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릭캐릭체인지(Shugo Chara!)/연성

[나기리마] 행복을 빌어줄게요

손도라/핸디 2020. 6. 21. 04:39

 

 

 

 

[나기리마] 행복을 빌어줄게요

W. 손도라

 

 

 

 

첫 짝사랑이었다. 누가 봐도 반할 천사 같은 얼굴에 작고 가녀린 몸집. 소위 남자들이 여자친구로 선호하는 외모라서 처음엔 그 아이를 좋아하는 남자들이 셀 수 없이 많았다. 어느 순간 그 아이의 본 모습이 드러난 뒤로 대부분 사라졌지만 나는 그 아이의 본 모습에 더 눈길이 갔다. 상냥하고, 성실하며, 새침한 겉모습과는 달리 배려심이 깊었다. 개그를 좋아한다는 게 좀 깬다는 사람이 있지만 그 아이는 그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즐기는 것뿐이다. 우유부단하지 않고, 똑부러지는 그 아이는 특히 친구들에게 건네는 온화한 미소가 정말 귀여웠다. 그런 사람에게 어떻게 반하지 않을 수 있을까.

머뭇거리며 바보 같은 계획을 던져버리고 무릎을 꿇은 채로 고백을 했다. 그 아이는 나의 서툰 고백에도 진지하게 대해주었다. 그마저도 좋았다. 그 아이의 대답은 정중한 거절이었지만 고심 끝에 드러낸 마음을 진심으로 생각해준 것이 고마웠다. 본디 고백은 자기만족이라 했다. 후련함을 뒤로 하며 고민 끝에 고른 생일선물을 건네고, 그 아이의 생일을 축하해주었다. 이 환하게 웃는 얼굴을 또 다시 마주할 수 있을까.

 * * *

빠르게 들어오는 공을 받아내는 데에 성공했다. 긴박하게 돌아가는 플레이 중 미처 보완하지 못한 상대팀의 수비망을 뚫고 골대에 공을 내리꽂았다. 하이파이브를 나누며 문득 시선을 돌리니 그 아이가 보였다. 아랫입술을 살짝 깨문 뒤 곧바로 손을 흔들며 인사를 해주었다. 고백을 했고, 그 고백에 대한 대답을 들었으니 이젠 아무것도 없는 관계인데, 아직은 그 아무것도 없는 보통의 관계를 받아들이기가 힘들었다. 그런 만큼 더 환하게 웃었다. 그 아이의 표정은 기억나지 않았다. 어쩌면 기억에서 잊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애를 썼는지도 모른다.

 * * * 

“어서오세요. 메종 드뷔시입니다.”

 

그 날은 왠지 모르게 단 음식이 끌렸었다. 우연히 가던 길에 유명하다는 카페가 있었고, 별 생각없이 적당히 달달한 디저트나 포장해갈 생각으로 가게 문을 열었다. 가게 문에 달린 종이 청아하게 울리는 순간 가장 먼저 눈앞에 들어온 것은 파베초콜릿도, 딸기 파르페도 아닌 금발의 긴 머리를 가진 그 아이였다. 그 아이는 작은 입으로 파르페를 조금씩 음미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아이의 맞은편에는 함께 코트 위를 달리고, 한 교실을 쓰는 동급생이 특유의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앉아있었다.

 

“이제 이걸로 비밀 지켜주는 거지?”

“음, 글-쎄? 이 가게, 아이스크림 와플도 괜찮다던데.”

“···또 먹으려고?”

“눈치 없긴. 다음에 또 사주면 그땐 정말 생각해볼게.”

“난감하네···.”

 

그 모습을 보니 왠지 모르게 가슴 한 구석이 쓰라렸다. 같은 가디언 동료로서 친하게 지낼 수 있다는 걸 머리로는 이해하는데 무언가 묘한 감정이 마음을 한없이 아리게 했다. 그저 친구 사이에 같이 디저트를 먹는 것뿐인데, 그 아이는 환하게 웃는 모습이 아닌 새침하고 도도하게 파르페를 음미하고 있었을 뿐인데. 다급히 가게 밖을 나서면서도 그 아이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아주 잠깐이었지만 그 아이는 편한 상황에서만 짓는 따뜻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아, 이제 정말 모든 것을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들이 사귀는 사이가 아니라는 것은 잘 안다. 하지만 그 두 사람을 보니 나는 아무리 노력해도 그 아이와 마주보고 웃는 사이가 될 수 없을 것이다. 그 아이는 괜찮다고 했지만 나는 괜찮지 않았다.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힘겹게 옮겼다. 어서 집으로 돌아가 두 사람에게 아무렇지 않게 인사하는 연습을 해야지.

그 날 밤엔 이불을 덮으며 작은 소원을 빌었다. 나도, 그 아이도 언젠가 각자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 행복하게 웃을 수 있기를. 그리고 다시는 가슴 아픈 짝사랑을 하게 되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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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기리마 전력 '짝사랑'으로 뒤늦게 탑승했습니다.

나기리마인 듯 나기리마 아닌 글이라 나기리마 연성이라고 해도 되는지 모르겠네요ㅎ... 주제에 안 맞는다면 그냥 개인연성인 걸로...

짝사랑이라는 키워드를 보고 꼭 후유키의 시점을 써보고 싶었어요

더빙판으로는 리키! 리마를 짝사랑해서 고백을 하기 위해 로열가든을 찾아왔던 삐죽머리 남자아이!

순서대로 69화, 91화, 파티 7화를 두고 써봤습니다.

이 편들을 정주행 하시고 읽어보시면...아마도 몰입이 잘 될 거예요 더 길게 쓰고 싶었는데 능력이 이것 밖에 안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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