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릭캐릭체인지(Shugo Chara!)/연성

[나기리마] 꽃을 위한 휴식

손도라/핸디 2019. 8. 23. 04:28

 

 

 

 

[나기리마] 꽃을 위한 휴식

W. 손도라

 

 

 

시선 끝에는 검지가 오도록 하되, 나머지 손가락들은 흐드러지는 꽃처럼 자연스럽게. 자연스럽되, 꽃의 절개와 아름다움은 놓치지 않도록. 나기히코의 턱 끝에는 땀방울 하나가 위태롭게 매달려있었다. 누군가에겐 찜찜하고 냄새 나는 분비물일지라도 그는 그런 땀마저 향기로운 꽃처럼 보이게 해야 할 의무를 갖고 있었다. 머릿속으로는 박자를 생각하며 몸으로는 리듬의 본질을 타야 한다. 공연까지 남은 시간은 단 사흘. 나기히코에게 남은 사흘이란 더욱 더 사실적이고 환상적인 꽃이 되기 위한 마지막 시간이었다. 방 안을 가득 메운 음악은 이제 절정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나기히코는 발끝에 온 신경을 집중시키며 마지막 피날레 동작을 준비했다. 하나, 둘.

 

“거기까지.”

 

나기히코는 동작을 위한 반동을 견디지 못하고 주저앉았다. 어두운 색의 다다미 바닥은 그림자가 져 마치 어둠이 드리운 숲의 색과 같았다. 그가 숨을 고르며 고개를 들자 흐트러짐 없는 자세로 앉아있는 제 어머니의 모습이 보였다. 나기히코는 입을 굳게 다문 채 시선을 떨궜다. 그의 어머니는 그가 아직 완벽한 꽃이 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누군가 나기히코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봤다면 분명 그를 칭찬해 마지않았을 것이다. 그는 작품에 대한 이론과 이전 배우들의 공연 검토까지 마쳤으며, 이 완벽한 이론을 머리로 익히는 데에 그치지 않고 몸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연습을 게을리 하지도 않았다. 그가 매일 같이 보고 싶어하는 그의 연인을 만날 시간까지 줄여가며 준비한 공연이었다. 그 사실은 옆에 있는 유모를 넘어 그의 어머니마저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공연 개시까지는 사흘. 나기히코는 얇은 벽을 눈앞에 두고 또 다시 주저앉고 말았다.

시간이 무색하게도 하늘은 밝은 색을 띠고 있었다. 낮이 긴 여름답게 밤의 기미는 쉬이 보이지 않았다. 유모의 권유대로 저녁 연습 전까지는 완전한 휴식을 갖기로 했다. 나기히코는 핸드폰으로 시간을 확인했다. 마지막으로 머리를 살짝 매만지며 처음 보일 표정을 연습했다. 이내 그가 작은 한숨을 내쉴 때 다섯 걸음 떨어진 거리에서 작은 여자아이가 그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데이트, 오랜만이네. 다른 애 만나는 건 아니지? 아무라든가.”

“설마, 알잖아. 공연이 얼마 안 남아서 그렇다는 거.”

“···아무를 만났다면 내가 모를 리 없으니까.”

“오랜만의 데이트인데 너무 짓궂은 거 아니야?”

 

나기히코는 살짝 서운하다는 감정을 내밀었다. 툭툭 던지는 말이 버릇이 된 연인과 연애를 하면 서운하다는 표현이 담긴 연기는 기본으로 할 줄 알아야 한다. 연기는 기본적으로 본심이 아닌 꾸며낸 것. 그의 연인이 던지는 가시 같은 말도 본심을 감추기 위한 일종의 연기였다. 리마는 익숙한 듯 나기히코를 살짝 앞질러 걷기 시작했다. 이럴 땐 나기히코가 몇 걸음 맞춰주다 본래의 걸음속도로 따라잡아 리마의 손을 꼭 잡고 아무 일도 없는 듯이 걸음을 맞추는 것이 수순이다. 둘만의 암묵적인 규칙이었다.

오늘 이 두 사람의 저녁 나들이는 특별할 것 없는 과정으로 이루어져있다. 리마가 궁금해 했던 핫한 맛집에서 저녁 식사를 하고, 나기히코가 리마를 위해 알아둔 디저트 가게에서 그동안 묵혀놨던 서로의 일상을 공유했다. 나기히코는 집에서 출발하기 전까지 고심해서 결정한 디저트 가게에서 리마의 취향에 맞는 메뉴까지 꼼꼼히 알아와 추천해주었다. 오랜만에 만나는 만큼 더 잘해주고 싶은 평범한 애정이었다. 그는 그 작은 입이 멋들어진 와플 한 조각을 품은 뒤, 남몰래 입꼬리를 슬며시 올리는 모습만 봐도 기분이 좋았다. 리마는 포크를 접시에 살풋 얹어두고 냅킨으로 입가를 정리하며 말했다.

 

“날 너무 좋아하는 거 아니야?”

“글쎄.”

“시치미 떼지 말지? 방금까지 나 보면서 바보 같이 웃고 있었잖아.”

“들켰네. 내가 그래서 싫어?”

 

지금 리마의 표정은 그 어느 때보다 진실했다. 그런 걸 왜 물어봐. 은근히 본심을 속속 드러내는 리마가 너무나도 귀여웠다. 지금의 나기히코 또한 진실했다.

 

“다행이야.”

“뭐가?”

“이제야 네가 좀 편해진 것 같아서. 연습이 잘 안 풀렸던 거지? 이전에도 한 번 이런 적 있었잖아.”

“이것도 들켰네. 그냥, 너무 쉬지 않고 매달리는 것도 독이었나 봐.”

 

나기히코의 입에선 자연스럽게 속내가 나왔다. 머리에서 입력해주고 도출되는 속내가 아닌 가꾸지 않은 속내였다. 그는 쉬지 않고 매달렸다. 이번 공연에 짊어진 역할은 다른 때보다 무거웠고, 어쩌면 무용수로서 또 다른 시작이 되어줄 수 있는 기회였다. 모든 일에는 휴식이 동반되어야 한다. 이 간단한 법칙마저 무시할 만큼의 여유도 절제했던 자신이 안쓰러워지는 순간이었다.

 

“넌 너무 스스로를 옥죄는 것도 문제야. 리듬이 하는 충고도 맞을 때가 있어.”

“그럴 수도 있으려나. 그치만 공연에 리듬이랑 몰두하면 큰일이지.”

“앞으로는 조금 느슨하게. 알았지?”

 

리마는 나기히코가 가장 사랑하는 미소를 머금고 나기히코의 볼을 살며시 어루만졌다. 툭툭 던질 때가 절반 이상이었지만 나기히코가 조금이라도 쳐져있으면 그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모든 일에는 휴식이 동반되어야 한다. 나기히코는 이 말을 다시금 되새김질 했다.

 

“휴식도 좋은데, 리마도 좋은 것 같아.”

“···또 그런 바보 같은 소리 할 거면 나 집으로 돌아갈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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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 안 와서 즉흥적으로 하나 써봤습니다

딱히 큰 건은 없고 그냥 나기히코가 춤 연습하는 걸 써보고 싶었는데 나기리마 데이트까지 뽑아져서 자급자족으로 도달할 수 있는 최고조를 찍고 있음 히힣힣키킿 나기리마 짱 맛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