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릭캐릭체인지(Shugo Chara!)/연성

[쿠카우타] Sincerely

손도라/핸디 2024. 5. 23. 20:50

 
 




 
[쿠카우타] Sincerely
W. 핸디
 
 
 
 
닿지 않는 곳에서 눈부시게 빛나는 사람들. 연예인은 자신의 예능으로 사람들을 기쁘게 만드는 것이 그들의 업이자 삶이라고 한다. 누군가에게는 좋은 돈벌이, 또 누군가에게는 진심이 담긴 가치가 된다. 설령 전자 같은 족속이라도 보통은 자신을 사랑해주고 믿어주는 대중의 기대에 부응하는 것은 대중매체를 보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정도의 절대적인 규칙이다.
소마 쿠카이는 몹시 평범한 대학생이다. 결코 나쁘지 않은 외형과 시원한 성격으로 인간관계는 유난히 좋고 이성에게도 인기가 많은 편이만, 그건 어디까지나 일반인들 사이에서 나오는 평이었다. 막연하게 세상을 크게 뒤흔들 만 한 일을 하고 싶어 한 적도 있다. 그렇지만 이를 ‘연예인’이라는 직업으로서 이루고 싶다는 생각은 단 한 번도 하지 않았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무엇보다 쿠카이에게는 연예인이 되기 위한 노래나 춤, 연기 방면에서 세상을 뒤흔들 정도의 능력은 없었다. 당연하게도 이를 향한 열정마저도 가져본 적이 없다. 이유는 매우 단순하다. 모두 주 관심사가 아니었다.
 
* * *
 
여느 연예인들과 마찬가지로 호시나 우타우에게도 대중들에게 알리지 못할 비밀이 있었다. 그 중 하나는 은밀한 멘탈 관리 담당자가 있다는 것. 담당자인 소마 쿠카이는 연예계와 전혀 관련 없는 일반인이지만 한편으로는 나름 떳떳한 직책이었다. 다른 누구도 아닌 매니저이자 소속사 대표인 유카리의 부탁으로 부여된 암묵적인 임무였다.
 
"연예인들은 자신의 팬들을 실망시키면 안 돼"
 
이미 숱하게 봐온 우타우의 진심이자 사명. 이 사명은 사소한 부분까지 이어졌다. 이성인 쿠카이와 단 둘이 거리를 나돌아다니는 걸 숨길 생각마저 없던 시절이 있었다. 연예인이니까 조심해달라는 유카리의 애원이 무색하리만치 우타우는 당당했다.
 
“죄 지은 것도 없는데 왜 숨기고 다녀야 돼?”
 
친구인 아무, 소꿉친구이자 좋은 동생인 타다세와 단둘이 있을 때도 똑같은 입장을 고수하던 그였기에 소속사 사람들의 속이 타들어가든 말든 알아서 하겠거니 하고 넘어갔던 시절이었다. 두 사람이 쭉 ‘친구’나 ‘이해자’라는 이름 아래 있었다면 그의 입장도 그대로였을까. 한 치 앞을 모르는 운명 앞에 호시나 우타우와 소마 쿠카이는 아주 빠른 속도로 친구 이상의 관계로 변모했다. 관계의 정의가 변해도 도통 모자와 선글라스 이상의 변장을 하지 않던 어떤 연예인은 흐르는 시간에서 늘어가는 자신의 입지와 마주했다. 우타우의 입장이 바뀌는 것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파파라치 기사와 SNS 목격담을 막느라 고생하는 소속사 동료들, 어딜 나가도 금방 인파를 만들어 거리에 민폐가 되었던 나날, 그리고 자신의 연인에게 뻗치는 도 넘은 영향의 신호 앞에 그는 빠르게 이상과 현실의 차이를 깨달았다. 츠키요미 우타우가 비로소 어른이 된 시점이었다.
 
* * *
 
“정말 나로도 괜찮아?”
 
지나가듯 그렇게 무거운 분위기로 던진 말은 아니었지만 그 한마디에 걸린 의미와 여파는 전혀 가볍지 않았다. 물론 그 뒤에 ‘나 같은 놈은 너와 어울리지 않아’ 같은 바보 같은 생각은 하지 않았다며 자신의 마음을 단단히 덧붙였다. 사실 그런 고민을 한 번도 한 적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소마 쿠카이는 고작 그런 걸로 자신의 진심과 연인을 저버리고 땅굴이나 파는 남자는 아니었다. 이 날 두 사람의 대화는 진지하고도 진실했으며 사뭇 어른스러웠다. 서로를 향한 믿음이 두터워지는 계기가 되었다.
쿠카이는 소파에 누워 핸드폰 화면을 응시했다. 기다리는 표시가 좀처럼 뜨지 않았다. 자신도 모르게 큰 한숨을 뱉었다. 어찌나 애석한지 하필 그 날 이후로 우타우와의 연락 빈도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직업 특성상 연락 빈도가 높을 수 없어도 이해하지만, 최대한 꼬박꼬박 연락하려고 노력했던 이전과 달리 요즘은 나흘 만에 연락이 오기도 했다. 그 날 이후로 무려 두 달째 만난 적이 없던 것도 한몫했다. 츠키요미 우타우는 제 것에 대한 집착이 강한 편이었다. 연애 초반에는 무려 GPS 추적까지 했던 것을 생각하면 대체로 시원시원하게 생각하고 이해하는 쿠카이가 생각해도 몹시 이질적인 상황이었다. 유카리에게 물어본들 요즘 이런저런 일이 늘어서 우타우가 많이 바쁘다는 말을 시작으로 그리 밝지 않은 걱정을 들으며 대화가 마무리되기 일쑤였다. 가뜩이나 불안한 판국에 소속사 대표에게 듣는 걱정과 조언은 괜히 더 심란하게 만들었다. ’일반인‘인 쿠카이는 그제야 홀로 평범한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쿠카이가 두 번째 한숨을 쉬자 그의 머리에 소파 쿠션이 떨어졌다. 쿠카이는 다소 신경질적인 목소리로 범인에게 말했다.
 
“이게 뭐 하는 짓이야.”
 
잔뜩 짜증내며 소파 방석을 걷어내니 셋째 형 운카이의 태평한 얼굴이 시야를 가득 메웠다. 운카이는 막내의 짜증에도 아랑곳 않고 제 하고 싶은 말부터 던졌다.
 
“뭔데 혼자 궁상 떨고 있냐.”
“형이랑 무슨 상관인데.”
“네가 소파를 다 차지하고 있잖아.”
 
쿠카이는 댓발 나온 입으로 자리를 비켜주었다. 왜인지 자리를 뜨고 싶진 않아 운카이가 옆에 널브러지든 말든 조용히 앉아있었다. 텔레비전에 집중하던 운카이는 대뜸 그에게 말을 건넸다.
 
“연예인이랑 사귀면 좋은 것도 있지만 좀 힘들지 않나?”
 
쿠카이가 조금 놀란 눈으로 그를 돌아보았다. 운카이의 시선은 여전히 텔레비전을 향해있었고 재밌는 장면을 보아 생긴 웃음기까지 선명하게 남아있었다.
 
“뭐, 조금.”
 
타이밍 좋게 운카이가 집중하던 프로그램이 끝나고 광고가 송출되었다. 서정적인 BGM과 이탈리아를 배경으로 한 광고에 쿠카이는 다시 연인을 생각했다. 공교롭게도 유카리에게 들었던 우타우의 빡빡한 일정 중 이탈리아 현지 로케이션이 있었다. 운카이는 자신이 마시려도 들고 왔던 캔맥주 중 하나를 쿠카이의 볼에 갖다댔다. 섬세하지 않은 운카이의 위로에 쿠카이는 피식 웃음이 지어졌다.
 
“꽤 오래 사귄다? 나라면 엄-청 불안할 텐데.”
“···사실 불안해.”
 
목구멍을 타고 흘러가는 맥주가 꽤 자극적이었다. 쿠카이는 쓰게 웃었다.
 
“···그 애도 너만큼 진심이야?”
“그렇게 믿고 있어.”
“그렇다기엔 대답이 꽤 기네.”
“우타우를 의심하고 싶지 않아. 비겁하잖아.”
 
쿠카이는 정말로 우타우를 의심하지 않는다. 불안할지언정 그의 마음은 누구보다도 강했다. 운카이는 제 손에 들린 캔맥주를 두어 번 들이키고는 잠시 고민했다.
 
“그럼 됐지. 뭘 그렇게 끙끙 앓고 있어.”
“그게 말처럼 쉽지가 않잖아. 그리고 내가 언제 끙끙 앓았어.”
“형들이랑 렌토가 봤어도 똑같이 말했을 거다, 멍청아.”
 
더 반발하고 싶었지만 딱히 할 말은 없었다. 운카이는 남은 맥주를 입에 털어넣고 쿠카이의 머리를 세차게 쓰다듬었다.
 
“네가 이미 말했잖아. ‘의심하고 싶지 않다‘라고. 그럼 계속 믿으면 되는 거야.”
 
그리고는 빈 캔을 가볍게 구기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궁상 그만 떨고 나가서 고기만두나 사와라-.”
 
쿠카이는 그의 뒷모습을 한참 응시했다. 셋째 형의 섬세하지 못한 위로에 어이없으면서도 참으로 든든했다.
 
* * *
 
소마 가의 막내가 셋째 형에게 전달할 고민상담 값을 딸랑거리며 들고 오던 순간이었다. 집 앞에 다다르니 가로등 불빛을 절묘하게 맞지 않는 곳에서 웬 인영이 서성거리고 있었다. 두어 발짝 다가서자 캡모자와 후드를 겹쳐 푹 눌러쓴 사람이 그의 이름을 불렀다. 쿠카이는 잠시 주변을 살피고는 황급히 그의 손을 잡아 마당 구석에 있는 창고로 이끌었다.
 
“너···!! 어쩌려고 이렇게 혼자 왔어? 차는?”
“차를 여기 세우면 눈에 띄니까 내려주고 갔어. 근방에 있겠대.”
“혼자 온 건 아니구나. 그건 안심이네···.”
 
약간의 정적이 흘렀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무슨 말을 꺼내야 할지 혼란스러웠다. 쿠카이는 괜스레 시선을 피했다.
 
“위험을 무릅쓰고 널 보러 왔는데 별로 기쁘지 않은 눈치다?”
 
’아니, 전혀. 오히려 엄청 기뻐.’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차올랐지만, 입술은 쉽사리 떨어지지 않았다. 복잡한 머릿속에서 아직 정리되지 않은 말이 다른 말들을 열심히 밀어내고 있었다. 최소한의 시간도 들이지 못한 날 것의 감정은 그의 의도와 상관없이 뒤죽박죽 튀어나왔다. 캡모자를 쓴 우타우의 얼굴이 그림자로 가려졌다. 달빛 한점 들지 않는 창고 앞에서 쿠카이는 자신의 날 것을 고백하려 했다.
 
“···우타우, 내가 쭉 생각해봤는데 말이야.”
“···.”
“우리 이대로는 조금 위험한 것 같아.”
“···.”
“조금 더 정리한 다음 얘기하려고 했는데···, 잠깐 너 지금 울어?!”
 
구름이 무사히 달빛을 건너갔다. 그제야 쿠카이는 우타우의 얼굴을 온전히 마주했다. 달빛을 받은 우타우의 눈이 빛났다. 울지 않으려고 필사적으로 눈에 힘을 주고 있지만 커다란 눈망울에 가득 맺힌 눈물은 곧 무력하게 떨어지기 시작했다. 쿠카이의 손이 제 얼굴로 다가오자 우타우는 맥없이 거부했다. 뺨을 타고 끝없이 흐르는 눈물과 달리 우타우는 여전히 그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신경 쓰지 말고 계속해.”
“네가 이러는데 어떻게 계속···.”
“다른 말은 됐으니까 빨리 필요한 말만 해. 헤어지자는 말 같은 거 길게 듣고 싶지 않아.”
 
충분히 정제될 시간을 갖지 못한 말의 효과는 어디까지 미칠 수 있을까. 적어도 지금 상황에서는 소마 쿠카이의 정신을 잠시 날려버리기에 아주 완벽했다. 촘촘히 다졌다고 생각했던 그의 결연함이 와르르 무너졌다. 좀 전까지의 단단한 말투와 상반되는 목소리가 터지듯 쏟아졌다.
 
“아니아니아니아니라고, 아니야, 우타우! 나 지금 헤어지자고 하는 거 아니야! 왜 헤어져야 하는데! 난 못 헤어져!”
“어···?”
 
우타우의 눈에서 마지막 눈물이 툭 하고 떨어졌다.
 
* * *
 
한동안 쿨쩍이는 소리와 크고 작은 한숨만이 두 사람을 맴돌았다.
 
“하여튼···, 넌 무슨 애가 그렇게 급하냐···. 진정되면 말해. 그보다 이렇게 오래 있어도 괜찮은 거야?”
“넌 지금 이 상황에 그런 걸 신경 쓰니? 누가 들어도 오해할 만 한 타이밍이었어.”
 
쿠카이는 생각했다. 급한 것도 맞았지만 우타우의 말도 맞았다. 충분히 오래할 만 한 서두, 더군다나 같은 불안을 안고 있었다면 이상한 반응도 아니었다. 쿠카이는 창고 깊숙한 곳까지 들어가 무언가를 들고 나왔다.
 
“왜 멀쩡한 의자가 이거 밖에 없냐···. 자, 앉아.”
 
카페나 패밀리 레스토랑은 물론이고 편의점마저 알맞지 않은 처지에 새삼 곤란해 하던 그는 먼지 나는 창고를 뒤져 작은 목재의자 하나를 우타우에게 내밀었다. 우타우가 앉아도 다리를 조금 비스듬히 둬야 할 만큼 낮은 의자였다.
 
“이거 의자 맞아?”
“나 어릴 때 쓰던 의자니까 의자는 맞아.”
 
발 받침대 따위로 의심하던 우타우는 어릴 때 쓰던 의자라는 말에 안심했다. 쿠카이는 우타우가 앉은 걸 확인하고는 대충 아무 턱에 걸터앉았다.
 
“미안, 집에 형들이 있어서. 너 그 얼굴로 들어가긴 싫을 거 아냐.”
 
우타우는 시선을 피하며 작게 끄덕였다.
 
“그래서, 하려던 말은 뭐야?”
“아, 그거. 뭐라고 먼저 얘기해야 하냐···.”
 
쿠카이는 머리를 벅벅 긁으며 말을 이었다.
 
“일단 나는 너랑 헤어질 생각 따위 전혀 없어. 오히려···. 엄청 보고 싶었다고.”
“···그럼 그렇게 말하면 됐잖아. 사귄 지가 몇 년인데 그런 말을 부끄러워해.”
“그래, 내가 잘못했다···. 올 거면 연락이라도 하고 오지. 나 네 연락 엄청 기다렸거든?”
“낮에 메일 보냈는데? 안 갔어?”
“안 왔는데요.”
“분명 보냈는데?”
“자, 봐라.”
 
우타우는 자신의 핸드폰과 대조해보고는 작은 목소리로 잘못을 시인했다. 공항에서 막 도착했을 때 보낸 터라 비행기 모드를 해제하고 전송한다는 걸 잊었다고 말하며 살살 그의 눈치를 살폈다. 그 모습에 쿠카이는 퍽 웃음이 터졌다.
 
“바-보.”
“바보 여자친구라 미안하게 됐네.”
“그러게, 어떻게 해야 하나. 바보 여자친구랑 오래오래 행복하려면.”
“뭘 어떡해. 계속 이대로 사귀면 되지.”
“그런 얘기 아닌 거 너도 알잖아. 그걸 상의해보자는 게 내가 하고 싶은 말이었어.”
“말도 안 돼···. 바보는 너야.”
“그건 또 할 말이 없다···.”
 
이래서 처지가 처지라도 이렇게 오래 만났나 싶어 괜히 웃기는 모양새가 되었다. 우타우는 자리에서 일어나 양팔을 벌렸다. 쿠카이의 품에서 비로소 완전한 안정을 되찾은 그는 다시 눈을 맞췄다. 쿠카이는 작게 입을 맞췄다.
 
“나는 연예인도 뭣도 아닌 일반인이니까 혼자서 고민해봤자 좋은 결과는 안 나오더라. 그렇다고 헤어지는 건 죽어도 싫었어. 그러기엔 네가, 너무 좋으니까.”
“···내가 헤어지자고 하면 어쩌려고 했어?”
“네 마음을 의심하기도 싫었어.”
 
이전과는 다른 감정으로 우타우의 눈가에 눈물이 영글었다. 그러나 그는 눈물을 흘려보내는 대신 다른 길로 자신의 결심과 눈물을 굳혔다.
 
“공개연애 하자.”
“에?”
“숨어서 간신히 만나는 거 이제 지겨워.”
“괜찮을까, 그거.”
“어떻게 돼도 지금보다는 나아.”
 
그렇게 말한 우타우는 다시 쿠카이의 품에 얼굴을 파묻었다. 무언가 이어질 말이 남은 눈치였지만 굳이 물어보지 않았다. 그는 이미 잘 알고 있었다. 가장 복잡한 심정으로 이 문제를 고민하고 또 고민하며 막중한 결단을 내린 사람은 다름 아닌 ‘츠키요미 우타우’, ‘호시나 우타우’였다. 쿠카이는 조용히 우타우의 등을 쓸며 꼬옥 안아주었다. 죄를 짓는 것도 아니고 고작 연애 하나 한다고 매도하고 실망하며 떠날 사람은 그의 노래가 좋아서 팬이 된 것이 아닐 것이다. 연예계의 기준에서 실례라는 것을 알아도 진심을 전한다면 분명히 전해질 거라고 항상 믿고 싶었을 것이다. 쿠카이는 문득 우타우의 사명을 떠올렸다. “가수는 노래로 사람들을 기쁘게 만드는 거야.” 우타우와 팬들을 이어주는 것은 언제나 노래였다. 외모나 이미지 같은 겉치레보다 우선시 되는 호시나 우타우의 정체성이자 진심은 잠깐은 빛이 바랠 수 있어도 다시 찬란히 빛날 것이다.
 
“쿠카이.”
 
우타우는 살풋 고개를 들어 쿠카이에게 말했다.
 
“···키스해 줘.”
 
* * *
 
그로부터 나흘 뒤, 유카리가 홀로 찾아왔다. 보통 유카리와 이야기할 때는 적당히 칸막이가 설치되어있는 카페에서 만났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다른 가족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직접 집으로 찾아와서 이야기를 나눠야 할 만큼 중대한 사안이었으니 무리도 아니었다. 유카리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우타우의 강경한 뜻을 받아들여 다시 한 번 쿠카이의 의사를 확인하고는 준비해온 계획을 공유했다. 과거 이스터가 츠키요미 남매에게 사죄하는 뜻에서 보상하는 과정에서 언제든 이스터에 힘이 필요하다면 도와주겠다는 약속도 받아낸 것이 있으니 이번에 그 약속을 적극적으로 이용할 생각이라고 했다. 요컨대 굴지의 대기업의 힘을 빌려 최대한 모든 안전을 확보하며 거사를 치르겠다는 작전이었다. 역시 전문가의 생각인지 두 사람은 생각지도 못한 방법이 가미되어 쿠카이는 얼떨떨해졌다.
 
“어느 정도 보호받을 수 있을 테고 우리도 최선을 다할 거지만, 세상에 완벽한 건 없어. 이 업계 구조상 언젠가는 알음알음 알려지게 될 거야. 걱정되면 지금이라도 말해. 마지막 기회니까.”
 
쿠카이는 아주 잠시 고민했다.
 
“아뇨, 괜찮아요.”
 
유카리는 후련하게 웃었다.
 
“역시 호시나 우타우의 연인은 다르네. 합격이야.”
“하하···, 이것도 테스트였나요?”
“보통 일이 아니니까 어느 정도는?”
 
유카리가 돌아가자 2층에서 슬그머니 형들이 내려왔다. 그들은 소파에 널브러진 막냇동생에게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인지 설명하라는 채근을 앞다퉈 던졌다. 쿠카이는 힘없이 형들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꿈 같다, 정말···. 누가 나한테 물 좀 뿌려줘 봐.”
“누구더러 명령을 해? 그보다 보통은 때려달라고 하지 않냐.”
“형 손으로 맞기는 싫다는 거지. 머리 좀 썼구나, 쿠카이.”
“물 뿌리면 소파가 지저분해지잖아. 머리를 쓰다 만 거지.”
“그렇다면 이걸로-.”
“악-!!”
 
물을 뿌리면 소파가 지저분해진다고 물수건을 얼굴에 처박는 형이 세상천지 또 있을까. 쿠카이는 그렇게 생각하며 얼굴에 덮인 물수건을 걷어냈다. 넷째 렌토는 손에 묻은 물기를 닦아내며 상쾌한 웃음을 지었다.
 
“어때? 지금도 꿈 같아?”
“무슨 말도 안 되는···, 진짜로 하는 사람이 어딨냐?!”
“형님이 물으시잖냐. 건방지게 굴지 말고 대답.”
“···뭐, 승부차기가 끝난 것 같은 느낌? 그런 느낌 같아.”
“그런 비유라면 내 생각엔 이제 후반전 시작한 지 2분 지났어.”
“슈스이 형이 계산한 거라 더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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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명 물벼락 이 모든 건 꿈일까'
예에에에전에 진단메이커 돌려서 평소처럼 가벼운 단문 연성을 지으려다 전개상 분량이 단편 회지급으로 나와서 줄곧 묵혀뒀던 글
오늘에서야 드디어 탈고했다!!!!!!
후우우우우 진짜 꼴랑 8,000자도 안 되는 글 갖다가 뭐라고 싶지만 다른 글들 보면 알다시피 저는 지금 현생 상황도 그렇고 성향상 길어야 두세 시간 들여서 쳐내는 3,000자 미만, 평균 한 시간 반 정도만에 찔 수 있는 1,500자 되는 단편만 짬날 때 써버릇하던 인간이라 이건 큰일한 거임...
이 정도는 회지 내야 하는 마감에나 쓴다...
내 기준 너무 거대해서 오탈자 검수나 2차 수정 등등도 못 했으니 예쁘게 봐주십사
10,000자 넘으면 써놓고 나중에 회지로 낼까 했으나 그 정도까진 아니어서
다른 글과 마찬가지로 먼저 웹상에 공개하고 두어 편 더 쓰면 쿠카우타 재록본으로 묶어다 실물 책을 만들기로 함
그때 더 다듬겠습니다
참고로 쿠카이의 형들은 원작과 애니 둘 다 나오는 오피셜 캐릭터
원작은 몇 권인지 기억이 안 난다 12권 앙코르에도 재등장하는 분들ㅋㅋㅋㅋㅋ
그들의 외모나 대략적인 느낌을 참고하시려거든 라프텔 기준 애니판 2기 파트 2 3화를 참고해주세요
우타우가 쿠카이한테 GPS 꽂은 것도 오피셜인데 이건 12권 특전 드라마CD 내용이라 들어보라 할 수가 없네
근데 그거 좋습니다 구할 수 있을 때 꼭 구해서 들어보시길...! 후속작 연재 시작하면 더 구하기 힘들어질 것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