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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스린] 샤워 후 음료수 타임

손도라/핸디 2019. 1. 12. 01:54

 

[소스린] 샤워 후 음료수 타임

W. 손도라




 린은 샤워 후 방으로 돌아왔다. 금요일 오후 연습을 끝낸 시각은 다른 날보다 더 피곤하게 느껴졌다. 린은 그 순간에 휩싸여 바로 나태해지는 유형은 아니지만, 적어도 남들만큼의 기력 저하나 나른함은 느낀다. 나름의 처방법이 있다면 연습 후 바로 샤워를 하고 시원한 음료나 간단한 군것질을 하는 것이다. 이 방법은 린이 금요일을 마무리 하는 자신만의 규칙이기도 하다. 이번 금요일의 해소 음식은 탄산음료였다. 린이 집어든 음료는 이번에 어느 회사의 작품과 콜라보레이션으로 출시되었는지 상표 라벨에 캐릭터가 그려져 있었다. 아이랑 모모가 하도 귀엽다고 했던 것이 생각나서 캐릭터가 그려진 라벨을 골라 사온 콜라였다. 아이랑 모모에 하루 녀석까지 빠져든 캐릭터를 유심히 살펴보았다. 어딜 봐도 도통 정이 안 가는 외모였다. 라벨을 찬찬히 뜯어보니 캐릭터 옆에 쓰인 말풍선 내용이 눈에 들어왔다. ‘알갱이가 톡톡 씹혀요!’ 아무래도 콜라보레이션 제품 한정으로 음료에 식감이 좋은 알갱이를 첨가한 모양이다. 캐릭터엔 관심 가지 않았지만 알갱이엔 관심이 갔다. 식단 조절에 영향을 크게 주지 않으면서도 씹는 맛을 즐길 수 있고, 구미가 당기는 음식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린이 젖은 수건을 의자에 걸어두고 냉장고를 열려는 순간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다음 주 부 활동 일정을 확인해달라는 미나미의 노크였다. 린은 냉장고로 향하던 손을 거두고 곧바로 방문 손잡이를 열었다.

 


* * *

 


 “, 혹시 치약...”

 

 소스케는 린에게 치약을 빌리려 칫솔과 양치컵을 든 채 방문을 열었다. 그러나 방 안에는 아무도 없었고, 의자에 걸린 젖은 수건만 눈에 들어왔다. 샤워 후 들어왔다가 다시 나간 모양이다. 소스케는 린이 수건을 의자에 걸어둔 채로 나갔다면 금방 돌아올 것이라 예상하며 책상에 놓인 린의 세면도구 바구니에서 치약을 꺼내 자신의 칫솔에 조금 발랐다. 소스케는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며 이를 닦았고, 입안을 헹구려 다시 방을 나섰다.

 소스케가 양치를 끝내고 돌아왔는데도 방안에선 여전히 린의 젖은 수건만이 소스케를 반겼다. 소스케는 왠지 수건에 그려진 상어가 여어- 왔냐?’라고 말을 거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음성은 또 수건 주인의 목소리가 지원되었다. 웃기는 순간이었다. 소스케는 웃음이 툭 터져 나오는 순간을 뒤로 하고 습관적으로 냉장고를 열었다. 문 쪽 우측 맨 아래 칸에 낯선 PET 음료가 보였다. 소스케는 음료를 들어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하루나 모모가 좋아할 법한 어딘가 이상한 캐릭터가 이 음료에는 알갱이가 들어있다고 안내하고 있었다. 소스케는 주저없이 음료수 뚜껑을 까서 호쾌하게 들이켰다. 이틀 전 인근 학교와의 친선 경기에서 좋은 결과를 봤다는 목적 아래에 부원들끼리 작은 군것질 타임을 가진 적이 있었다. 소스케는 이 이상한 음료수는 그때 먹다 남은 것이라 확신했다. 음료의 알갱이는 쫄깃한 첫 식감과 달리 끝엔 톡 터지는 재미를 줘서 씹는 맛이 있었다. 소스케가 음료수의 3분의 1을 비우던 순간 방문 밖에서 말소리가 들려왔다.

 

 “···는 그렇게 하고, 그 부분은 다음 주 상황 봐서 논의해보자. , 와 있었네?”

 “.”

 “샤워실에 없길래 어디 나간 줄 알았어.”

 “잠깐 방에 왔다가 다시 갔어. , 네 치약 좀 빌려썼다.”

 “.”

 

린은 세면도구 바구니와 젖은 수건을 정리하다 잠시 멈칫하고는 소스케를 바라보았다.

 

소스케

?”

그 음료수···.”

, 이거. 전에 남은 것 중 하나 아니야? 구석에 있어서 잘 못 봤나봐. 제법 맛있더라고.”

 

린은 수건을 들고 있던 오른손을 힘없이 떨어뜨렸다.

 

내 일상의 소소한 낙이었는데...”

뭐라고? 잘 못 들었어.”

몰라, 임마.”

 

 린의 갑작스러운 삐침에 소스케는 어리둥절하 표정을 지었다. 이내 그는 무언가 알겠다는 듯 빈 음료수 병을 가볍게 흔들며 말했다.

 

 “이거 먹으려고 했었어? 그래서 그런 거야?”

 

 린은 못마땅한 말투로 그런 거 아니라며 대꾸했다. 그런 게 맞지만 고작 음료수 하나로 삐쳤다는 것을 직접적으로 드러내고 싶지 않았다. 린에게 있어 최소한의 자존심이었다. 소스케는 토라진 린에게 알겠다고 했지만 얼굴에는 웃음이 퍼져있었다. 소스케에겐 고작 음료수 하나로 삐친 린의 모습도 너무나 사랑스러워 보였다.

 소스케는 잠자리에 들 때 자신의 침대가 아닌 린의 침대로 파고 들어가 린을 껴안았다. 린은 여전히 삐죽거리는 표정이었지만 소스케의 스킨십에 거부 표현을 보이지는 않았다.

 

 “음료수, 내일 사줄게.”

 “그런 거 아니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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쵱컾이 소스린인데 오늘 처음 연성함 언빌리버블

린은 의외로 작은 거에 잘 삐치고 그때마다 소스케에게만큼은 다 걸릴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