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코하루] 어느 새벽
W. 손도라
손목을 이리저리 돌리고 흔들며 시간을 확인했다. 곧 있으면 새벽 2시. 집에 오자마자 쓰기 시작한 레포트는 아직 조금 더 써야 한다. 교수가 원하는 분량이 말도 안 되게 많다거나 구성하기 까다로운 주제가 아니니 금방 끝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선 가장 마지막에 시작했던 레포트였다. 허나 예상치 못한 곳에서 발목이 잡혔고, 그 때문에 쓰다 지우기를 반복하다보니 이런 늦은 시간까지 끌고 있는 모양새가 된 것이다. 지금은 다행히 애먹었던 부분은 잘 풀어내어 이제 마지막 파트만 완성하면 된다. 찌뿌둥한 몸을 풀어주려 기지개를 켜는 순간 뒤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끝났어?”
하루카는 덮고 있던 이불을 옆으로 살짝 젖히며 작게 하품을 했다. 왠지 자신이 하루카를 깨운 것 같은 마음이 들었다.
“미안, 하루. 이제 거의 다 했어.”
혹시나 걱정할까 피곤함을 감추고 애써 웃어보였다. 하루카는 그런 나를 보고는 앉아있는 그대로 잠시 눈을 감고 있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내 옆으로 다가와서 노트북 화면을 한 번 보고, 옆에 놓은 빈 머그컵을 치워주었다. 고마워. 이에 대답은 언제나 그렇듯 들리지 않는다. 하루카가 화장실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고 나서야 노트북 화면이 눈에 들어왔다. 얼마 안 남았지만 키보드에서 한 번 열을 올렸다가 식은 손을 다시 움직이기란 쉽지 않았다. 보다 느려진 속도로 한 자 한 자 이어가는데 볼 일을 마친 하루카가 또 다시 내 옆으로 다가왔다.
“금방 끝나니까 마저 자.”
“응.”
그렇게 대답한 하루는 아예 내 옆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금방이라도 잠들 것 같은 표정과는 달리 무릎을 감싼 팔은 레포트의 완성을 보기 전까진 눕지 않겠다는 그의 뜻을 대신 말해주는 듯 했다.
"하루, 눈이 반쯤 감겼는걸."
"..."
"그렇게 금방은 안 끝날 텐데...“
완성되기 전에 하루가 먼저 잠들 것 같은데. 라고 말해도 하루는 자세를 바꾸지 않았다. 마지막 파트라고는 했지만 아마 하루는 몇 분 지나지 않아 꾸벅꾸벅 졸기 시작할 것이다. 본인도 그걸 어렴풋이 알 텐데도 꿋꿋하게 고집부리는 걸 보면 오늘은 그런 날인가 보다. 이 상황의 답은, 내가 레포트를 한시라도 빨리 완성시키는 것 밖에 없는 것 같다.
***
마코하루 앤솔로지 이벤트를 한다기에 급하게 써보았습니다
6월에 가볍게 푼 썰을 건져서 단문으로 풀어봤어요
마음 같아선 하루카가 마코토에게 기대서 조는 장면이나 마코토가 잠든 하루카를 보는 시점 등 여러가지 포인트를 녹여내고 싶었는데 능력 부족으로 넣지 못했습니다ㅋㅋㅋㅋ큐ㅠㅠㅠㅠㅠ
인생 소비러의 부족한 연성을 봐주신 분들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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