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스린] 동상이몽
[소스린] 동상이몽
W. 손도라
바닥에 나동그라진 고무줄이 눈에 띄었다. 멀지도 가깝지 않은 거리였다. 아직 잠결이 가시지 않은 탓에 '역시 일어나서 주워야겠지' 따위의 일차원적 생각들만 웃돌았다. 그대로 잠시 멍하니 시선을 흩뿌렸다. 이번에는 몸을 조금 뒤척이다가 희미하게 달그락거리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열린 방문 틈새로 사기그릇과 쇠 따위가 부딪히는 소음이 들어왔다. 수돗물 소리, 가스불 켜는 소리, 아랫 찬장에서 도구를 꺼내는 소리가 뒤이어 달려왔다. 린은 그제야 몸을 일으키며 단숨에 고무줄을 낚아챘다.
"기름 튀니까 옷 입고 와"
"아."
부스스한 머리를 묶어두기까지 하니 목부터 느껴지는 허전함이 확 와닿았다. 다시 들어가서 옷을 주워오려는 찰나 소스케의 뒷모습에 시선이 끌렸다. 밝은 색의 하프 에이프런이 소스케의 하체를 가득 감싸고 있었다. 린은 곰곰이 생각했다. 풀 에이프런까지 세트 디자인으로 찾아서 사올 것을, 분명 어딘가 있었을 텐데. 평범한 옷이 걸쳐진 상태로 훤히 드러난 등판을 보니 괜히 진한 아쉬웠다. 린은 그대로 전진해서 소스케의 어깨에 턱을 걸쳤다.
"에이프런이 아주 잘 어울리시는데요?"
"그래, 누구 덕에 아주 귀여워졌어."
어깨 너머로 보이는 하프 에이프런의 앞면에는 귀여운 분홍색 돼지 캐릭터가 조그맣게 그려져있었다. 팽팽하게 당겨진 돼지가 다소 힘겨워보였다. 린은 조금 있다가 에이프런 끈을 더 널널하게 만져줘야겠다고 생각했다.
린은 개구지게 웃으며 계속 부엌 주위를 얼쩡거렸다. 소스케는 더 이상 무어라 말을 붙이지 않았다. 예쁘게 접힌 눈꼬리부터 장난칠 생각이 가득했다. 옆에 붙어서 자투리 채소를 우물거리거나 간 봐달라고 숟가락 내밀면 덥썩덥썩 받아먹는 모습까지 보이니 달리 붙일 말도 없었다. 소스케는 잔불에 요리를 마무리 하고 린이 알아서 꺼내둔 접시에 소복이 나눠담았다.
식탁에 앉는 순간에도 소스케는 린의 상반신을 흘겨보았다. 린은 보란듯이 모른 척 했다.
"아쉽네. 풀 에이프런이 더 잘 어울릴 텐데."
"···잘 어울리겠지."
"다음엔 꼭 세트로 사올게. 기대해."
소스케는 대답 대신 고로케 하나를 한 입에 집어삼키며 생각했다. 풀 에이프런이라면 저보다 린이 더 잘 어울릴 것 같다는 근본 없는 확신이 들었다. 그는 언제나 모든 승부에 최선을 다했고, 상대가 린이라면 더없이 진심으로 응했다. 제법 만족스러운 계획이 만들어지니 표정을 숨기는 것부터 급급해졌다. 소스케는 침착하게 다음을 이어갔다.
"레이스는 어때?"
그 말에 린은 벙찐 얼굴로 되물었다.
"진심이야?"
"응, 네가 원한다면 고맙게 써줘야지."
"···네 취향이 그럴 줄은 몰랐네. 오케이."
소스케는 굳게 다짐했다. 다음 에이프런은 어떤 디자인이 됐든 반드시 사들고 온 본인이 먼저 시착해보게 만들 것이다. 어느 초가을 한낮, 서로 다른 계획들이 뼈대를 이뤄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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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서가 지났네요
소스린도 너무 오랜만인데 피 딸려서 보고싶은 장면만 덜렁 써놓기
우리 린쨩 바지는 입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