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기리마] Surprise
[나기리마] Surprise
W. 손도라
“저기요. 이거 떨어뜨리셨어요.”
“아, 감사합니다.”
리마는 여자에게 감사를 표하고서 재빨리 손에 쥔 물건의 상태를 확인했다. 다행히 바닥에 떨어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거슬리는 얼룩이나 먼지 따위의 흔적은 없었다. 어젯밤 손수 만든 책갈피에는 복숭아꽃 한 송이가 코팅되어 있었다. 리본이 생각만큼 만족스럽게 묶이지 않아 몇 번을 풀어헤쳐야 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리본의 매무새를 다듬었다.
“역시 리마는 복숭아꽃 같아.”
“저번처럼 ‘작고 동글동글하고 귀여워서’라고 할 거면 그만 둬.”
“아니, 그냥. 이 꽃만 보면 리마가 생각나거든.”
그렇게 말한 나기히코는 리마의 머리에 떨어진 복숭아꽃 한 송이 떼어 손에 쥐어주었다. 습관적으로 짓는 그의 미소가 왠지 얄미웠다. 리마는 아무렇지 않은 척 화장실에 다녀오겠다며 잠시 벤치에서 일어났다. 세면대 앞 거울에는 점점 붉게 달아오르는 자신의 얼굴이 보였다. 평정심을 돌리려 애쓸수록 나기히코의 미소가 머릿속을 지배했다. 리마는 그 날 받은 복숭아꽃을 버리지 않고 가져와 책갈피로 만들었다. 다소 충동적이고 의식의 흐름에 따른 행동이었다. 어느새 정신을 차려보니 어떤 색의 리본을 쓸지 고민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 후로 며칠이 지난 지금까지도 책갈피가 된 복숭아꽃을 보면 그 미소가 떠오른다. 고작 책갈피 하나에 마음이 뒤숭숭해지는 자신을 자조하며 괜스레 이 사태의 원인 제공자를 향한 심술을 꽃 피웠다.
창밖에선 벌써 해가 저물어가고 있었다. 연습이 끝나면 데리러 오겠다는 그에게는 아직 연락이 없었다. 평소 같았으면 해가 저물기 전에 ‘지금 출발했어.’라거나 ‘거의 다 왔어.’ 같은 메시지가 와 있었을 것이다. 오늘 연습은 좀 길게 하나 보네. 리마는 그의 업을 이해하며 다시 읽고 있던 책에 집중했다. 그 후로 시간이 얼마나 더 지났는지는 의식하지 않았다.
* * *
나기히코는 익숙한 뒷모습을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어찌나 집중을 하고 있는지 리마는 그가 바로 뒤에 있어도 돌아보기는커녕 책장을 넘기기 바빴다. 가만히 그 모습을 지켜보던 나기히코는 다소곳이 놓인 책갈피를 발견하고는 잠시 생각에 빠졌다. 만약 그렇다면 너무나도 사랑스러워서 견딜 수 없을 것 같은데. 그는 조심스럽게 책상에 노크를 하며 자신의 존재를 알렸다. 리마는 고개를 살짝 들며 ‘왔어?’라는 말을 소리 없이 건넸다. 자신도 모르게 지은 옅은 미소가 그를 설레게 했다는 사실은 말해주지 않는 이상 모를 것이다.
“좀 늦었네. 카페로 가자. 나 목말라.”
“아, 미안한데 여기서 잠깐만 기다려줄래? 나도 빌리려던 책이 있었는데 깜빡했네.”
“그럼 같이 가줄게.”
“금방이면 돼. 나 빠른 거 알잖아.”
그는 리마를 근처 벤치에 앉히고는 대꾸하기도 전에 홀연히 자리를 떠났다. 갑작스러운 사태에 어이가 없어진 리마는 그에게 전화를 하려다가 그만두고 기다리는 것을 택했다. 자신을 내버리고 간 그에게 짜증이 나다가도 꼭 리즈무와 캐릭체인지를 한 것 같은 그의 모습을 떠올리니 한편으로는 웃음이 나왔다. 그 순간 누군가 리마의 어깨를 톡톡 건드렸다. 리마가 놀란 눈으로 뒤돌아보니 나기히코가 분홍빛 꽃다발을 든 채 서 있었다. 안 받아줄 거냐는 그의 웃음에 리마는 얼떨떨한 표정으로 꽃다발을 받아들었다.
“깜짝 선물이야”
“선물? 오늘은 아무 날도 아닌데.”
“꼭 무슨 날에만 주라는 법은 없잖아? 여자친구한테 꽃다발 선물을 해주고 싶은 날도 있지.”
“센스 좋네. 처음 연애하는 사람 맞아?”
“당연하지.”
“···고마워.”
리마는 꽃향기를 살짝 맡고는 환하게 웃었다. 틱틱거리다가 갑자기 그렇게 웃는 건 반칙이잖아. 나기히코는 그렇게 생각하며 리마에게 입을 맞췄다.
* * *
“그건 책갈피로 만들기엔 좀 많지 않을까?”
“글쎄, 말려서 유리병에 담으면···. 잠깐, 뭐?”
“오, 유리병 괜찮다. 나중에 보여줘야 해?”
“무슨···?! 너 언제···!! 그거 아니거든!!”
"뭐가 아닌데?"
"아무튼 아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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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이타에서 갑자기 확 떠오른 나기리마... 드디어... 꿈은☆이루어진다...
나기리마 정말 되는 주식입니다 흑흑 이제 존잘님덜 많아서 난 연성 안 해도 될까 봐 넘 행복... 갑자기 터진 연성들 주워먹느라 눈물 질질 짜고 있음 기뻐서 우는 겁니다
그래도 내 새끼들이 실트를 먹고 장기집권 하는 중(개인적인 견해)인데 단문 하나라도 얹어야지 하면서 쓴 글인데 넘 오랜만에 쓰는 거라 괜찮은 건지 모르겠네
아무튼 나기리마 포에버...함께해요 나기리마의 숲...(광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