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츠오카 린] 비보(悲報)
W. 손도라
TV 화면에서 남자아이가 목에 메달을 걸고 환하게 웃고 있었다. 남자아이는 카메라를 의식한 듯 포즈를 잡았다. 뒤이어 다른 남자아이들이 뛰어와 사이좋게 어깨동무를 한 채 포즈를 취했다.
“저 애가 아빠야? 멋있다-.”
린은 아버지 토라이치의 옛 모습에 푹 빠져있었다. 지금 옆에 있는 아버지도 멋있는 아버지라며 은근히 자랑을 하기도 하는데, 화면 속의 어린 아버지도 그에 못지않게 멋있고 대단해보였다. 언젠간 아버지처럼 멋진 수영선수가 되리라, 그리고 금빛 메달을 아버지에게 보여드리리라 마음먹기를 되새겼다.
“하하, 그래-! 아빠 멋있지?”
“응!”
* * *
“다녀올게-!”
“오늘은 수영 꼭 봐줘야 해요?! 꼭이에요!”
토라이치는 알겠다며 확실하게 새끼손가락에 복사까지 하고 그물을 챙겨 현관문을 나섰다. 린은 자신이 행운아라 생각했다. 어린 시절 금메달과 트로피를 여럿 받아보고 선수로도 뛰어본 대단한 수영선수이자 롤모델이 바로 자신의 아버지였다. 린은 장차 훌륭한 수영선수가 되어 자랑스러운 모습으로 아버지 앞에 나는 것을 꿈으로 삼았다.
린은 아버지를 배웅한 후 다시 소파에 앉아 TV에 집중했다. 더 빨리 수영선수가 되기 위해선 지금부터 화면으로라도 수영을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에 더욱 집중했다. 옆에서 여동생인 고우가 자신의 머리카락으로 장난을 쳐도 집중을 멈추지 않았다. 어머니 미야코는 그런 남매의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 * *
린은 부스스한 머리를 한 채 잠에서 깨어났다. 국가대표 수영 경기를 돌려보다 깜빡 잠이 들고 말았다. 창밖을 보니 하늘에 먹구름이 잔뜩 껴 있었다. 옆에서 불편한 자세로 인형을 끌어안고 자는 고우를 최대한 편하게 해주고 소파에서 일어나는 순간 어머니의 통화 소리가 들렸다. 어머니를 부르려다 멈칫한 린은 어머니가 전화를 끊길 기다렸다. 미야코는 한창 낮은 목소리로 전화를 받다 고개를 숙이며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미야코의 어깨는 미세하게 떨렸고 급기야 한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곧이어 린의 인기척을 감지하고선 뒤를 돌아봤다. 린은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어머니의 얼굴을 보고 이유 모를 불안감을 느꼈다. 미야코는 말없이 잠든 고우를 멍하니 쳐다본 후, 린에게 다가와 주저앉으며 끌어안았다. 린은 어머니의 얼굴을 볼 수 없었지만 적어도 어머니가 지금 소리죽여 울고 있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어린 린은 의젓하게 어머니의 등을 토닥여주었다. 린은 ‘도대체 무슨 전화를 받았기에 어머니가 이렇게 우시는 걸까. 어머니가 울음을 그치시면 저녁 준비를 도와드리고 어깨를 주물러 드리며 기분이 나아지게 해야겠다.’라고 속으로 생각했다. 곧 아버지도 돌아오실 테니 고우와 함께 노력하면 어머니의 얼굴은 금방 웃는 얼굴로 돌아올 것이라 굳게 믿었다. 린은 이렇게 생각하다 아버지의 귀가가 좀 늦어지는 것 같다고 느꼈다. 오늘은 분명 저녁 준비를 시작할 무렵이면 도착할 테니 수영을 오래 봐줄 수 있다고 하셨다. 토라이치가 이런 적은 한 번이 아니었다. 약속을 통으로 어긴 적은 없었지만 이런 약속에 늦어 오래 봐주지 못 할 것 같으면 꼭 들어올 때 과자나 아이스크림을 한아름 사들고 왔다. 오늘도 그런 날이라고 생각했다. 어머니의 기분이 안 좋으니 오늘은 어머니가 좋아하는 고구마 아이스크림을 사 오시면 좋겠다고 아버지를 향해 텔레파시를 보냈다.
“속보입니다. 오늘 오후 4시 35분경, 이와토비 인근 바다에서 어선이 난파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보고된 바에 따르면 실종자는 1명, 사망자는 3명인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현재까지의 상황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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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린의 개인사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보고 싶었다
마츠오카 가는 화목한 가정이었을 거라고 곧잘 생각하는데, 그때마다 이 비극을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어 슬퍼지는 건 어쩔 수가 없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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