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마이] 방해자
[큐마이] 방해자 W. 손도라 빽빽이 나열돼있는 책등들을 손끝으로 무심히 쓸어본다. 직물로 엮인 양장본 특유의 촉감만이 남았다. 소름 끼치는 기시감이다. 으레 이런 규모의 서고라면 먼지가 쌓이기 어려운 책등을 만져도 책이 뿜는 분진이 조금이라도 느껴지기 마련인 것을. 이런 구석에서조차 인간의 손길이 느껴지지 않는 것 또한 심히 모욕으로 다가왔다. 이곳에서 제대로 살아 숨쉬는 존재는 과연 몇 명이라고 할 수 있을까. 최초의 시련에서 살아남은 자들, 그 중에서도 메인게임에서 희생되지 않은 자들. 그들은 당연히 이곳에서 가장 완벽한 산 자로 분류된다. 그렇지만 산 것도 죽은 것도 아닌, 인간의 도리를 버리면서까지 생존만을 절박하게 좇는 경우라면 어떨까. 가령, '더미즈'는 과연 그들과 똑같이 완벽한 산 자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