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스린] 게으름피우기
W. 손도라
“어이, 소스케.”
“왜, 린.”
“우리 오늘 장보러 나가기로 했잖아.”
“그렇지.”
“슬슬 일어나야 하지 않을까.”
“그러네.”
이렇게 말하는 한 쌍의 커플은 이불과 함께 엉켜 일어날 생각이 없었다. 말로만 오늘 해야 할 일을 하나씩 읊으며 주거니 받거니 하고 있었다. 오랜만에 둘이 맞는 휴일이라 어젯밤까지만 해도 스몰 데이트나 집안일 등을 계획해놓았는데 잠에서 깨니 만사가 다 귀찮았다. 휴일이라서 그런 감도 없지 않아 있지만 분명 주 원인은 바로 눈앞에 보이는 난장판의 배경일 것이다. 구겨진 휴지조각에 널부러진 옷가지. 어젯밤 두 남자는 서로를 향한 뜨거운 마음을 꾹꾹 눌러두었다가 한꺼번에 터뜨렸다. 온전히 내비칠 수 없던 시간만큼이나 격정적인 밤을 보냈고, 사랑 나눔은 새벽까지 계속 되었다. 소스케와 린은 남들보다 우월한 체력과 단련된 몸을 가진 수영선수 출신이었지만 그런 서로를 감당하며 격렬한 밤을 한 번 보내고 나니 후폭풍이 적지 않았다. 체감 상으로는 시합 직전의 훈련을 마치고 난 상태였다.
린은 먼저 해야 할 일을 읊는 쪽이었지만, 말을 할수록 몸을 안쪽으로 말아가고 있었다. 소스케는 기지개를 몇 번 켠 후, 린의 웅크림을 따라 린과 이불을 감싸 안았다. 두 사람은 대화를 할수록 점점 할 일을 곧이곧대로 시행하는 방향과는 거리가 멀어졌다.
“린.”
“왜?”
“장은 내일 봐도 되지 않을까?”
“먹을 게 없을 텐데.”
“오늘 해먹을 거 정도는 있지 않나···.”
“그런가···. 없으면 근처에서 사먹거나, 배달을 시켜도 되고···.”
소스케는 잠시 생각하다 이내 생각했던 말을 입밖으로 꺼냈다. 나야 그렇지만 넌 부지런한 편 아니었나. 이럴 때마다 내 등짝 같은 데를 후려치면서 끌고 나갔었던 것 같은데···. 소스케는 이 말을 끝까지 잇지 못했다. 갑작스럽게 가슴팍에서 전해져오는 통증을 느끼고 말문이 막히고 말았던 것이다. 소스케, 이럴 땐 그런 말 하는 거 아니야. 린은 이불을 고쳐 두르고는 편안한 표정을 유지했다. 소스케는 조금 억울한 표정으로 시위했지만 등을 돌린 연인의 뒤통수만 보다 포기하고 힘껏 끌어안았다.
“꽤 아픈 걸 보니 기운 좀 차린 것 같다? 한 번 더 할래?”
소스케는 실없이 웃으며 농담을 던졌다. 그 실없는 농담에 발로 두 번이나 차이고 침대에서 나체로 떨어질 뻔한 위기를 예측하지 못한 채 던진 말이었다.
“그런 말 하는 너도 기운 좀 차린 것 같다. 장이나 보러 나가자.”
“...대신 밥 해먹지 말고 외식하자.”
“음, 좋아. 뭐 먹을까?”
“돈까스?”
“말고.”
“돈부리?”
“...말고.”
“돈까스 나베...아, 아악...! 아파. 아파, 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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