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츠나오나츠] 아침이 되면
[나츠나오나츠] 아침이 되면
W. 손도라
바깥은 이른 아침의 냉기가 도는 듯 바람이 나뭇잎을 계속 건드리고 있었다. 반면, 세리자와 나오의 자취방 부엌은 창밖에서 들어오는 햇살 덕인지 따스한 기온이 감돌고 있다. 부엌 한 편에서는 커피메이커가 은은한 커피향을 내뿜었다,
나츠야는 부엌에서 나는 소리에 슬쩍 눈을 떴다. 어제 오후, 포르투갈에서 돌아온 나츠야는 기념품을 한가득 안고 나오를 찾아왔다. 나오는 이런 나츠야가 익숙한 듯 저녁을 대접했고, 나츠야의 여행 후일담을 듣다 같은 침대에 누워 밤을 보냈었다. 나오는 나츠야의 인기척을 놓치지 않고 맞이했다.
“일어났어? 커피 마실래?”
나츠야는 이불을 젖히고 덜 뜬 눈을 비비며 말했다.
“설탕 많이.”
나오는 나츠야의 대답을 이미 짐작이라도 한 듯 설탕통에 스푼을 넣고 있었다. 나츠야는 부스스한 머리는 대충 쓸어넘기며 찬장에서 식빵과 잼을 꺼내왔다.
“아침엔 밥이 나은가.”
“빵에 잼 바르면서 밥 얘기하는 건 좀 늦은 감이 있는데.”
“이거 먹고 또 먹으면 되지. 아침은 든든히 먹는 게 좋잖아.”
“과식은 안 좋아.”
나오의 단호한 말투에 풀이 죽은 나츠야는 묵묵히 빵에 잼을 발랐다. 나오는 그런 나츠야가 퍽 귀여워 옅게 웃었다. 나츠야는 ‘왜 웃는 건데.’라고 받아치려 했으나, 나오는 나츠야의 입술 움직임을 포착하고는 다른 화제를 꺼내 재빠르게 대화의 흐름을 바꿨다. 귀여운 애인과 가벼운 입씨름을 벌일 수도 있었지만 오늘은 애인의 하루 일정이 더 궁금했다.
“오늘 어디 나갈 일 있어?”
“아, 모교에서 부탁 받은 일이 있어. 너랑 같이 나가면 시간 맞을 거야.”
“그렇구나.”
나오는 커피잔의 가장자리를 손가락으로 쓸며 말했다.
“그럼 슬슬 준비해야 하지 않아? 나츠야. 너 아직 자다 일어난 옷차림이야.”
“에엑, 벌써 그렇게 됐어?!”
나츠야는 여유롭게 움직이던 입에 속도를 내어 순식간에 접시를 비우고 나갈 채비를 시작했다. 일찍 일어나서 아침의 여유를 즐기고 있다 생각했던 그는 순식간에 타임리밋 게임의 플레이어가 되고 말았다. 다행히 나츠야는 늦지 않게 준비를 마쳤다. 나오는 어느새 현관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잠깐, 나오.”
나츠야는 현관을 향해있던 애인을 붙잡고 입술을 내밀었다.
“나츠야, 우리 늦었어.”
“한 번만.”
“잠깐만, 일단 나 자세가...나츠야, 좀...어어...!”
“어...으악!”
나오는 나츠야에게 붙들려 애매하게 뒤돌아있던 상태였다. 그런 자세에서 나츠야의 체중에 힘이 실리면 웬만한 성인 남성이라도 그 순간 균형을 잡기란 어려울 것이다. 자세보다는 그가 서 있는 위치가 더 위험했다. 바로 뒤가 신발장 턱이 아닌가. 결국 둘은 엉거주춤 휘청거리다 그 자리에서 넘어지고 말았다. 그리고 둘은 마치 짠 듯이 서로의 얼굴을 보고 괜찮냐 물었다. “괜찮아?”라는 두 울림이 완벽하게 겹쳐 두 사람의 귀를 관통했다.
“다친 데는 없어?”
“어, 응. 으으, 꼬리뼈...”
나츠야와 나오는 몸을 겹친 상태에서 눈을 마주했다. 아침 댓바람부터 다 큰 남자 둘이 어이없는 이유로 사이좋게 엉덩방아를 찧었다. 나오는 그 상황이 퍽 웃겨 푸흐흐 웃었다. 그를 본 나츠야는 갑자기 왜 웃는지 어리둥절했지만 눈앞에 있는 애인이 티 없이 웃는 걸 보니 본인도 아무 이유 없이 웃음이 새어나오는 것을 느꼈다. 이렇게 그들의 아침이 시작되었다.
“이제 나가야지.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어.”
“응, 그래야지.”
나츠야는 나오가 일어난 뒤 곧바로 일어나 현관문을 열었다. 현관문을 나서기 전, 그는 빠르게 뒤를 돌아 나오의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
“이따 봐, 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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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님과의 연성교환으로 쓴 단문입니다!
존잘님의 그림은 요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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