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죽어(Kimi ga Shine)/연성

[케이사라] 잊어주세요

손도라/핸디 2023. 8. 4. 22:59

 

 

 

[케이사라] 잊어주세요

W. 손도라

 

 

 

“사라, 얼굴이 빨간데. 괜찮은 거 맞아?”

 

레코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네, 괜찮아요. 저 멀쩡해요! 사라는 그렇게 말하며 제 앞에 놓인 우유를 단번에 들이켰다. 그리고는 곧바로 토스트를 크게 베어물고 힘차게 씹어 넘겼다. 레코는 그제야 웃으며 다 먹은 접시를 정리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잘 먹으니 보기 좋네. 하나 더 만들어줄까?”

 

사라는 빵 봉투로 손을 뻗는 레코를 말리며 말했다.

 

“괘, 괜찮아요! 샐러드만 더 먹고 일어날 거라서요.”

“그래, 난 먼저 일어날게. 사라도 든든히 먹고 들어가서 쉬어둬.”

 

사라의 시선은 방으로 돌아가는 레코의 뒷모습에서 곧바로 자신의 접시에 놓인 샐러드로 옮겼다. 이 부자연스러운 움직임을 눈치챈 건 아닐지 고개를 들어 확인해보고 싶었지만 그는 인내를 택했다. 눈을 감고 속으로 한 박자를 세고는 다시 눈을 뜨고 앞에 놓인 새우샐러드에 집중했다. 천천히, 꼭꼭. 규칙적인 저작운동 소리를 뒤로 하며 청각에 온 신경을 집중시켰다. 묘한 고요함 속에서 특별하지 않은 소리들이 천천히 귓속을 타고 들어왔다. 빵 봉투가 부스럭대는 소리, 달걀이 깨지는 소리, 접시와 수저가 살짝 맞부딪히며 나는 소리 등등. 사라는 양상추를 입에 넣으며 생각했다. 다음에는 분명 의자 끌리는 소리가 날 것이다. 타이밍에 맞춰 셋을 세자. 그렇게 생각한 사라는 입안의 음식물을 삼키며 셋을 세기 시작했다. 하나, 둘···.

 

“역시 좀 부족한 게 아닌···.”

 

쨍그랑-

 

“사라쨩?”

“헉.”

 

사라의 손의 쥐어진 포크가 무력하게 접시 위를 굴렀다. 덩달아 놀란 케이지는 손에 든 토스트 접시를 내려놓다 세차게 흔들리는 토끼 눈을 보고는 웃음을 터뜨렸다. ‘놀라게 해서 미안해‘라는 말을 하고 싶었지만 새어 나오는 웃음이 멈춰지질 않아 고개를 푹 숙였다. 사라는 제멋대로 어물거리던 입술을 한 번 다잡고는 그만 웃으라며 언성을 높였다.

 

“아아, 오케이. 알겠어.”

 

케이지는 고개를 들고선 언제 그랬냐는 듯 평소 같은 표정으로 사라를 바라보았다. 그 모습에 오히려 더 머쓱해진 사라는 빠르게 말했다.

 

“제발 잊어주세요.”

“어떤 걸?”

“아까 본 거···.”

“포크 떨어뜨린 거?”

“아뇨, 그거 말고!”

 

태연하게 명백한 오답을 뱉는 모습에 사라는 짜증이 확 올랐지만 곧 흩어졌던 냉정함을 조금 되찾았다. 분명 뭘 말하는지는 알고 있을 테니 정정하지 않고서 이 상황을 벗어나도 괜찮을 것 같았다.

사라는 짧게 한숨을 쉬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케이지는 작게 목을 가다듬고 뒤돌아나가려던 사라를 불러세웠다. 사뭇 진지한 목소리였다.

 

“경찰아저씨는.”

“······?”

“우리 사라가 고양이 손을 하고서 ’찾았다냥!‘이라고 말했던 건 다 잊었으니까-.”

“정확히 기억하고 있잖아요!!!”

“큭큭큭···.”

 

사라는 눈을 질끈 감고 소리쳤다. 잊고 싶은 기억이 뇌리를 스치니 얼굴이 다시금 달아오르는 게 느껴졌다. 하필 긴과 놀아주고 있던 상황에서 그렇게 마주칠 건 뭔지. 그냥 평범하게 ’찾았다!‘라고 말했으면 될 것을 왜 긴의 말투까지 따라 했었는지. 인기척이 난 커튼을 들췄을 때 왜 그 사람을 당연히 긴이라고 생각했는지 오만 가지의 후회가 빠르게 지나갔다. 그러나 후회하기에는 이미 한참 늦었다는 것 또한 알고 있었다. 사라는 온몸을 들썩거리며 웃는 케이지를 한껏 째려보았다.

 

“그래도 토스트는 먹어줄래?”

 

그 말에 말없이 토스트만 낚아채서 자기 방으로 돌아가는 행동이 사라의 최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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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천 년만에 오타쿠 연성했다 굿덕굿덕
사라는 긴과 놀아줄 때 전력을 다했을 뿐입니다
쓸 수 있는 분위기가 한정된 사람이 어쩌다 데스게임물을 잡아서 따흐흑
하지만 힘내볼게 흐긓긓