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마이] 몸의 대화
[큐마이] 몸의 대화
W. 핸디
마이는 덜 뜬 눈으로 정면을 응시했다. 어스름한 천장이 정신을 더 멍하게 만들었다. 몸을 움직이자 이불과 살이 맞닿는 바스락 소리가 정적을 물렸다. 습관적으로 돌아누우니 뻐근한 허리와 뭉근한 아랫배가 걸리적거렸다. 마이에게는 그리 낯설지 않은 감각이다. 돌아누운 방향에는 단잠에 빠진 큐타로가 누워있었다. 한눈에 봐도 거구인 이 남성은 오른손을 제 배 위에 얹어두고 왼팔은 내내 마이의 목 뒤를 지나 길게 뻗어두었다. 마이는 그가 깨지 않을 정도로 움직여 곁을 파고들었다. 습관적으로 그를 안으려던 마이는 잠시 고민했다. 곧 그의 입매가 음흉한 호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마이의 손끝이 큐타로의 머리칼로 향했다. 살살 어루만지니 손끝에서 기분 좋은 감촉이 전해졌다. 억센 빗자루 같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고양이 털처럼 부드럽지도 않았다. 마이는 종종 이 감촉이 어떤 동물에 가까울지 고민해봤지만 좀처럼 명쾌한 비유가 떠오르지 않아 생각하기를 그만둔 적이 있다. 굳이 따지자면 사자에 가까울 것 같다는 생각을 했지만 실제로 사자를 만져본 적도 없거니와 죽을 때까지 실제 사자 털과 비교해볼 수는 없을 테니 말이다. 손끝이 다른 터럭으로 옮겨지자 머리칼과 달리 조금 파르르 떨렸다. 의외로 긴 속눈썹을 가졌다. 이쪽도 제법 좋은 감촉을 느끼게 해주지만 만지고 싶은 만큼 만졌다가는 그것이 마지막 재미가 될 수도 있기에 아쉬움을 뒤로 했다. 조금 아래로 손을 옮기니 두꺼운 뼈대가 우뚝 솟은 콧날로 이어졌다. 속눈썹에서도 느꼈지만 역시 동양인의 피로만 이어진 유전자는 아닐 것이라고 다시금 생각했다. 더 아래에는 그의 이목구비 중 가장 존재감이 덜 한 곳이다. 다른 곳에 비하면 적당히 다부진 입매가 전체적인 조화를 뒷받침해준다. 말캉한 입술에 조금 힘을 실어 누르니 괜스레 묘한 감정에 휩싸였다. 마이는 손끝을 거두어 자신의 입술에 가져갔다. 몇 번이나 가져봤음에도 언제나 한결같이 원하게 만드는 신기한 구석을 인정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조금 짜증이 났다. 지금이라도 또 한 번 가져볼까 고민했지만, 곤히 잠든 얼굴이 눈에 들어오니 아쉬운 표정으로 인내할 수밖에 없었다.
마이는 손길을 아래로 뻗었다. 가장 매혹적인 구간을 어른의 자제력으로 떠나보내고는 배 위에 곱게 얹어진 커다란 오른손으로 향했다. 규칙적인 숨소리에 맞춰 위아래로 조금씩 움직이는 오른손에 제 손을 태웠다. 살포시 얹은 제 손이 무색할 만큼 굵은 손마디와 자기주장 강한 힘줄이 손끝을 자극했다. 한때는 이 무시무시한 손이 자신 앞에서는 시도 때도 없이 한 떨기 꽃처럼 파들거리기도 했다. 괜찮으니 마음대로 해도 된다는 뜻으로 조금 잡아주면 그제야 안심한 듯 조금씩 본 힘을 드러냈다. 이제는 안 떨 법도 한데 여전히 이상한 포인트에서 겁을 낸다. 마이는 이런 큐타로를 이해할 수 없지만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면 즐기자는 마음으로 종종 그를 놀리곤 했다.
‘더 마음대로, 해도 되는데.’
마이는 어쩐지 심술이 났다. 천천히, 더 아래로 손을 뻗었다.
“그만.”
커다란 손이 마이의 손을 낚아챘다. 마이는 목구멍을 타고 나오려던 비명을 삼킨 채 위를 올려다보았다. 큐타로가 느리게 눈을 뜨며 마이와 눈을 맞췄다. 마이의 눈이 조금 떨렸다. 왠지 모를 긴장감이 차츰 불을 지폈다. 큐타로는 벽에 걸린 시계로 시간을 확인한 뒤 잡아둔 마이의 손을 자신의 배 위에 얹었다.
“피곤할 텐디, 이상한 짓 할 생각 말고 더 자.”
“안 피곤한데.”
“거짓말 말어. 그래놓고 내일 또 힘들어하면···.”
“힘들어하면···?”
큐타로는 곰곰이 맞받아칠 말을 고민했다. 고민하는 시간이 길어지자 마이의 얼굴에 장난기가 짙어졌다. 마땅한 말을 찾지 못한 큐타로는 마이를 끌어안아 자신의 품에 가두는 것으로 답을 대신했다.
“큐타로 씨! 숨 막혀!”
“벌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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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극적인 제목에 그렇지 못한 결과물
하지만 쓰고 싶었던 주제를 털어내니 기분이 좋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