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ee! 시리즈/연성

[나츠나오] 열

손도라/핸디 2016. 12. 18. 06:47





 [나츠나오] 열

W. 손도라




 손에 아무 느낌이 없다. 나오는 칠판에 적힌 문장을 한 자 한 자 받아 적기 시작했다. 선생님이 노란 분필과 동그라미로 강조하면 그 부분에 밑줄을 그었다. 그러다 문득 정신을 차리고 보니, 강조한답시고 그은 밑줄들은 쓸 데 없이 여러 번 그어져 하나 같이 과한 존재감을 보이고 있었다. 대체 이게 뭐 하는 짓인지. 점점 무너져가는 필기를 보며 자조했다. 다행히도 그 순간 수업 종이 울렸고, 주변은 순식간에 시끌벅적해졌다. 이제 움직이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감이 빠르게 온몸으로 퍼졌다. 오늘은 더 이상 펜을 쥘 수 없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미안. 오늘 들를 데가 있어서. 먼저 가볼게.”

 


 그렇게 말하고는 서둘러 학교를 빠져나왔다. 일부러 아무도 가지 않는 방향을 택했다. 빨리 집에 가고 싶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누군가를 걱정시키고 싶진 않았다. 이를 테면 나츠야나 1학년들. 이들에겐 더욱 그랬다.

 


    * * *



 도어락을 열고 흩뿌리듯 가방을 내려놓았다. 옷가지를 하나씩 벗고 입을 때마다 이것만 하면 침대에 누울 수 있다는 암시를 일일이 걸어준 덕분에 교복 차림으로 침대에 쓰러지는 일은 없었다. 교복 차림으로 누우면 교복이 구겨지고, 편하지도 않으며, 무엇보다 일을 마치고 돌아온 부모님이 보시면 무슨 일이냐고 물을 것이 뻔했다. 힘들고 귀찮은 느낌은 잠시뿐이다. 문장 아래가 볼펜선으로 빈틈없이 채워져 있는 걸 본 후에야 비로소 몸 상태를 제대로 받아들였다. 만약 좀 더 일찍, 아침에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을 때 그 낯선 느낌을 가볍게 넘기지 않았다면 더 편하게 지낼 수 있었을까. , 집에 감기약이 다 떨어져서 그냥 나갔었지. 생각을 멈추고 몸에 힘을 풀었다.

 


  ♬-


 

 겨우 편해졌는데. 말도 안 되는 타이밍이다. 벼랑 끝에 내몰린 심정으로 오만가지 생각을 다하며 최대한 외면하려 했다. 두 번째에는 이불을 꽉 움켜쥐었고, 세 번째에는 몸을 웅크렸다. 초인종 소리를 종잇장처럼 찢을 수 있다면 망설임 없이 그렇게 하고 싶었다. 네 번째가 없기를 간절히 바랐고, 동시에 혹시나 있더라도 절대 응하지 않겠다는 마음을 단단히 굳혔다. 그러나 나오는 네 번째를 듣고 현관문을 열어줄 수밖에 없었다.

 


나츠야? 갑자기 왜...”


 

 나츠야는 잠시 눈을 맞추고는 미소를 띠며 입을 열었다.

 


, 미안. 쉬고 있었나? 그래도 역시 오길 잘했네. 지금은 얼굴도 빨갛잖아?”

얼굴?”

잠시 실례.”


 

 상황 파악이 끝났을 때는 이미 나츠야가 집안으로 들어온 뒤였다. 들어오자마자 들고 온 비닐봉지를 식탁 위에 올려두었다. 불투명한 비닐봉지 겉면에는 희미하게 약봉지가 비쳤다. 나오는 나츠야라고 운을 떼기 무섭게 침대로 등 떠밀렸다. 나오가 침대에 들어간 것을 확인한 나츠야는 곧바로 들고 온 비닐봉지에서 하나씩 꺼내기 시작했다. 해열제부터 냉찜질팩까지. 꽤나 본격적이었다.

 


어떻게 알았어?”

너 오늘 하루 종일 이상했어. 감기약도 다 떨어졌지?”


 

 그 정도였나. 하다가 마지막 말에서 멈칫했다. 생각해보니 최근 나츠야에게 감기약을 준 적이 있다. 은혜 갚는 나츠야. 기특해서 절로 웃음이 지어졌다. 그때 나츠야가 침대로 다가와서는 한 손은 자신의 이마에, 다른 한 손은 나오의 이마에 가져다댔다.

 


뜨거워! 아픈 거 왜 말 안 했어?”

“....”

저번에도 혼자 버티다 넘어지더니... 조금은 기대라고 했잖아.”

미안.”

 


 혼자 감당하는 게 익숙해져서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어른스럽게 행동하면 듣는 말이 적어진다. 언제부터 그랬는지 가늠조차 안 될 정도로 굳은 습관이었다. 여전히 가늠할 수 없지만 그 굳어있던 습관은 서서히 물러지고 있었기 때문에 이제는 굳이 가늠할 필요가 없었다. 이렇게 편해져도 될까. 적어도 지금 같이 옆에 있어준다면 그러고 싶다.



밥도 안 먹을 것 같아서 먹을 것도 사왔지.”

잠깐, 직접 하게?”

걱정 말고 푹 쉬기나 해.”

걱정되는데.”

눈 감으시죠, 세리자와 씨.”

-, -."



***













예전에 나오의 성격은 집안 환경에서 비롯된 게 아닌가 라는 얘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집에 사람이 없으니 나츠야가 나오네 집에 자주 드나들며 영화 감상을 할 수 있었을 테고요

그런 집안 환경의 역기능을 나츠야가 채워주는 게 보고 싶었습니다

나츠나오 최고예요 나츠나오 파주세요 헝헝 맛이 아주 좋답니다 선배조 예뻐해주세요ㅜㅠㅠㅠㅜ

부족한 글 봐주셔서 감사합니다(_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