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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사키스] Kiss Of Justice

손도라/핸디 2018. 8. 10. 07:44

아사키스 합작 'Kiss Me If You Can'

  

[아사키스] Kiss Of Justice

W. 손도라







  요즘 참새들은 울음소리가 지나치게 시끄럽다. 오랜만에 아주 기분 좋은 술판을 보내고 달콤한 늦잠을 즐기고 있었는데, 참새들은 뭐가 그리 좋은지 베란다 창틀에 옹기종기 모여 짹짹거리고 있었다. 지금 내가 이렇게 속에서 열을 올리고 있는 건 타당한 이유에서 나오는 현상이다. 나는 내 자취방 베란다 창틀을 내준 적이 없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날갯짓 소리가 한 번 들리더니 참새 울음소리가 더 강해졌다. 누운 채로 고개를 돌려 베란다를 보니 전부 합쳐 네 마리였다. 다시 말하지만 내 자취방 베란다 창틀은 참새들을 위한 쉼터가 아니다. 

 참새들에 집중하다보니 잠이 깼다. 참새가 네 마리, 어제 술판을 벌인 인원도 네 명. 그래, 참새들이 베란다 창틀에 앉아서 울 수도 있지. 이렇게 생각하니 갑자기 관대해지고 마음이 상쾌해졌다. 누군가 듣는다면 그게 무슨 논리냐고 한 소리 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웃음이 났다. 아무튼 이 경쾌한 기분을 실어 이불을 거세게 펄럭이며 몸을 일으키는 순간이었다. 



 “으음... 뭐야, 추워...“ 



 아, 키스미 이 녀석 어제 우리 집에서 자고 간댔지. 어제 누나네 가게에서 수다를 떨다 흥이 올라서 내가 하루와 마코토, 그리고 키스미를 자취방으로 초대했다. 늘 그렇듯 하루는 본인 집으로 가겠다고 튕겼지만 분위기상, 마코토가 키스미에게 제대로 잡혔었고. 도쿄에서까지 그렇게 매정하게 굴지 말아달라고 하던 키스미의 목소리는 그렇게 애달플 수가 없었다. 그 애달픈 목소리 덕에 오랜만에 조용했던 자취방이 시끌벅적하고 활기가 넘쳤었다. 



 “하루랑 마코토는 집에 갔던가?”

 “응, 하루는 일찍 일어나잖아. 술을 많이 마신 날 다음에도 그렇게 일찍 일어나다니, 정말 대단해. 물론 현관을 나설 때 표정은 별로였지만.”

 


 난 절대 그렇게 못한다. 감탄사를 내뱉고 ‘정말 대단하잖아!’라고 답하려다 생각해보니 뭔가 이상했다. 키스미는 물어보지 않았는데도 뒷이야기를 술술 풀었다.



 “마코토가 일어나다가 선반에 머리를 부딪쳐서 그 소리에 깼어. 일어난 김에 배웅해줬지!”

 “넌 왜 안 갔는데?!”

 “나? 이 이불이 너무 부드럽고 폭신폭신하니 더 자고 싶더라고.”

 “내 이불이야.”

 “에에. 너무해, 아사히. 뺏어갈 것까진 없잖아. 유치하네.”

  "뭐, 뭐가!”



  * * *



 물을 마시러 거실로 나가니 눈앞에 보이는 상태가 아주 가관이었다. 먹다 남은 과자봉지, 볼링핀 같이 서 있는 빈 맥주병들, 그리고 성인이 됐으니 이런 것도 마셔보자면서 사온 온갖 양주병들까지. 테이블 위엔 종이로 만든 가면도 있었다. 잠깐, 과자랑 술은 당연한데 종이가면이 왜 있지?



 “이게 뭐야?!”

 “아, 그거 아사히가 만든 거.”



 생각났다. 어제 우린 취기가 오를 대로 오른 상태에서 의식의 흐름을 타고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다 자연스레 어린 시절을 회상했다. 그러던 중 마코토가 요즘 동생들이 보는 전대물 시리즈를 보니 우리 어릴 때 유행하던 다른 시리즈가 생각났다는 말을 했다. 전대물 시리즈로 대화의 장을 이루다보니 후반부 흐름이 지나치게 유치해져 종이로 가면을 만들기까지에 이르렀었다. 조카가 두고 간 크레파스가 여기에 쓰일 줄은 몰랐지. 크레파스 상태를 보니 나중에 새 걸 사주는 게 나을 것 같다. 

 키스미는 뒤에서 특유의 하이톤으로 감탄사를 보냈다. “와우, 우리 어제 굉장했었네.” 그러게. 너무 굉장해서 어떻게 치워야 할지 난감한걸. 필름이 끊어지지 않아서 그리 심하게 취하진 않았다고 생각했었는데 나도 모르게 자기최면을 걸었나보다. 아니면 오랜만에 기분 좋은 술판이라 긴장을 안 해서 그랬던 것일 수도 있겠다. 

 크레파스 자국은 테이블을 넘어 바닥에도 선명하게 남아있었다. 가면의 색칠된 부분은 정말 허술했다. 허술하지 않은 가면은 파란색 가면과 이상한 캐릭터 가면뿐이었다. 이건 하루가 그렸을 것이다. 서로의 가면레인저가 더 강하고 멋있다고 기싸움을 벌였던 것까진 기억이 나는데 그 뒤는 기억이 흐릿하다. 


 

  * * *



 키스미에게 쓰레기봉투 위치를 말하며 이것 좀 모아서 담아달라고 했더니 이불벌레에서 이불번데기로 변신했다. 



 “일어나라고, 이 핑크야.”

 “레드, 조금만 더 누워 있다가 하면 안 돼? 정의로운 레드는 이렇지 않아-.”

 


 키스미는 그렇게 말하고 몇 초 지나지 않아 바로 일어나서는 어수선한 방을 간단히 정리하고 거실 청소에 동참했다. 종이로 만들어진 가면과 전대물 소품들을 치우다 문득 수면 아래에 잠들어있던 어제의 기억이 하나 떠올랐다. 



 “레드가 주인공이니까 레드가 더 강해.”

 “모두 주인공이지! 핑크도 멋있지 않아? 난 핑크도 마음에 들어.”

 “나는 옐로우도 좋고, 그린도 멋졌고...”

 “블루다.”



 이런 식으로 유치하게 논쟁을 벌였었다. 하루는 원래 이른 시간에 자던 애가 술이 들어가니 더 단호하게 잠이 들었고, 마코토는 알코올 향이 덜하고 달달한 맛이 나는 술들을 경계심 없이 한 잔 두 잔 하다가 취해서 잠들었다. 나와 키스미는 누워서도 작은 목소리로 계속 논쟁을 펼치다가 곯아떨어진 걸로 기억한다.  

 


 “휴전. 둘 다 따뜻한 계열의 컬러니까 똑같이 강한 걸로 하자.”

 “...그런가?”

 “다 같이 잠드니까 좋다.”

 “말 돌리기냐. 그러네. 동료들끼리 합숙하는 것 같아.”



 키스미는 조금 놀란 듯한 표정으로 물었다. 

 

 “이제 나도 동료가 된 거야?”

 “무슨 소리야. 너도 스포츠 동료잖아.”



 키스미는 형언하기 어려운 표정을 짓다 미소를 지었다. 갑자기 키스미 녀석의 얼굴이 선명해졌었다. 왜인지는 모르겠다. 그 미소 속에 홀려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키스미는 계속 날 빤히 바라봤었다.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는 순간을 떠올려보니 나도 모르게 가슴이 뛰었다. 뭐야, 왜 이래. 뭔데. 


 그때였다.



 “아사히-”

 “와아아악!!!!!”



 키스미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분리수거 할 쓰레기는 어디다 버려야 하냐고 물으며 까만 봉투를 흔들어보였다. 웃기는 모습으로 멍하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냐며 등을 콕콕 찌르는 건 덤이었다. 쓰레기고 나발이고 네가 갑자기 얼굴을 들이미는 바람에 잊고 있던 장면이 수면 위로 떠올랐잖아!



  * * *



 “아사히.”


 

 이름이 불려 정신을 차린 순간 입술에 뭔가 닿았다. 키스미는 자신의 검지에 입을 맞추었다. 그리고 바로 입맞춤이 담긴 그 손가락을 내 입술과 맞닿게 했다. 손가락의 촉감은 기억나지 않지만 기억이 조작이라도 됐는지 굉장히, 아주 굉장히 기분이 좋았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 뒤 내가 했던 행동도 정말 가관이었는데 이 이상 생각하는 건 그만두고 싶다.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술을 먹고 어떻게 됐던 걸까. 



 “키스는, 이렇게 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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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사키스 합작 참여작 공개합니다.

존잘님들 사이에 발 한 번 들여봤습니다 헿

합작 참여는 처음이라 마감마감 우럭광어 하며 겨우 완성한지라 애착이 쪼끔 더 높군여

여러분 아사키스 하세요 맛있답니다

주최님 그리고 합작 참여하신 존잘님들 모두 고생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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