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사라] 그의 선택은
[케이사라] 그의 선택은
W. 핸디
"다시 말해서 이건···."
"전문용어로 '야바위'라는 거지"
휴식시간이었다. 긴과 티격태격하던 아리스 씨는 나름대로 긴을 놀아준다며 게임을 제안했다. 그는 게임을 설명하기 전, 자신이 감옥에 있을 때 이것으로 교도소를 주름잡았다며 자신만만하게 주목시켰다.
"뭐 대단한 게임인가 했더니 단순한 운빨 게임이구먼"
"저 멍청한, 애한테 참 좋은 거 가르친다!"
거창했던 미사여구로 뒤덮였던 게임은 다름 아닌 손 안에 있는 병뚜껑 찾기였다. 미사여구에 잠시 흥미를 보였던 큐타로 씨와 레코 씨는 아리스 씨의 설명이 끝나기도 전에 한마디씩 던졌다.
"야바위가 생각만큼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고?!"
아리스 씨는 이렇게 항변했지만 싸늘하게 식어가는 긴의 눈빛과 레코 씨의 반격에 금방 시들었다.
"크크크, 그래도 재미삼아 한번 해볼 만 하지 않아? 이런 상황에서는 단순한 운빨 게임도 나름 재밌으니까."
케이지 씨는 이렇게 이야기 하며 긴을 바라보았다. 말 한마디로 분위기를 정리하는 케이지씨가 새삼 놀라웠다. 시무룩해졌던 아리스 씨도 다시 기운을 차렸다. 케이지 씨의 눈빛을 받아든 긴은 어쩔 수 없다는 뉘앙스로 어울려주겠다며 아리스 씨의 앞에 앉았다. 그 모습이 귀여웠다고 말하면 긴은 부정하겠지만 말이다.
"자, 덤비렴. 내 현란한 손기술로 숨긴 병뚜껑을."
"바보가 따로 없네."
레코씨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자리를 피하지 않았다. 왜인지 지금만큼은 아리스 씨를 대하는 태도가 조금유해진 느낌이었다. 나쁘지 않은 분위기가 괜히 좋아서 한 가지 제안을 던졌다. 단순히 한 사람이 병뚜껑을 쥔 손을 찾는 것보다 두 사람이 각자 다른 선택을 하고 경쟁하는 방식이 더 재밌을 것 같았다. 케이지 씨는 덧붙였다.
"사라쨩은 역시 똑똑해. 그런 방식이라면 한 번에 두 명이 참가할 수 있으니까."
아리스 씨는 한순간에 병뚜껑 섞는 사람으로 전락해버렸지만 그가 반문하기도 전에 레코 씨가 확정을 지어버렸다. 애한테 노름 같은 걸 제안한 벌이라고 한다. 이번에는 아리스 씨가 지지 않고 토너먼트라는 추가 규칙을 제안했다. 더 많은 사람들이 머리를 식힐 수 있는 규칙이었다. 그렇게 모두가 참여하는 야바위판이 시작되었다.
* * *
야바위판 덕에 시끌시끌해진 식당에서 아리스 씨는 마지막 손기술을 선보였다. 나는 다소 긴장한 눈빛으로 아리스 씨의 두 손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어쩌다보니 내가 마지막 참가자가 되었다. 긴은 첫 참가자였음에도 파죽지세로 승리했다. 더불어 병뚜껑 딜러인 아리스 씨와의 기싸움에서도 승기를 들기 일보 직전이었다.
"사라누나가 먼저 골라라, 냥!"
무려 세 명을 제친 긴이 해맑게 웃으며 선택권을 양보했다. 저 귀여운 웃음을 내가 없애버리면 어쩌나 싶지만 한편으로는 묘한 도전의식이 일었다. 나는 긴의 도전을 받아들였다.
"긴, 그렇게 자신만만해 하다간 큰 코 다칠지도 몰라~ 내가 맞춰버리면 어쩌려고?"
"사라누나한테는 져도 상관없지만, 저 줄무늬 머리한테 지는 건 싫으니까 열심히 할 거다, 멍!"
"크크크, 이거 마지막 판인가?"
이번에는 참가하지 않고 쭉 구경만 하던 케이지 씨가 추가 규칙을 제안했다.
"마지막 판은 여기 있는 사람들 다 같이 해보는 게 어때?"
이른바 구경꾼들은 누가 이길지 걸어보자는 뜻이었다. 소우 씨는 그렇게 하려면 뭔가 걸어야 흥미가 들지 않겠냐며 야바위판에 슬며시 들어왔다. 그를 중심으로 진 팀에게는 저녁상 차리기라는 작은 벌칙이 주어졌다. 식사를 내오던 한나키에게는 원한다면 직접 만들어먹어도 된다는 대답을 받았으니 큰 문제는 없었다.
모두가 3연승을 한 긴과 마지막 참가자인 나를 두고 갈라졌다. 마지막으로 선택할 사람은 케이지 씨. 케이지 씨는 길게 고민하지 않고 나를 선택했다. '왜 3연승을 한 긴이 아니라 저인가요?' 라는 질문을 하고 싶었지만 귀여우니까 선택했다는 김 새는 말이나 돌아오진 않을까 싶어 그만두었다.
결과는 긴의 4연승. 이런 날은 복권이라도 사야 한다는 긴의 말에 나는 그렇게 다 낡은 어른 같은 말은 하지 말아달라며 패배를 받아들였다.
* * *
저녁을 먹고 내 방으로 들어가려던 때였다. 케이지 씨가 있었다. 케이지 씨는 자신의 덩치가 통행에 방해가 될 거라 생각한 듯 살짝 몸을 비켜섰다. 그대로 그를 지나쳐 방으로 들어가려다가 참을 수 없는 궁금함에 방문을 닫았다.
"케이지 씨, 저를 선택하신 이유가 있나요?"
뻔한 대답이 돌아올 거라 예상해놓고 굳이 물어보고 있자니 괜히 민망했다. 케이지 씨는 얼굴을 손에 묻어가며 웃었다. 극심한 후회가 밀려왔다. 더 민망해지기 전에 방으로 곧장 들어가려던 찰나, 그의 대답이 돌아왔다.
"그냥."
그리고 케이지 씨는 잘 자라는 말을 건네며 빠르게 제 방으로 들어갔다. 그게 무슨 뜻이냐고 물어볼 새는 미처 잡지 못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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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주 전부터 되게 쓰고 싶었음!
야바위가 은근 쓸데없는 시간 죽이기엔 좋습니다
나름 전통 게임임
근데 일본에서는 야바위를 뭐라고 하나
용어를 몰라서 K패치 해버렸다 데헷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