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릭캐릭체인지(Shugo Chara!)/연성

[나기리마] 과자

손도라/핸디 2019. 5. 3. 23:41

 

 

 

[나기리마] 과자

W. 손도라

 

 

 

“에에, 과자가 다 떨어졌잖아?”

 

야야는 빈 과자봉지를 흔들며 아쉬워했다.

 

“거기 있던 과자 중 반은 네가 먹은 거 알아?”

 

쿠카이는 자기 몫의 과자를 해치우며 덧붙였다. 야야는 굴하지 않고 입을 삐죽거렸다.

 

“나머지 반은 쿠카이가 다 먹었거든!”

 

진짜 남매라 해도 믿을 두 사람의 투닥거림에 방 안은 웃음꽃이 피었다. 야야의 부름으로 왕년의 가디언 멤버들 중 일부가 야야의 집에서 하룻밤을 보내게 되었다. 이 뜬금없는 상황은 바로 유이키 가의 사정으로부터 시작된다. 해가 뉘엿뉘엿 저물어가는 오후, 가디언 멤버들은 다소 급박한 어투의 연락을 받았다. 발신자는 유이키 야야. 그날 아침, 야야의 할머니가 다리를 다치는 바람에 야야의 부모님은 급하게 집을 비워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하지만 야야는 중학생이었고 당장 다음 날 등교를 해야 했다. 다음 단계를 위해 입시를 준비해야 하는 학생은 급작스러운 장거리 시골길을 쉽사리 결정할 수 없었다. 할머니의 상태가 작은 타박상일 뿐이라는 소식을 접한 야야는 걱정하는 부모님을 안심시키기 위해, 그리고 자신의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가디언 멤버들을 소집했다. “고등학생인 언니, 오빠들이라면 안심하실 거야!” 수화기 너머의 야야는 이런 식으로 자신의 뜻을 전했었다. 겸사겸사 모여서 놀고 싶어하는 영락없는 막내. 이것이 야야의 집으로 모이던 가디언 멤버들의 중론이었다.

 

“싸우지들 마. 내가 근처 편의점에서 더 사올게.”

 

나기히코는 외투를 챙기며 일어났다. 타다세도 나기히코를 바라보며 따라나설 채비를 했다.

 

“짐이 많을 테니까 나도 같이 갈게.”

 

타다세는 특유의 미소를 띠며 말했다. 야야의 집으로 모인 가디언 멤버들은 지금 격변의 보드게임을 하고 있었다. 현실 남매 모드로 기싸움을 하는 쿠카이와 야야는 1위를 두고 다투는 상위권이었고, 리마와 아무 또한 미칠 듯한 주사위 운으로 그 뒤를 바짝 추격하고 있었다. 반면에 타다세와 나기히코는 그들의 열기와 운에 미치지 못해 아예 데드라인에 들어가 게임판만 구경하고 있는 비운의 플레이어들이었다. 두 사람이 과자를 더 사오겠다고 하자 방바닥의 플레이어들은 너도나도 주문을 했다.

 

****

 

환한 방 안과 달리 바깥은 가로등 불빛에 기대고 있었다. 초봄의 밤은 아직 쌀쌀했고 그날의 거리는 고즈넉했다.

 

“정말, 두 사람 승부욕은 알아줘야 한다니까.”

“아무쨩이나 마시로 양도 만만치 않았지.”

“나도 승부욕이라면 빠지지 않는데 말이야.”

 

타다세와 나기히코는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편의점에 들어섰다. 타다세는 음료를 집어오겠다며 먼저 매장 깊숙이 들어갔다. 나기히코는 카운터 옆 장바구니를 들고서 과자 코너로 방향을 돌렸다. 감자칩, 젤리, 초코쿠키 등 형형색색의 과자들이 줄지어 진열되어있었다. 나기히코는 주문받은 과자를 떠올리며 하나씩 챙겨담았다. 뒤이어 끌리는 과자, 멤버들이 좋아할 것 같은 과자 등을 고민하며 찬찬히 다른 과자들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음료를 가져온 타다세 또한 옆에서 과자 선정에 동참했다.

 

“다들 단 걸 좋아하니까 깊게 고민할 필요는 없어서 다행인 것 같아.”

“그러게. 얼마나 살지만 생각하면 되니까. 아, 이것도.”

 

나기히코의 시선에 들어온 코너는 포키 진열대였다. 다양한 종류가 나란히 모여있었다. 타다세는 나기히코가 담기 좋게 바구니를 받아들었다. 처음엔 포키에 다양한 종류에 신기해하는 등 과자에 대한 얘기를 했지만 포키가 하나둘 추가될수록 타다세는 바구니 안에 집중하게 될 수밖에 없었다. 이윽고 타다세는 조심스럽게 말을 붙였다.

 

“후지사키 군은 포키를 좋아하는구나.”

 

블루베리 포키를 들고 고민하던 나기히코는 생각을 멈추고는 반문했다. 누가 봐도 적지 않게 당황한 모습이었다.

 

“내가?”

 

그 말에 타다세는 웃으며 바구니를 가리켰다. 바구니의 윗면은 형형색색의 포키 상자로 뒤덮여있었다. 나기히코는 머쓱해하며 바구니를 바라보았다. 몇 개는 빼는 게 좋겠다고 했지만 타다세는 괜찮다며 바구니를 그대로 계산대에 올려주었다.

 

“몇 개는 빼도 되는데···.”

“괜찮아. 다들 이 과자 좋아하니까.”

 

계산을 마친 그들은 한 손에 주전부리가 가득 담긴 봉투를 하나씩 들고 편의점을 나섰다. 타다세는 문득 골똘히 생각하더니 무언가 생각난 듯 나기히코를 보며 말했다.

 

“몰랐네. 다 같이 간식 먹을 때 포키 먹는 모습은 별로 못 봤던 것 같은데.”

“그냥 다들 잘 먹으니까 넉넉하게 먹으라고. 리마쨩도 좋아하는 것 같고···.”

“역시 마시로 상 때문이었구나.”

 

나기히코는 자신이 무의식적으로 뱉은 말에 당황하며 얼버무렸다.

 

“아, 아니, 그게, 그것도 그렇지만···.

“좋아하는 사람이 좋아하는 건 다 챙겨주고 싶지. 이해해.”

 

타다세는 당황하는 나기히코를 보며 살풋 웃었다. 나기히코는 끝까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부정하다 이내 한숨을 내쉬며 실토했다.

 

“은근히 잘 먹거든, 포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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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마가 안 나오는 나기리마ㅎ... 언빌리버블...

워낙 단문이라 언급은 다 못했지만 저 방에 있는 맴버 구성은 쿠카이, 리마, 야야, 아무, 나기히코, 타다세

간식 사러 갈 때마다 포키를 옴뇸뇸 먹는 리마를 떠올리며 반무의식적으로 포키를 구입하게 되는 나기히코가 보고싶었다

원래 첫 문장으로 쓰려 했던 부분이 타다세가 나기히코를 부르는 상황이라 일판 호칭을 알아봤는데 서로 요비스테 안 했다는 걸 알고 충격 받음

얘들아 너희가 교양 있는 집안 자제인 건 알겠지만 최소 고등학교 들어가선 요비스테 해보자ㅇ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