면 된다며 스스로를 위안했었다.

리마는 현관 앞에서 통화 종료 버튼을 누른 후 지체 없이 신발을 신었다. 약속은 무산됐지만 나들이라면 혼자서도 충분히 할 수 있었다. 아직 찬기가 만연한 계절이었지만 다시 이불 속으로 들어갔다간 정말 혼자서 헤어나오지 못할 것 같은 느낌에 휩싸였다.

 

“우울한 날엔 한산한 카페에 앉아 네가 좋아하는 파베 초콜릿을 먹어보는 것도 좋을 거야.”

 

언젠가 기분이 좋지 않은 날, 누군가에게 들었던 조언을 떠올리며 카페가 많은 번화가를 향해 걸음을 옮겼었다. 리마는 손에 든 포크를 놓고 냅킨으로 입가를 정돈했다. 그녀는 초코 크림이 묻은 빈 접시를 바라보며 말했다.

 

“바보, 전혀 효과 없잖아.”

 

리마가 홀로 뾰로통해지는 그 순간 누군가 부드럽고 듣기 좋은 미성으로 대답을 했다.

 

“이걸로도 안 되면 근처에 괜찮은 파르페 가게가 있는데 거긴 어때?”

 

리마는 시선을 올려 미성의 주인을 확인했다. 보랏빛 머리칼을 가진 한 소년이 그녀의 시선을 능숙하게 받아주었다.

 

“...여긴 어쩐 일이야?”

“못 보던 카페라서 한 번 와봤어. 파베 초콜릿을 판다고 해서 한 번 먹어보려고.”

“그래? 그럼 맛있게 먹어. 난 이만 가볼게.”

 

리마는 도도한 말투로 대화를 마무리 짓고 가방을 챙겼다. 나기히코는 그런 리마를 보며 고민하는 듯 이내 대화를 다시 신청했다.

 

“여긴 별로였나 보네.”

“튀는 맛집은 아니야.”

“그럼, 근처에 파르페 맛집이 있는데 거기 갈래?”

 

리마는 경계하며 말했다.

 

“내가 왜 너랑 파르페를 먹니?”

 

나기히코는 익숙하다는 듯 굽히지 않고 대답했다.

 

“기분, 별로 안 좋은 거 아니었어? 리마 너는 단 거 먹으면서 기분 푸는 거 좋아하잖아.”

 

리마는 자신의 기분 상태를 콕 찝어내는 나기히코가 놀라우면서도 얄미웠다. 세월이 지나도 눈치 하나는 수준급인 애다. ‘그래서 뭐 어쩌라고.’ 리마는 날선 상태에서 타인을 신경 쓰는 건 피곤하다 여겼다. 그래서 다시 한 번 그를 밀어내고자 입술을 움직였지만 나기히코의 입술이 조금 더 빨리 움직이고 말았다.

 

“고민이 있다면 들어줄게. 아무 대신이지만.”

 

자신이 아무리 쌀쌀 맞게 굴어도 언제나 한결같이 친절한 그였다. 평소라면 아무를 대신 하겠다니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공격을 했겠지만 오늘은 왠지 그에게 숨김없이 기대고 싶어졌다. 리마는 이 상황이 낯설지 않았다. 오히려 익숙했다. 끝없이 우울해져서 몸을 웅크리고 있을 때면 언제나 그가 손을 내밀었다. 운명의 장난도 이런 장난이 없었다. 파베 초콜릿을 생각할 때도 보랏빛 머리칼과 특유의 친절함이 묻어나오는 그를 함께 떠올렸다. 벚꽃이 막 피던 그날도 그는 웅크려있던 리마를 심연에서 꺼내주었다.

 

“네 이야기 속 등장인물이 될 수 없을까?”

 

아마도 그런 말로 사람을 놀라게 했을 것이다. 누군가가 먼저 손을 내밀어주는 것은 매우 소중한 일이다. 친절은 많이 볼 수 있지만 나서지 않고 다가오는 사람만 적당히 대하며, 마음을 쉬이 열지 않는 리마에게는 그랬다. 이 애는 대체 왜 그런 찬바람을 맞아가면서 계속 다가오는 걸까. 친구로서? 옛 동료로서? 그럴 것이다. 그럴 것이라고 믿었다. 한편으로는 믿고 싶지 않았다. 계속 거기서 날 달래줬으면 해. 언제까지나 날 받아줘. 그렇게 응석을 부리고 싶은 리마였다. 리마는 나기히코의 말을 뒤로 하고 카페 현관문을 열었다. 그리고는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

 

“거기 아무 대신 씨, 빨리 안내하지 않고 뭐 해. 파르페는 네가 사는 거야.”

 

나기히코는 어쩔 수 없다는 제스처를 하며 리마 옆을 따랐다. 그는 알 수 없는 미소를 머금고 지나가듯 말했다.

 

“또 그렇게 말해놓고 다 계산하지 마. 이번엔 정말 내가 살 거야.”

“난 그런 적 없어.”

“네,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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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마법소녀물을 사랑하는 사람

캐캐체, 수호캐릭터 엄청 맛있다

그중 으뜸은 단연 나기리마

케미가 저 세상 케미임

연성 카테고리는 예에에전에 만들어놨는데 이제야 글을 하나 쪘네

여러분 나기리마 찐공식이니 다들 절 믿고 나기리마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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